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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칠레 와인 산업 발전과

Great International Joint Venture의 관계 (2)


글 _ 유 경 종 (와인마스터 전문과정 3기)

 

칠레의 경제개방과 해외자본의 칠레 와인산업 투자

1980년에 시작된 칠레의 산업 자유화와 시장개방은 칠레 와인산업에 일대 개혁을 불러왔다. 1974년에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 정책이 개방된 이후, 칠레는 남미 대륙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해외자본이 많이 유입되는 국가가 되었다. 실제로 미국, 스페인, 캐나다를 필두로 많은 국가들이 칠레에 투자하고 있으며, 1990~2000년 사이 연평균 35억 달러였던 해외직접자본이 2006년에는 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신세계 와인산지 중에서도 특히 칠레는, 독특한 기후와 토양, 토지 사용에 대한 합법적 보장, 질병발생률이 비교적 낮은 건강한 자연환경,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토지 비용 그리고 안정적인 거시경제로 인해 와인산업 측면에서 해외 투자를 활발히 유치할 수 있었다.

1979년 Miguel Torres와 같은 와인메이커를 필두로 해외의 투자가들이 칠레를 방문하면서 소개한 신기술은 칠레의 오래된 기술을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스페인 와인메이커 Miguel Torres가 칠레에 투자한 사건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칠레 와인산업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면 라울리라는 목재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발효통 대신 자동온도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탱크가 소개되어, 1998년까지 약 30%, 2003년까지 약 50% 이상이 스테인리스 탱크로 대체되었다. 또한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 캐스크가 와이너리의 저장고를 채워나가면서 신생 와이너리들은 이를 일반적인 설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또한 최신식 설비 (예를 들면 중력을 활용한 gravity-flow design 도입)를 갖춘 와이너리 건축양식들이 등장하면서 와인관광산업도 더불어 발전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1980년대 그리고 특히 1990년대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이었고, 그들은 새로운 포도밭을 개척하거나 칠레기업으로부터 기존 포도밭을 매입하던지 혹은 칠레기업들과 합작 투자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칠레와인산업에 본격적인 변화가 불어 닥친 것은 해외직접자본FDI이 유입되었던 제1시기가 지난 후인 제2시기, 즉 해외의 와인생산자들이 칠레에서 프리미엄와인을 생산하여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 여러 형태로 투자를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Baron Philippe de Rothschild(프랑스)와 Robert Mondavi(미국)와 같은 유명한 와인생산자들은, 프리미엄급과 울트라 프리미엄급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칠레 와인생산자들과 합작 투자를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합작 투자를 통해서 생산된 프리미엄 와인은 칠레와인시장 중 고급와인 부문의 30%를 차지하였으며, 특히 칠레의 고급와인 수출량이 증가한 데에는 이러한 합작 투자의 영향이 매우 컸다. 이와 함께 칠레 와인이 수출되는 세계시장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으며, 와인의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높아지게 되었다. 1998~2004년 사이 칠레와인의 수출가가 병당 US$ 1.6이었던데 반해, 합작 투자로 생산된 와인의 수출가는 평당 US$ 4.9를 기록하였다.

합작 투자로 만들어진 칠레 와인이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칠레가 국제적인 포도품종들을 선별하여 전문화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이 인기 있는 국제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수출이 가져다 준 부의 증가는, 과거에 Pais라는 질 낮은 상업적인 품종을 재배하여 팔아왔던 포도 재배자들에게 국제품종을 재배하게 함으로서, 그들에게 역시 확산되었다.

해외 와이너리와의 합작 투자가 가져다 준 또 다른 이점은, 칠레와인의 이미지를 개선시켰고 유통 채널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칠레의 와인생산자들 (특히 중소규모의 와이너리)은 그들의 외국 파트너를 통해 수입사importer나 공급사distributor와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끌어나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합작투자의 의의는 다음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Robert Mondavi 와이너리와 칠레의 Vina Errazuriz가 합작 투자를 공표할 당시 Michael Mondavi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의 목적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와인시장에 Caliterra 와인의 공급을 더 늘리고 Caliterra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각 와이너리가 보유한 와인양조 기술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스타일로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온 경험도 서로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칠레의 와인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rrazuriz의 Eduardo Chadwick 회장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칠레와인의 잠재력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품종을 기본으로 한 칠레의 울트라 프리미엄급 와인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며 합작투자의 의의를 설명하였다.

이들 해외기업들의 칠레와인산업에 대한 투자는 다음과 같이 4가지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

1) 운영 초기에는 설비를 다른 와이너리로부터 빌려서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시장진입 및 선점을 위한 활동에 더욱 집중한다. 그리고 자원최적화를 위해 여러 다른 지역에서 포도를 구입한다. 그리고 추후에 와이너리를 짓거나 구입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Michele Laroche는 처음에 Elqui Valley에 위치한 와이너리의 시설 및 인력을 빌려서 와인을 생산하다가, 이후에 2백만 달러를 들여 Colchagua Valley의 Villard Estate의 설비를 구입하였다.

