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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칠레 와인산업 발전과

Great International Joint Venture의 관계 (1)



글 유 경 종 (와인마스터 전문과정 3기)
사진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 코노 수르 와이너리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또는 ‘가장 성공한 와인 생산 국가’나 ‘가장 인기있는 와인’하면 떠오르는 것이 ‘몬테스 알파’, ‘1865’ 등을 위시한 ‘칠레 와인’이다. 실제로 칠레 와인은 한국 와인 시장 점유율 21.5%로 2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와인 수출국가이다.

450여 년에 가까운 와인생산 역사를 지닌 칠레는 세계 10위의 와인생산국이며, 생산량의 70% 이상(2008년 말 기준)을 수출한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와인 생산량 대비 수출 점유율로 볼 때 칠레는 세계 1위의 수출 주도형 와인 생산국이다(Vinexpo, 2003년 말 기준 - 칠레 78.3%, 호주 56.4%, 남아공 52.8%).

칠레 와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물량 면에서는 5.1%로 6위, 금액으로는 4.3%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2003년 말 기준). 이것이 글로발 시장에서 칠레 와인 위상이다. 3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최근 30여 년간 급속도로 현대 와인산업에 편입되었고 최근 10여 년간의 공격적인 해외 마켓팅을 벌이며 놀라운 성과를 거둔 칠레는 세계 와인 산업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싸고 맛있는 VALUE 와인의 보고’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였으나, 최근에는 세계적인 와인 품질 평가기관(매체)이나 행사(2004 베를린 테이스팅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일이 잦을 정도로, 칠레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칠레와인의 우리나라 및 세계 와인 산업에서의 현재적 위상을 알아보고, 칠레 와인 산업이 성장해 온 근/현대적 와인 산업의 역사를 통해 칠레와인의 발전 및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칠레 와인 산업의 세계화 전략 성공 요인 및 현재 안고있는 과제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칠레와인의 현재 입지와 위상

표1)의 세계와인 생산량을 살펴보면 2006년을 기준으로 칠레의 세계 와인 생산량 점유율은 2.3%로 미미하나, 2001년부터 2006년까지의 성장율은 무려 24%로 급속하게 와인 산업이 성장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1) 세계 와인 생산량 (Source : Vinexpo - IWSR/GDR)

(volume - millions of hectolitres excl. wines for brandy)
제목 없음.jpg


표2)를 보면, 칠레 와인의 2001-2006 수출 성장율은 무려 58%이며, 자국 생산대비 수출비중은 78.3%로 전형적인 수출 중심의 와인 산업 구조임를 알 수있다. 물량면에서는 4.9%로 프랑스-이태리-스페인-호주에 이어 5위의 입지를 구축하고있다.

표2) 세계 10대 와인 수출 국가(Vinexpo - IWSR/GDR)

(volume - millions of hectolitres)
제목 없음2.jpg



칠레와인은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에서 관세 특례를 받는 최초의 국가이며, 때마침 일어난 한국 와인시장의 호황으로 (표3 참조) 일약, 와인 수입 2위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표3) 한국 수입와인 성장율(2000-2009) (Source: 관세청 HS 코드 20.04 기준)

1.jpg

한국은 2차례의 와인 시장 호황을 겪었는데,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70% 이상의 수입감소로 와인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가 2000년대 초반 "보졸레 누보" 인기와 더불어 2004년 한-칠레 FTA에 따른 칠레 와인의 급성장으로 인해 1차 와인 호황이 있었다. 2차 와인 호황은 "신의 물방울"의 인기에 힘입은 2006년 이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말 미국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한국 와인시장의 성장은 급제동이 걸려 현재는 침체된 상태이다. 2007년 8월을 기점으로 비교하면 수입량 성장율이 -62%로 1997년의 수준과 유사할 만큼 퇴행된 것이다.

표4) 우리나라 와인시장 점유율 현황(2008) (Source: 관세청 HS 코드 20.04 기준)

2.jpg


칠레 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이후 급격히 상승하여 2009년기준 점유율 23.0%로, 수입국가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칠레 와인의 사례가 바로 한국 와인 시장이다.

