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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와인애호가들의 회귀점 보르도>
 
 
보르도의 심장메독MEDOC에서의
 
 
시간여행 [2]
 
 
 
 
글, 사진 _ 유경종
 
 
 
8개 아펠라시옹(AOC, 원산지 통제 명칭)이 존재하는 메독의 포도밭 면적은 16,500헥타르이며, 연간 와인생산량은 80만 헥토리터로 프랑스 전체 와인생산량의 약 60%에 해당한다. 그리고 1,400개의 서로 다른 레이블을 가진 8,500만병의 와인이 메독에서 생산되며(2006년 기준), 이중 절반인 5억 유로 가량의 와인이 해외로 수출된다. 놀라운 사실은 불과 40여 년 만에 메독의 포도밭 면적은 2.5배나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빅뱅’의 기회는 메독 와인의 품질에 대한 와인생산자들의 믿음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메독 와인 산업 전반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 글에서는 메독 지역 와인생산자 구성을, 다음 편에는 메독의 8개 AOC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1855년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
 
1855 등급분류로 알려진 이 전설적인 등급제도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1855년 나폴레옹 3세는 보르도 최고의 샤토 소유주들에게, 파리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최상급에서 최하급까지 와인의 등급을 매기라고 요구했다. 샤토 소유주들은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보르도 상공회의소가 이 일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상공회의소는 샤토를 와인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다섯 개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프리미에 크뤼(혹은 1등급)는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와인, 두지엠 크뤼(혹은 2등급)는 1등급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팔리는 와인 등, 이런 식으로 총 61개 샤토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누었다. 이 때 5등급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파는 샤토 수백 곳은 그랑 크뤼 클라세에 속하지 못했다.
 
이렇게 등급이 정해진 샤토는 보르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으며 메독, 소테른, 바르삭에만 국한된 것이었다(단, 그라브 지역의 샤토 오 브리옹은 다른 지역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1973년 샤토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된 일을 제외하고는 1855 등급분류는 지금까지 변함없는'위대한 와인, 그랑 크뤼 클라세’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으며, 전세계 와인산업에 의해 벤치마킹이 되어 왔다. 그랑 크뤼 클라세는 5개의 1등급 샤토와 14개의 2등급 샤토, 14개의 3등급 샤토, 10개의 4등급 샤토, 그리고 18개의 5등급 샤토로 분류되며 메독 지역 와인 생산량의 2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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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의 시음.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랑 크뤼 클라세의 명성과 품질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을 보면 1855 등급분류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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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그리오 라로즈에서의 시음.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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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 부르주아 (Cru Bourgeois)
 
메독 지역 와인생산량의 20%에 해당하며, 2009년 246개의 샤토가 이 등급에 선정되었다. 이 샤토들은 1855년 제정된 그랑 크뤼 등급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랑 크뤼급 샤토들 못지않게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왔다. 이들은 한동안 비공식적으로 뭉쳐 크뤼 부르주아라는 등급을 만들어 활동해 오다가, 2003년에 법제화하여 9개의 Cru Bourgeois Exceptionnel, 87개의 Cru Bourgeois Superior, 151개의 Cru Bourgeois로 3단계로 세분화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에 이러한 분류가 무효화되었고, 2008년 이후부터 새로운 “크뤼 부르주아 단일 등급체계”로 개정되어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크뤼 부르주아는 공통된 가치를 지녔으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메독 지역의 다양한 와인의 보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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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라피트 카르카세에서.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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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롤랑 드 비에서의 와인 시음.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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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 아르티장 (Cru Artisans)
 
‘크뤼 아르티장’이라는 명칭은 메독에서 150년이 넘게 사용되어 왔으나, 2006년이 되어서야 공식 승인된 새로운 명칭이다. 아르티장이란, 말 그대로'장인’의 의미를 지닌다. 규모가 평균 8헥타르 미만의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로, 전문가를 고용한다거나 양조시설 등을 다른 곳에 위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책임하에 와인을 만드는, 이른바 ’전 과정 장인 실명제’로 생산하는 와인에는 크뤼 아르티장 등급이 붙는다. 이들 아르티장은 대체로 영세하고 규모가 작으며, 작은 포도밭을 가꾸면서 동시에 가축 기르기, 농사, 특산물 재배 등을 병행한다. 현재 메독의 44개 와이너리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크뤼 아르티장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들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이 등급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크뤼 아르티장 와인은 생산량이 적고 와인 생산자의 철학이 강하게 묻어나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주로 주문 생산 및 판매되거나 와이너리 방문객들에게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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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뒤 하의 목장과 와인들.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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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 조합
 
메독의 지역공동조합은 1930년대 초반에 탄생하여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강력한 결속력을 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소규모 포도재배업자들이 각자의 노하우와 능력을 합쳐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치는 이러한 시도는, 양조, 제조, 영업 등의 모든 부분을 조직화된 시스템으로 가꾸어 나갔을 뿐만 아니라, 포도농가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조합을 통해 쉽게 해결하도록 하는데 기여해왔다. 현재 600여 개의 포도원들이 8개의 공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중 60%는 북쪽 지역의 메독에 집중되어 있다. 필자가 방문한 공동조합'유니메독UNIMEDOC’은 메독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동조합으로, 최첨단 양조시설과 오크통 숙성 시설, 병입, 포장, 물류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조합의 존재는 농촌 경제의 중요한 인프라로써,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되고 있을 터였다. 더불어 이들 조합 와인은,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값싸고 품질 좋은 밸류 와인들의 보고로써 전 세계의 마트와 대형 할인점 등에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조합 와인은 최근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자체 생산하는 와인들이 크뤼 부르주아 등급으로 인정받는 등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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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합유니메독의 저장고.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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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생산자
 
독립 생산자들은, 과거 크뤼 부르주아 등급에 속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2008년에 단일 등급 체제로 개정된 이후 이에 불만을 품은 포도원, 또는 매년 크뤼 부르주아 등급 심사에 출품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행정 절차에 신물이 난 포도원, 또는 품질이 협회의 규정에 못 미치는 포도원 등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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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샤토 푸르카스 뒤프레. 한때 크뤼 부르주아 등급이었으나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따르기 싫어 지금은 독자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수출까지 하는 매력적인 포도원이다. 주인인 파트리스 파제는, 샤토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역의 전체적인 지형과 역사, 테루아를 설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와인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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