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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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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누군가의 능력을 알려면 수영장에 밀어 넣은 다음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봅니다.”
 
어린 나이에 256년의 역사를 지닌 보르고뇨 와이너리의 경영을 맡게 된 안드레아 화리넷티Andrea Farinetti에게 소감을 묻자 이처럼 대답했다. 안드레아와의 인터뷰에서 필자의 첫 질문이 이러했던 것은 2010년 20살의 청년을 경영자로 받아들인 보르고뇨의 미래에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에 그와 나눈 대화는 이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와인은 경영자의 나이가 아니라 그가 만든 와인의 품질로 평가 받아야 합니다. 제가 회사를 맡게 된 후 2010, 2011, 2012 년 바롤로가 출시되었고 이 바롤로들은 로버트 파커나 와인스펙테이터같은 와인평가기관으로부터 95점을 상회하는 점수를 받았으며 연간 매출액도 100만 유로에서 350만 유로로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안드레아는, 이탈리아 유기농 푸드 마켓 체인인 Eataly 그룹과 13군데의 와이너리를 회원으로 거느린 비노 리베로 협회(Associazione Vino Libero)의 창시자이며 폰타나푸레다 와이너리의 회장인 오스카 화리넷티의 삼남이다. 알바 양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토리노 대학교 농업학과에 재학하던 중 부친으로부터 보르고뇨를 경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양조에 뜻이 있었던 안드레아는 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밀어 넣은 수영장에 빠진 아들은 질식하지 않고 수영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90년대 ‘바롤로 보이즈’ 이후 랑게 지역은 전통주의자와 현대주의자로 나뉘어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질풍노도의 시절을 지나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5년의 세월이 지난 후 바롤로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들은 자손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다. 안드레아는 바롤로2세들과 친구이며 동료 바롤리스트이기도 하다. 그와의 두 시간여의 인터뷰는 바롤로 와인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보르고뇨 와이너리의 핵심전략은 무엇인가?
 
보르고뇨에 첫 출근한 날 1982빈티지 바롤로를 맛보았다. 이 바롤로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나도 감동을 주는 바롤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결정의 첫 시작은 1990년대 이전의 보르고뇨로 회귀하는 것이었고 그 핵심은 시멘트 용기를 부활하는데 있었다. 현재 보르고뇨의 모든 와인은 시멘트 발효조에서 발효되며 일부 와인의 숙성도 시멘트 용기에서 이뤄진다.
 
또한 지속가능한 와인생산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보르고뇨의 모든 와인은 유기농법으로 생산되고 있고 2015년에는 유기농 인증마크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2016년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제한적으로 실시했다. 내가 선택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달, 행성의 움직임, 우주의 기운에 따르지 않고 실험에 바탕을 둔 과학적 농법이다. 최근에 해초와 오렌지 껍질을 섞어 만든 저항억제 효소를 개발했는데 식물이 자체적으로 자기보호 물질을 만들어내는 신기한 효소다. 작년에 칸누비 포도밭에 사용했는데 해충의 피해를 받지 않는 건강한 네비올로를 수확했고 2021년에는 나의 첫 바이오다이나믹 바롤로가 선보일 예정이다.
 
 
양조고등학교 출신의 경영자로 양조도 직접 한다고 들었다. 부족한 경험은 셀러 마스터들과 협력해서 보완한다던데 이 셀러 마스터들은 누구인가?
 
나는 셀러 마스터 외에 비냐 마스터(포도밭 전문가)와도 함께 일하며, 이들은 나에게 포도재배부터 양조에 이르는 과정에서 적절한 조언과 가르침을 준다. 비냐 마스터인 뱁페 발레티는 잎만 보고도 포도의 결핍 물질을 알아내며, 루제로 마질리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전문가다. 셀라 마스터는 충직한 무리스카 비치게와 뱁페 카비올라다.
 
가끔 나는 양조과정에 내 의견을 표명하고 그것을 관철시킨다. 시멘트 발효통 도입과 네비올로 포도의 장기침용이 그것인데, 침용을 3~4개월 해보자는 나의 제안에 뱁페 카비올라는 “정신나간 소리”라고 핀잔을 놓았다. 장기침용한 바롤로의 멋진 향기를 맡자 이제는 셀러 마스터들이 자발적으로 기간을 더 늘리자고 한다.
 
 
보르고뇨의 바롤로는 대형 오크통에서 장기숙성한 전통적인 바롤로 와인의 표상이다. '바롤로 보이즈’에 대한 견해와 ‘현대방식’ 및 '전통방식’ 바롤리스트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존재하듯 전통방식 바롤리스트가 없었다면 현대방식 바롤리스트란 단어조차 생기기 않았을 것이다. 바롤로 보이즈는, 생산자에 따라 품질이 들쭉날쭉하던 과거의 바롤로에서 어떤 바롤로를 선택하더라도 고품질을 보장하는 현재의 바롤로 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전통 혹은 현대방식을 따르던 그 결과가 최상이라면 상관없다. 와이셔츠를 입어도 우아하고 티셔츠만 걸쳤을 때도 우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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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고뇨의 대표적인 네비올로 와인. 왼쪽부터 No Name,
Barolo Fossati,Barolo Cannubi, Barolo Liste, Barolo Riserva
 
 
보르고뇨의 3대 크뤼급 바롤로가 동일 크뤼를 소유한 생산자들의 바롤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동일 크뤼밭의 바롤로지만 동료의 그것과 비교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보르고뇨의 세 크뤼밭을 설명하는 것으로 비교하는 것을 대신하고 싶다.
 
