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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Montepulciano d’Abruzzo
 
 
몬테풀차노 다브루조와인이야기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반도 북쪽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알프스 산맥은, 서쪽 끝 지중해를 지척에 두고 그 끝자락을 날렵하게 반도내부로 돌린 후 아펜니노 산맥에 흡수된다. 이탈리아 반도 중심부를 내리꽂는 아펜니노 산맥은 이탈리아 중앙을 지나면서 폭이 넓어지는데, 이 부분을 그란 사쏘(Gran Sasso, 해발 2600미터로, 아펜니노 산맥 중 제일 높은 봉)라 부른다. 그란사쏘산은 동쪽으로 아브루조주(州)를, 서쪽으로 움브리아주와 라찌오(Lazio)주를 맞대고 있다. 로마시대 때, 로마에서 아드리아해로 물자와 인력을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이곳에 티부르티나(via Tiburtina) 가도와 사라리아(via Salaria) 가도를 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에서 뿌리가 뻗어나가 듯 수 많은 샛길이 생겨났다.
 
 
1. 과거
 
이 길을 통해 그란사쏘산 서쪽의 발달한 문명과 문물이 동쪽으로 넘어왔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5월이면 등짐장수, 품팔이 노동꾼, 포도주를 담은 나무통과 산 동쪽에서 나는 특산물(올리브오일, 모섬유)을 가득 실은 긴 수레행렬이 서쪽으로 향했다. 뿐만 아니다. 이보다 훨씬 이전에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로마를 우회해서 공격하려는 전략적 계산으로 그란사쏘를 넘어 지금의 아부르조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스의 대역사가 플루타르코스가 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의하면, 한니발 장군은 로마 공격을 앞두고 행군에 지친 군사들에게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마시게 함으로써, 그들의 원기를 회복시키고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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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2천년 후 상황은 변했고, 한니발과 그의 군사들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던 아브루조 와인은 거꾸로 그란사쏘를 넘어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의 경제는 급속도로 회복되었고, 대도시에는 덩달아 ‘트라토리아(trattoria)’나 ‘부까(bucca)’라 불리는 토스카나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런 곳은 주머니가 가벼운 일용직 노동자, 교직자, 예술가들이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까닭에 늘 북적거렸다. 이들이 주로 마신 와인은 맛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끼안티 와인으로, ‘농장에서 만든 끼안티(Chianti di fattoria)’ 또는 ‘아빠가 만든 끼안티 (chianti del mio babbo)’로 불렸다.
 
그러나 끼안티라 믿고 마셨던 이 와인이 사실은 ‘몬테풀차노 다브루조Montepulciano d’Abruzzo’ 포도로 만든 와인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긴 원인은 다음과 같다: 끼안티 와인을 생산하던 농부들이 포도밭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갔기 때문에 끼안티 와인 생산량은 감소한 반면, 도시로 갔던 농부들이 귀향하던 아부르조주에서는 몬테풀차노 와인 생산량이 점차 늘어난 것이다. 한편 몬테풀차노 와인을 유명한 끼안티 와인으로 속여 팔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산조베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대표적인 향기인 비올라(바이올렛)와 체리향기를 내면서도 보디감과 산미감도 구분되지 않을 만큼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등급이 생기기 전이었던 당시, 두 와인의 허위 여부와 생산이력제는 엄두도 못냈던 시기라 이런 편법이 통했던 것이다. 게다가 몬테풀차노 품종이 산조베제 품종과 전혀 다른 품종임은 최근에 와서야 밝혀졌고, 문제의 품종이 언제, 어떠한 경로로 아브루조주에서 재배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신빙성 있는 기록도 불충분했다. 1906년 이탈리아의 저명한 품종학자인 G. 모론(Girolamo Molon 1860~1937, 포도학자 겸 농학자)조차도 이 품종을 산조베제로 분류했고 일명 산조베티(Sangioveti)로 불렀다.
 
품종명에 포함된 ‘몬테풀차노’ 라는 단어 때문에, 최근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와인은 다시 한번 이목을 끌게 되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2년에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 와인* 조합”과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와인** 조합” 협회장은 ‘상호협력각서’에 서명했는데, 이러한 공동성명은 의미가 매우 깊다. 왜냐하면 토스카나주에 몬테풀차노라는 지역이 생긴지 1500년이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브루조주에서 그 이름을 포도품종에 사용함으로써,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킨 것에 대해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 와인조합’ 측이 40년 동안 줄곧 항의해왔던 것이다.
 
*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토스카나주의 몬테풀차노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 이름
** 몬테풀차노 다브루조(Montepulciano D’Abruzzo): 아브루조주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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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던 양방간 싸움은, 미국의 ‘주류, 담배, 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lcohol, Tobacco Tax and Trade Bureau)’이 미국의 와인생산자들도 몬테풀차노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일단락을 맺었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에 위기감을 느낀 이탈리아의 양측 와인 조합이, 논쟁을 접고 미국이라는 거인과 경쟁하기 위해 협조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사실 이 두 조합이 마찰을 빚어 온 것은, 아브루조주와 토스카나주가 수 세기에 걸쳐 문화,경제적으로 밀착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부루조에서 옛날부터 재배되던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토스카나의 지역이름(몬테풀차노)으로 불리게 된데는 다음과 같은 추측이 있다.
 