2) 처음부터 토지를 구입하여 와이너리를 설립하는 해외 투자자도 있다. Jacques Marnier, 그의 딸 Alexandra Marnier와 그의 사위 Cyril de Bournet은 Apalta의 언덕에 8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중력 활용한 설비를 갖춘 와이너리를 설립하였다. 이 와이너리는 칠레에서 Michel Rolland의 조언을 받은 최초의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표5 ) 1974~1998년 칠레와인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 (단위: 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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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외 와인기업은 합작의 형태로 칠레 와인기업에 투자하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Rothschild 가문의 경우, Santa Rita의 소유주인 Claro 그룹과 협력하여 Colchagua Valley의 Los Vascos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Philippine Rothschild 또한 Concha y Toro와 합작하여 Almaviva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표6) 1974~1998년 칠레와인산업에 대한 합작 투자(단위: 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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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휴를 맺고 역할을 분담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와인 공급회사 Racke International과 칠레의 Vina Aresti가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Vina Aresti는 Espiritu de Chile라는 와인을 생산하고 Racke International은 이 와인을 세계시장에 공급하는데 주력하였다.

자금 조달 외에도, 해외 투자자들은 전문적인 기술, 마케팅 노하우, 소비 시장에 대한 정보,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을 칠레 와인산업에 전파하였다. 따라서 해외 자본과 연계된 와이너리들은 다양한 시장으로 와인을 수출하는 첫 번째 대열에 설 수 있었다(2002년 한 해에만 해도 이들이 칠레 와인 수출액의 15%, 수출량의 12%를 차지하였다). 대개 해외 투자를 받은 와이너리는 규모가 크지 않은 신생 와이너리들이었고, 이들은 칠레 와인산업에 국제화 바람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해외자본 유입의 산업 효과와 순수 칠레 와인 기업의 등장


칠레 와인산업의 발전은,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본 및 기술과 칠레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혹은 기업)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익힌 학습효과에서 그 원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방학습은 1)해외 자본 및 투자가들에 의해 형성된 지식 네트워크와 2)해외의 전문 기업인(혹은 기술자)들이 유입되면서 가능했다. 이렇듯 해외 자본의 유입에서 기인한 모방학습은, 생산 기능 향상과 보다 정교한 기술 발전을 초래했으며 이로서 칠레 와인산업은 더욱 강화된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해외 자본이 유입되기 전까지 칠레의 와인산업은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집단산업(natural-resource based industry)으로서, 기업간 교류와 교육적 네트워크가 부족했던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자연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자연스레 자원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는데, 자칫 이러한 경쟁은 자원 고갈과 높은 진입 장벽 그리고 부가가치가 없는 제품 생산 등으로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연자원의 양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연자원의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과 이러한 능력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큼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지금의 칠레의 와인산업은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면서 동시에, 자원의 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신 부가가치를 높여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칠레 와인산업이 지금과 같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모방학습에 의한 와인산업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했던 해외 자본의 유입이 있었다.

특히 칠레와인산업의 경우 해외 자본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산업분야인데, 이는 혁신의 결과물이 가시적이며 기술 모방이 용이하여, 관련 지식과 기술이 더욱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산업 내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간의 비영리적인 네트워크는 이러한 혁신 과정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해 왔다.

표7)은 자연자원 기반산업에 해외 자본 유입이 미치는 영향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표)7- 자연자원 기반산업에 해외 자본 유입이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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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8)은 1979년부터 2005년까지 칠레와인산업의 발전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이 기간 동안 칠레에는 두 가지 중요한 시기가 있었는데 1)해외 직접 투자가 이루어졌던 첫 번째 시기와 2)해외와인기업과 칠레와인기업들 간에 합작투자회사가 등장한 두 번째 시기가 그것이다.

표8)칠레와인산업에 영향을 준 두 시기와 칠레와인산업의 발전
표8.jpg



그리고, 이러한 해외자본의 투자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해외자본유입 제2기에, 합작 투자가 아닌 순수 국내 기업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Vina Montes와 Errazuriz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칠레의 프리미엄급과 울트라 프리미엄급 와인을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알렸다는 것 외에도, 해외자본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해외자본의 간접적인 영향이란 1)고급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재배와 와인양조에 대한 지식들이, 칠레와 해외의 합작 투자 기업에 고용되었던 양조학자나 관리자들에 의해 칠레와인산업 내에 확산되는 것을 말하며, 그 영향 아래 2)개인사업가나 전통적으로 농업에 종사해 온 가문 혹은 칠레기업의 계열사들이 이러한 지식을 흡수하여 독립적으로 고급와인을 생산하는 소위 ‘boutique winery’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와이너리들이 자본(투자)을 책임지는 국내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투자기업들 대부분은 다른 사업분야에서 이미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오랜 역사를 지닌 칠레의 San Pedro 와이너리와 이 와이너리를 인수했던 Luksic 패밀리(칠레의 맥주회사), 그리고 금융기업이 자본을 출자한 Santa Rita 와이너리를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칠레와인산업은 해외자본유입이 야기한 모방학습과정(learning-by-imitation process)을 통해 직/간접적인 기술 및 지식 혁신을 이루었으며, 1980년대 이러한 해외자본을 받아들이는 경제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칠레와인산업이 이룬 오늘날의 발전은 더욱 더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어질 글에서는 합작투자로 생산된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글쓴이 _ 유경종
(주)바롬웍스ㅣ와인북스ㅣ와인북카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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