바롤로 마을은 1천 백만 년의 지질 역사를 가진 두 종류의 이회토 토양 위에 터를 잡고 있다. 하나는 엘베지아노 이회토인데 석회암과 점토의 밀도가 높아 골격이 튼튼하고 장엄하며 장기숙성에 적합한 바롤로를 낳는다. 또 다른 하나는 토르토니아노라 불리는 이회토인데 모래 비율이 높아 여기서 자란 네비올로로 만든 바롤로는 과일향기가 매혹적이며 혀에 와 닿는 자극이 순한 타닌과 균형 잡힌 구조가 특징이다.
 
보르고뇨의 포사티(Fossati)는 토르토니아노 토양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로 만들어져 섬세하고, 실크 같은 타닌과 구조감 그리고 숙성력을 지녀 여성들이 좋아하는 바롤로다. 반면 리스테(Liste)는 엘베지아노 토양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타닌의 힘, 골격, 구조감 등 선이 굵은 네비올로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칸누비(Cannubi) 바롤로는 바롤로 와인에 대한 모든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칸누비의 땅 표면의 30cm아래는 모래층, 그 밑의 2m는 점토층 그리고 두 층 사이는 석회석과 광물로 메워져 있다. 네비올로의 어린 뿌리는 모래층에서 우아함을, 석회층으로부터는복합적 향미, 수령이 오래된 굵은 뿌리는 점토층으로부터 구조감을 흡수한다. 칸누비는 젊음과 숙성의 상반성이 공존하는 야누스적 바롤로다.
 
 
보르고뇨에서 관심있는 바롤로 크뤼급 밭이 있는가? 그렇다면 향후 구입할 의사는 있는가?
 
바롤로 지역 내의 1헥타르 크기 밭의 가격은 3백 만 유로다. 1헥타르에서 평균 8천 병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볼 때 이런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건 모험이다. 그보다는 바롤로 지역 주변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합리적이다. '물둘레’ 이론이 있는데, 물에 돌을 던졌을 때 돌이 낙하한 곳을 중심으로 둥근 물결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즉 중심은 바롤로이며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먼 곳 순으로 포도밭을 구입하는 것이다.
 
바롤리스트인 나는 화이트 바롤로는 없는가에 줄곧 의문을 품어왔고 고심 끝에 리슬링 와인에서 해답을 구한 적이 있다. 보르고뇨 경영 초기에 알바 근교에 있는 포도밭(Madonna di Como)을 구입해 리슬링을 심었고 2012년에 첫 빈티지가 나왔다.
 
이후 우연히 발터 마싸라는 기인을 만났고 리슬링이 화이트 바롤로란 생각이 바뀌었다. 발터 마싸는 멸종 위기에 있던 티모라쏘 품종을 여러 가지 실험 끝에 복합적이며 장기숙성에 적합한 와인으로 변모시켰다. 내가 화이트 바롤로에 걸맞은 품종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몽페라토 서쪽에 위치한 3헥타르의 포도밭을 내게 소개해주었고, 현재 첫 수확한 티모라쏘로 만든 와인이 숙성 중이다.
 
 
No Name의 탄생 스토리,No Name이보르고뇨의 바롤로 와인과 다른 점에 대해 알려 달라.
 
2007년산 네비올로 와인 샘플을 바롤로 등급 적합 승인을 받기 위해 바롤로 와인 승인 기관에 보냈다. 결과는 부적합 판정이 났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나는 일년 후에 다시 샘플을 보냈다. 이 샘플은 일년 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와인이 숙성되던 오크통에서 다시 채취한 것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나는 이탈리아 와인규정의 모순됨에 항의하기로 했고 적합 판정을 받은 와인을 바롤로 대신 No Name으로 부르기로 했다.
 
No Name은, 바롤로 DOCG 등록을 목적으로 숙성 중인 네비올로 와인 중 일정량을 따로 분리해 DOC급 Langhe Nebbiolo로 한 등급 낮춘 와인이다. 보르고뇨 바롤로는 52개월 숙성을 하지만 No Name은 그보다 12개월 짧은 40개월 숙성시키기 때문에 '유사 바롤로’인 셈이다.
 
No Name은 바롤로가 부담스러운 네비올로 와인 초보자를 상급와인으로 안내하는 길잡이 와인이며 가벼운 전채요리나 아페리티프와도 마실 수 있는 캐주얼한 와인이다.
 
 
바롤로 와인의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총 2046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에서 매년 1300만 병의 바롤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바롤로 지역 내 포도재배 가능 유효면적은 이미 네비올로로 덮여있고 확장가능 면적은 줄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양보다는 품질에 집중하고 지속가능한 와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와인 소비시장을 세분화해서 바롤로 고객층을 분류한 다음 표적 시장화하여 집중 마케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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