한국 와인 시장은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2010년 상반기까지 와인 소비시장 및 수입시장이 줄곧 감소 또는 침체하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칠레 와인이 우리나라의 와인 산업에서 꾸준히 ‘가격대비 Value가 좋은 와인’이라는 인식을 구축해온 만큼, 이러한 경제 상황이 칠레 와인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칠레 와인 산업의 역사

칠레는 국토의 길이가 4300km에 폭은 평균 177km로, 전체 면적은 한반도의 약 3.6배에 달한다. 북으로는 아따까마 사막, 남으로는 남극에 인접한 도서와 협만, 동으로는 해발 7000m의 준봉들이 솟아있는 안데스 산맥, 그리고 서쪽으로는 훔볼트 한류가 흐르는 남태평양과 경계를 이루는 해안선이 있어 필록세라의 침투로부터 온전할 수 있을 만큼의 격리된 지리 조건을 갖추고 있다.

와인 생산에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칠레는 16세기 중반, 스페인의 정복자들에 의해 포도나무를 경작하기 시작하여 17세기 후반에는 아메리카 대륙 최대의 와인 생산국이 되었으며 18세기에는 이미 ‘와인 수출국’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었으나 주로 값싼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830년에 칠레 와인 산업의 이정표가 된 칠레 정부의 ‘종묘원’ 설립(19세기 후반, 세계적으로 필록세라가 창궐했을 때 피해받지 않은 유일한 포도나무의 표본이 되었다)과 1851년 프랑스로부터 고급 포도품종을 수입하여 재배하기 시작한 것 등을 계기로, 칠레는 1877년경부터 유럽으로 와인을 수출하게될 만큼 질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pinot noir winery1.jpg그러나 20세기를 넘어오면서 1)과잉 생산과 알코올 중독 등의 폐혜로 인해 1902년 칠레정부의 알코올 규제법 제정과 규제 발동, 2)1938년 와인 생산 한도 규제법 시행, 3)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각 나라들의 와인수입 규제 등으로 칠레 와인산업은 불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반면, 1970년대 들어 미국, 호주 등 후발 신세계 와인 생산국들의 비약적인 와인 산업의 발전으로 칠레와인 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까지 칠레의 포도원 중 절반은 문을 닫았고 와인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였으며, 1973년의 군사쿠테타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1980년대 중반, 칠레 와인 산업의 선구자들은 서서히 품질향상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으며, VINEXPO와 같은 세계적인 규모의 와인박람회에도 참가하기 시작하였고, 프랑스, 이태리, 캘리포니아 등 유수의 와이너리를 견학하는 등 품질 혁신을 꾀하여 포도재배의 최적 장소와 포도 품종 및 기후 등을 연구해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선각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칠레의 와인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쌓게 되었다. 빠블로 모란데(Pablo Morande)는 카사블랑카 밸리에 사르도네 품종을 식재하기 시작하였고,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는 온도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리고유럽으로부터 습득한 전문지식으로 1990년대에는 카사블랑카와 레이다(Leyda) 등 서늘한 지역를 와인 산지로 개발하는가 하면, Colchagua 지역을 레드와인의 중요한 산지로 부각시키기에 이른다.

1990년대를 들어서 칠레는 본격적인 ‘와인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첫번째 동인은 칠레 정부로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 5월 농산물 법령이 공표되어 포도 재배 지역에 관한 규정 및 레이블가이드 라인 등 와인 생산 선진화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였다.

두번째 동인은 198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친 미국, 유럽 등 선진 와인 산업가들의 자본투자가 활성화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와 프랑스의 유명 와인생산자들이 칠레 와인생산자들과 합작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프랑스, 호주, 캘리포니아로부터 명성 있는 와인양조 전문가들이 꾸준히 칠레를 방문하여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기술을 전파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와인생산자들은 포도재배 기술을 향상시켜 나갔고 질 좋은 품종에 적합한 최적의 포도원과 산지를 찾아 나섰다.

앞으로 다양한 자본투자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지만, 칠레 와인산업의 회생 및 발전에는 해외 자본 및 기술(인력)의 유입이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1990년대는 칠레와인 산업의 황금시기(Golden Decade)로 불리우는데, 1990년 4,400만불(30만 hl)의 수출실적이 2002년에는 6억 200만불 (350만hl)로 증가하여 세계 5위의 와인 수출국이 되었고 생산량 대비 세계 제1위의 수출 주도형 와인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 글에서는 칠레 와인 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된 해외자본의 투자와 영향에 대하여 알아본다.


글쓴이 _ 유경종
(주)바롬웍스ㅣ와인북스ㅣ와인북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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