1685년에 토스카나 출신의 의사이자 자연과학자인 프란체스코 레디는, 바커스 신과 요정 아리아드네가 토스카나의 몬테풀차노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은 ‘토스카나의 바커스 신(Bacco in Toscana)’이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유럽의 많은 군주들과 지식인을 감동시켰는데 그 중에는 영국의 왕 윌리암3세도 있었다. 이 시에 감명받은 윌리엄3세는, 왕실에 와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온 이들을 토스카나 대공국으로 보내 몬테풀차노 와인을 본국으로 가져오게 했다. 이후 바커스신 숭배문화는 아부르조의 시인들(예를 들면 베르나르도 바레라Bernardo Valera 같은)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토스카나 문화에 심취하게 된 이 시인들은 비슷한 류의 시를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몬테풀차노라는 혼란스러운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추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행하는 것을 따라 하려는 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옛날 이탈리아에서는 맛있는 소고기 요리는 ‘끼아니나 스테이크’로, 우수한 화이트 와인은 ‘말바시아 와인’으로 동일화시키곤 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으로 불렸던 아브루조 와인이 당시 유행하던 몬테풀차노 와인 이름을 흉내 내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2. 현재
 
이탈리아 토착품종 중에는, Greco di Tufo, Lambrusco di Sorbara, Vernaccia di San Gimignano처럼 주로 재배되는 지역의 이름과 나란히 붙여 불려지는 것들이 꽤 있다. 한편 품종명에 주(州)가 들어간 것도 있는데 Trebbiano Toscano, Verduzzo Friulano 등이 그 예이다. 이 때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은 후자에 속하는데, 이름에서 암시하듯 아부르조주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아브루조주에는 총 32,725 헥타르의 포도밭이 있으며 그 중 57%인 19,000헥타르에서 몬테풀차노 품종을 재배한다. 와인생산량은 800,000헥토리터로, 끼안티에 이어 가장 많이 수출되는 이탈리아 와인이며, 2007년에는 845,491헥토리터를 수출해 끼안티 와인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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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와인은 그 이름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을 야기했으나, 1793년의 믿을 만한 기록에 Monte-pulciano라는 품종이 명시되어 있고 당시 많이 재배되던 Lacrima, Cornetta, Malvasia품종과 나란히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1800년대의 철학가이자 문학가였던 미켈레 토르챠(Michele Torcia)는 “아브루조의 양지바른 땅에서 최상의 포도가 자라고, 스카노 마을의 차가운 와인 창고에서 몬테풀차노 와인을 병에 담는다”라고도 했다. 한편 1800년대 아부루조 출신의 역사학자 Panfilo Serafini는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을 두 가지로 구분했는데, 하나는 primutico(또는 primaticcio, 현재의 산조베제 그로소(Sangiovese Grosso)와 동일한 품종), 다른 하나는 펠리냐 계곡이 원산지로 알려진 cordisco(또는 tardivo, 지금의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이다.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은 아부르조주의 서쪽을 차지하고 있는 아펜니노 산맥과 아드리아 해안 사이에 펼쳐져 있는 언덕에서 90% 가까이 재배되며, 나머지는 아펜니노의 낮은 경사면에서 재배된다. 주요생산지는 페스카라(Pescara), 키에티(Chieti), 테라모(Teramo), 라뀔라 (L’Acquila)지역이다. 이 품종을 주재료로 해서1개의 DOCG와 5개의 DOC 와인이 생산되는데, 아브루조주 전체에서 DOCG등급이 1개, DOC 등급이 8개임을 고려할 때 이 품종이 차지하는 위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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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한 레드 와인의 경우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을 70%~95%까지 사용하며 나머지는 산조베제 품종을 혼합한다. 단, 새로 생긴 Ortona DOC, Torre Tollesi DocOC, Villamagna DOC 와인의 경우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 함량을 최소 95%로 규제함으로써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단독 품종 와인’을 지향한다. 한편 체라수오로 다브루조(Cerasuolo d’Abruzzo) DOC 와인은 이탈리아 로제 와인 중 가장 골격 있으며, 향기와 맛이 숙성 초기의 레드 와인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노벨로(햇와인), 그리고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포도를 좀더 늦게 수확하여(포도를 과숙시켜) 만든 달콤한 파시토 와인도 있다. 아래 표는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으로 만든 주요 와인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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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은 아브루조주에서만 효자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근접한 여러 주 에서도 재배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좋아 원산지 못지 않은 우수한 와인을 만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르케(Marche)주의 Conero DOCG, Rosso Piceno DOC, 움브리아(Umbria)주의 Colli Amerini DOC, Colli Martani DOC, Offida DOC, Orvietano Rosso DOC, 풀리아(Pulia)주의 Castel del Monte DOC, San Severo DOCG와인이며, 이 경계지역은 아브루조주를 구심점으로 거대한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와인의 동심원을 형성한다.
 
아부르조주의 토양은 회색빛 도는 석영과 운모가 섞인 화산재 지형 그리고 석회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있는데,둘 다 땅의 밀도가 단단해서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품종이 자라기 적절하다. 아드리아 해안이 가까울수록 강수량은 줄어들며 기온은 연중 12~16도 사이이고, 아펜니노 산맥으로 갈수록 대륙성기후가 나타나며 기온이 연평균12도로 낮아지는 반면 강수량은 많아진다.
 
몬테풀차노 다브루조는 안토시안 색소가 풍부해서 숙성 초기의 와인은 검은색을 띨 만큼 진하고, 잔 주위에 촘촘하게 와인 눈물이 흘러내리는 지점은 루비빛의 매혹적인 색을 띤다. 와인은 숙성될수록 어두운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한편 와인의 향은 흑자두, 체리, 베리를 오랫동안 끓여 만든 듯한 잼 향기와 아몬드, 각종 향신료, 비에 젖은 숲 향기가 조화롭게 피어 오른다. 매우 드라이하며 혀와 목에 닿는 알코올 기운은 뜨겁고 타닌도 강하다. 이렇게 강한 타닌은 오히려 몬테풀차노 다브루조 와인의 다양한 향기를 깨워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므로,굳이 작은 용량의 바리크통에 숙성시켜 타닌을 억제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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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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