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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세요?

글 유경종


부르고뉴Bourgogne(영어로는 버건디Burgundy)는, 프랑스 와인의 대표주자인 보르도와 비견되는 프랑스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의 명산지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다가 프로방스로 향하는 A6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이 곳, 국도 N74 주변으로 작디작은 군소 포도원들이 모자이크처럼 짜여 있는 이 곳, 소위 ‘황금의 언덕(Cote d‘or)’이라 불리는 이 곳은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 피노 누아의 성지다(그 아래 지역인 보졸레 지역까지를 놓고 본다면, 갸메Gamay라는 품종으로 보졸레 와인을 만들고, 일부는 피노 누아와 갸메를 섞어 빠스 투 그랑이라는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피노 누아는 와인을 잔에 따라서 보기만 해도 품종을 맞출 수 있는, 포도 품종 중 가장 맑고 투명하며 섬세하고 담백한 맛의 와인이다. 체리, 산딸기, 제비꽃, 날고기 등의 향이 특징적인데, 부르고뉴의 석회암과 같은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미네랄 느낌이 더해진다. 피노 누아는 주로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고, 덥고 습하면 생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기르기 까다롭고 어렵기로 손꼽히는 품종이다. 떼루아(Terrior-토양, 지형 및 와인을 둘러싸고 있는 일체의 환경요인)의 특징을 백지에 그려내는 대로 표현되는 품종이라서 복잡하고 미묘한 향과 맛의 차이가 나며, 이런 이유로 부르고뉴 지역은 피노 누아 품종에 최적의 떼루아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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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포도 재배자들이 이 유난히도 까다로운 와인 품종을 저마다 재배하려 노력했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처럼 재배가 수월치 못해서 뉴질랜드, 호주, 미국 오리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에 성공했다. 다른 품종처럼 몇 가지 품종과 섞어서 와인을 만드는 것조차 가려 주로 단일 품종으로만 양조된다.

또한, 떼루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토양의 확연한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추운 날씨가 주는 생육환경과 이회토, 침적토, 석회암 등이 섞여 있어 수분 공급이 적절히 제한되는 토양, 배수가 잘되는 경사지의 환경요인 등은 포도나무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리도록 한다. 이렇게 깊이 뿌리내린 포도나무는, 다양한 지층으로 구성된 토양의 성질을 반영하여, 복합적이면서도 미묘한 맛의 비밀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더하여, 수세대에 걸쳐 와인사업을 이어온 전통있는 가문의 비전 또한 와인의 고유한 맛을 창조하게 된다. 물론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처럼, 포도재배의 과학적 발달, 배수로 관리, 효모 개발 등의 요인도 분명 와인의 맛을 좌우하지만, 부르고뉴만의 특성이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6세기 부르고뉴 왕이 수도원에 포도밭을 헌사하여 와인산지가 된 이후, 12세기 시토 교단의 엄격한 포도 경작 및 양조체계의 확립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어 16세기까지 부르고뉴 공국의 영광과 함께 군주를 위한 와인이 필요해지면서 더욱 높은 품질로 도약하여 수출에 적합한 고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1375년 Philippe Le Hardi의 칙령으로 오직 피노 누아 품종으로만 와인을 만들 수 있었으며, 이는 부르고뉴가 오늘날 피노 누아의 성지가 된 기반이 되었다. 15~17세기에는 와인 병의 발명이 와인 품질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고,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대혁명으로 생겨난 복잡한 상속법은, 한 구역의 밭을 수십 명의 소유자가 나누어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부르고뉴는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이해하기 어려운 와인이자 와인 산지로 오늘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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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을 간단하게 특징지어주는 것은 피노 누아, 떼루아 그리고 유명한 와인메이커들이다. 보르도 지역은 샤토(Chateau) ○○○이라 칭하지만, 이 지역은 도멘(Domaine) ○○○이라 부른다. 보르도 와인은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말벡 등의 품종들을 블렌딩하기 때문에, 비교적 색이 짙고 타닌이 풍부한 강건한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 하지만 부르고뉴 레드와인은 피노 누아와 약간의 갸메 품종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색이 흐리고, 타닌이 적으며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들은 생산량도 극히 제한적이고 그 지역의 면적도 매우 적다. 총 60,000에이커(240km²)의 생산면적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프랑스 와인의 총생산면적에 비교하면 3%밖에 차지하지 않는 규모다. 이 중 총생산량의 55%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45%는 자국에서 소비한다. 특급 와인, 즉 그랑 크뤼 와인은 부르고뉴 총생산량의 1.5% 밖에 되지 않아, 희소성이 매우 높다.


적은 면적과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개별 포도원만 해도 4천 개이며 네고시앙(와인중개상)이 250개 정도 된다. 세부적인 아펠라시옹(지역 명칭)은 100개이며 그중 그랑 크뤼가 33개를 차지한다. 부르고뉴의 아펠라시옹은 와인의 떼루아에서 유래하며, 크게 4가지 등급별로 나뉘게 되는데 그 품질과 등급은 밭의 위치와 토양의 특징, 그리고 와인생산자의 양조 노하우에 의하여 확연히 구분된다.

이렇게 작은 땅덩어리에서 많은 와인업체들이 경쟁하다보니 당연히 부르고뉴 와인은 고품질, 고부가가치, 희소성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고가 전략으로 시장에 위치한다. 부르고뉴 와인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하는 요인은 대부분 희소성과 수요의 계속적인 확대라는 현상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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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떼루아에서 오는 복합적인 특징에 따라 어떤 포도밭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전 세계의 수입상들은 와인을 조금씩 나누어 할당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는 고급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부르고뉴 와인의 높은 가격에 대한 이유는, 대체로 ‘훌륭하고 독특한 떼루아’로 일관된다.

그러나 소비자나 와인 애호가들로서는 매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 때문에, 미국 오리건 지역의 피노 누아나 미국의 피노 누아 등 값싸고 질 높은 새로운 산지로 눈을 돌리면서도, 오매불망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그랑 크뤼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부르고뉴의 코트 드 뉘나 코트 도르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는, 피노 누아 와인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르도의 와인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베토벤의 전원이나 합창 같은 교향곡을 떠올릴 수 있다. 반면, 투명하고 깨끗한 빛깔을 지닌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는,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의 소리, 바이올린이나 바하의 무반주 첼로 독주를 듣는 듯한 담백함이 있다.

일물일어(一物一語), 그게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와인이다. 같은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이라도, 부르고뉴가 아니면 발산하지 않는 그 무엇을 잔을 돌려가며 코끝을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알아차린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염원의 끝은, (르루아, 로마네 콩티, 앙리 자이에와 같은) 최고의 장인들의 손길과 전설과 철학이 녹아든 신의 물방울 한 잔에 담겨있다.



글쓴이 _ 유경종
(주)바롬웍스ㅣ와인북카페ㅣ와인북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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