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빈이탤리(Vinitaly)가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베로나에 있는 베로나피에레(VERONAFIERE) 전시장에서 열렸다. 총 91,140평방미터에 달하는 전시장에는 약 4천여 개의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약 15만 명 이상의 와인애호가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방문객 수는 2014년의 15만 5천 명에 비해 약간 감소했지만 주최 측은 해외 방문객이 2014년의 5만 5천 명에서 올해는 5만 6천 명으로 늘었고 방문 국가 수도 전년도의 120여 개국에서 20개국 늘어난 140여 개국이었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방문객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곳을 찾은 필자는 숫자 차이로 오는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티켓을 예매했음에도 입장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렸고 점심시간 때 레스토랑 정문 앞의 줄은 얌체 손님의 새치기 때문에 허기짐에 비례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러함에도 와인공부를 시작한 후 매년 이맘때면 전시장행 셔틀버스를 타려고 밀치락달치락하는 군중들 틈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탈리아 전국에서 몰려든 522종류의 와인과 이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이탈리아 와인문화의 축소판 빈이탤리는 이런 불편함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
갈 때마다 새로운 와인을 새록새록 발견하는 재미 때문에 빈이탤리에 5년 연속 개근을 했다. 똑같은 전시장에서 아는 와인만 시음하는 게 싫어 전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덕분에 몇 가지 빈이탤리 즐기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했다. 5년 개근생이 발로 터득한 노하우가 빈이탤리 관람을 계획하는 와인애호가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바람으로 호기 있게 나누려 한다.
■ 빈이탤리 제대로 즐기기
빈이탤리를 즐기는 첫째 방법은 베로나피에레의 크고 작은 17군데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간과 무릎관절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해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state) 별 전시장 분위기도 즐기면서 테마를 정해서 이탈리아 와인 여행을 떠나는 거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빈이탤리 관람은 베로나 고(古) 시가지를 가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대 로마 때 지어진 아레나 경기장이 마치 어제 지어진 것처럼 당당히 서 있는 브라광장(Piazza Bra)과 그 동쪽으로 난 길 비아 마찌니(via Mazzini)의 얼음처럼 맨질맨질한 대리석 길을 따라 산책해 본다. 이 거리를 가다 보면 모자 문장이 새겨진 아치형 문 밑으로 무질서하게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는 인파를 발견하게 된다.
▲ 줄리엣의 집’ 안뜰에 세워진 줄리엣 동상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연인들로 붐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카풀렛 가문이 소유했다고 하는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에 들어가려는 관광객이 만든 무질서다. 여기에 휩쓸려 들어간 안뜰에서 한 소녀 동상 앞에서 사진 찍으려고 서 있는 긴 줄을 발견하면 당신은 관광안내소의 도움 없이 줄리엣의 집에 제대로 도착한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을 시도하는 데 이탈리아 와인규정에 대한 약간의 상식은 도움이 된다. 1963년 와인 등급이 생긴 후 이탈리아에는 현재까지 총 522(이탈리아 농업식품청(ISMEA) 집계, 2012년)개의 와인 등급이 있고 이에 따라 생산되는 와인이 522종류이다. 2015년 빈이탤리에 4천여 개 업체가 참여했으니 출품된 와인 수는 상상 이상이다. 등급을 획득한와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는 피에몬테로 58종류, 그 뒤를 이어 토스카나 주가 56종류, 베네토 주가 50여 종류이며 와인 등급 보유 수와 전시장 크기는 비례한다.
우선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와이너리 부스에 찾아가는 것이다. 보통 전시장 입구마다 서 있는 안내판에서 와이너리 이름과 번호를 찾을 수 있다. 만일 여기에 없다면 그 와이너리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다른 부스를 둘러 본다. 회사 로고와 와인으로 장식된 대형 전시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대부분의 부스는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곳에 스탠딩 시음대가 있고 담당 직원이 와인 시음과 설명을 도와준다. 좀 더 심도 있는 시음을 하려면 안쪽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 느긋하게 앉아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선을 줄이면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와인컨소시엄이나 상공회의소(Camera di Commercio) 부스에 가면 된다. 와인컨소시엄 부스 간판에는 Consorzio 또는 Consorzio Tutela 란 단어 뒤에 와인 이름이 따라온다. 상공회의소 경우는 상공회의소란 뜻의 Camera di Commercio 와 도시 이름이 나란히 온다.
▲ 대형 와이너리 부스 안에 설치된 전용 시음 까페.
이탈리아 와인 규정상 특정한 등급을 가진 와인은 해당 와인컨소시엄과 여기에 가입한 회원들을 두고 있다. 그래서 와인컨소시엄 부스에 가면 다양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무한정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와인을 예로 들면 Soave 와인은 Consorzio Tutela Vini Soave, 모스카토 다스티는Consorzio dell'ASTI컨소시엄이다.
▲ 바르베라 다스티 컨소시움(Consorzio Tutela Vini Barbera d’Asti)부스
전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서 위치 정보를 찾지 못할 경우 안내데스크로 문의해 본다. 시음해보고 싶은 와인이 있는데 이를 생산하는 와이너리 이름을 모르거나 특정 품종으로 만든 와인과 그 생산자를 찾을 수 없을 때 안내데스크는 요긴하다. [빈이탤리 VINITALY 현장에 가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