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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The Wine of Kings, The King of Wines BAROLO


正,反,合의 변증법적 관점으로 바라본

바롤로의 전통과 현대 (1)




글, 사진_ 유경종


피에몬테는 알프스 산맥이 만들어내는 하얀색 계단식 지형에 자리하는 이탈리아 본토에서 가장 넓은 지역으로, ‘산기슭’이라는 의미 즉 산(Monte)과 아래(piede)의 합성어이다. 타나로 강을 중심으로 알바와 아스티 마을을 관통하며 알레산드리아 근처에서 포 강과 합류한다. 주요 DOC 지역은 알바의 남서쪽에 있는 BAROLO, 알바의 서쪽이자 타나로 강 왼쪽 기슭에 있는 ROERO, 알바의 북동쪽에 있는 BARBARESCO 등이다.

주요 도시로는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TORINO가 경제의 중심지이고 알바(ALBA)는 와인 산지의 중심지이자 트러플(Tartufo, 송로버섯)의 집산지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와인은 당연히 BAROLO와 BARBARESCO! 이탈리아의 모든 DOC와 DOCG 등급 와인 중 17% 이상이 여기서 생산되며 4개의 DOCG가 있는데 BAROLO, BARBARESCO, GATTINARA, GHEMME 등이다. 2007년 기준으로 바롤로 1천만 병, 바르바레스꼬 4백3십만 병, 돌체토와 바르베라 등을 블렌딩한 네비올로 달바가 4백만 병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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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를 부흥시킨 세 차례의 르네상스

그리스 시대부터 포도재배를 시작하여 18세기에는 이미 천 년이라는 포도재배의 역사를 자랑한다. 18세기 초부터 이탈리아 왕국이 통일을 이루던 1861년까지 토리노의 귀족 가문과 지배층이던 사보이 가문 사람들이 바롤로 지역을 지배하며 최초의 드라이 레드 와인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 와인들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리었다.

이들의 와인양조 방식은 프랑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를 보면 대부분 바롤로의 탄생을 줄리에타 팔레티(Giulietta Falletti)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1800년대 초반 바롤로 마을의 후작 부인이던 그녀는 프랑스 양조학자인 루이 우다르(Louis Oudart)의 도움을 받아 네비올로 포도를 가지고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개발했다. 또한, 피에몬테의 주지사이자 이탈리아 왕국 통일에 일조한 지도자 - 카밀로 벤조 디 카부르(Camillo Benso Cavour) 백작이 우다르를 알바 지역에 파견시킴으로써 바롤로의 탄생에 기폭제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오늘날의 바롤로 지역을 지정한 사람은 통일 이탈리아 최초의 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e II)로, 그의 아들 에마누엘레가 세라룽가 근처의 폰타나프레다(Fontanafredda)라고 불리는 가족 별장 근처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폰타나프레다는 바롤로 DOCG에서 여전히 가장 유명한 생산자임은 물론 가장 바삐 돌아가는 곳 중 하나다).

이후 피에몬테 지역에는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마르티니 & 로시나 간치아와 같은 대규모 상업용 와인하우스들이 19세기 후반에 생겨났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더 많아져 ‘와인 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발달했다. 1950년대~60년대에 격변을 겪으며 많은 농가들이 일자리를 찾아 시골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는데도 알바와 아스티 같은 지역의 와인 양조업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날 빈티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100년 이상 되는 와인하우스들(보르고뇨(Borgogno), 피오 체사레(Pio Cesare)와 같은 바롤로 와인 양조업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이 많이 남아 있다. 단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만이 양조하는 데 방해가 되었을 뿐이다.

60년대 들어 ‘이태리 와인의 1차 르네상스’로 불리는 전성기가 찾아온다. 이 시기에 1963년 DOC체계가 도입되었고 슈퍼 토스칸(super Tucan)이 출현하였다. 80년대 들어 두 번째 르네상스가 도래하였는데, 그 유명한 ‘바롤로 전쟁 BAROLO WAR’이 시작되어 질적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21세기 들어 3차 르네상스가 펼쳐지면서 토착 품종에 대한 연구와 슬로베니안 큰 오크통 사용 등 전통의 장점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되살아났다. 4000년의 와인재배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불과 지난 20-30년 사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인 아이러니이다.


안개가 품은네비올로, 안개를 품은와인

네비올로(NEBBIOLO)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장소 특이성(생존에 적합한 특정장소에서만 자라는 성향)’을 가진 품종이다. 지금까지 세계 어느 장소에서도, 키우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들며 많은 노력이 필요한 네비올로 품종을 성공적으로 재배한 경우가 드물다. 최근에 미국에서 재배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그야말로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NEBIOLO.jpg네비올로는 수확기인 10월 말경 드리우는 ‘안개(네비아(Nebbia)’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밤낮 기온의 차이가 심할 때 나타나며 아침 안개가 자욱한 날의 한낮은 유난히 청명한 날씨가 되고. 낮 동안의 높은 온도와 충분한 일조량은 포도를 잘 익게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일시적으로 숙성이 멈춘다. 과일이 익어가는 기간에 이러한 현상이 반복 되면 열매는 더욱 견실해지고 당도는 농축된다.

네비올로가 재배하기 어렵고 극단적일 정도로 늦게 익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네비올로 생산자들은 9월 이후 내리는 비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10월말~11월까지 포도가 익기를 기꺼이 기다린다. 안개가 포도나무의 기온을 떨어뜨리면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아로마와 맛이 만들어진다.

네비올로는 포도알이 작고, 껍질은 두껍고 짙은 보라색을 띤다. 그래서 타닌이 풍부하다. 와인의 색상은 부드러운 암홍색으로 진하지 않은데 이는 오랜 시간 커다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 때문이다. 아로마의 특성은 말린 자두, 서양 자두, 감초, 송로버섯, TAR, 삼나무, 제비꽃, 장미향이 교차한다. 식물향과 동물향 등의 섬세한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적이며 사냥고기나 진한 치즈요리가 잘 어울린다. 주로 미디엄에서 풀바디한 와인이지만 대부분은 풀바디한 편이다. 그리고 위대한 보르도 레드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동안 저장할 수 있을 만큼 구조감이 대단히 좋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양조자들은 10년씩 기다렸다가 마시길 권했으나, 요즘에는 좀 더 이른 시기에 마실 수 있도록 부드러운 스타일로 양조하기 때문에 일찍 즐길 수 있다. 사실 현대인들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으면서 부담 없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찾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레드 와인은 시대에 뒤떨어진 골동품 같은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 현대 기술을 사용하는 와인양조자들이 거친 타닌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 후,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그다지 난해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거칠지도 않은 보다 단순한 와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글쓴이 _ 유경종
(주)바롬웍스ㅣ 와인북스ㅣ 와인북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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