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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어둠의 선물, 스푸만테 [2]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1월의 햇빛이 따사한 어느 날 처음으로 방문한 카넬리 지역은 스푸만테의 최대산지라는 명성답게 신선하고 발랄했다. 콘트라토 와이너리의 입구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지어졌다. 마케팅 담장자이자 와이너리 안내자인 루카 치리우티(Luca Cigliuti)의 안내로 한 시간에 걸친 지하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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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의 정원을 따라 난 긴 홀의 끝에는 지하셀러 입구가 있었고, 입구 왼쪽 벽에는 콘트라토 스푸만테 전속 모델을 그려놓은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다.
 
모델은 스푸만테의 흰 거품으로 넘쳐나는 쿠페(coupe) 글라스를 들고는 날 듯이 걸어가고 있다. 1925년 광고화가 카피엘로(Cappiello)의 작품으로, 이 모델은 상상속에 나오는 환희의 여신을 실물로 표현한 것이다. 정보로 빽빽하게 채워진 일반적인 와인레이블에 익숙한 탓인지, 오래된 듯한 느낌마저 드는 이 포스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해를 등지고 어둠에 적응되지 않은 눈으로 더듬거리며 찾아낸 발 아래에 펼쳐진 세계는, 천장에 달린 희미한 전등이 발산하는 빛을 여러 각도로 반사시키고 있는 수 만 개의 병들로 가득했다.
 
벽돌로 덮인 셀러의 벽과 천장 때문에 원래의 토양(응회암)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토양은 그 독특한 기능으로 이곳의 온도를 일년 내내 13도로 유지시키고, 스푸만테에 독특한 맛과 향기를 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스푸만테 병들은'리퀴르 드 티라지(liqueur de tirage, 당분과 와인을 혼합한 것으로, 2차 발효를 촉진시킨다)’로 단단히 배를 채운 후, 푸피트르(pupitre)에 꽂혀 있거나 누운 상태로 다음 순서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최소 3~4년을 어둠과 벗한 후 태어난 스푸만테는 '펑’ 소리와 함께 솟아오르는 거품으로 단 몇 초 안에 요란한 생을 마친다. 긴 기다림이 만든 탄생과 짧고 소란스런 최후가, 마치 사뭇 다른 두 얼굴의 와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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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의 중심부에는 일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리무아주(remuage, 침전물을 병목에 모으기 위해 병을 돌려주는 작업)를 하고 있는 직원이 보였다. 마우로 페레로(Mauro Ferrero)씨인데, 1978년부터 콘트라토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페레로는 병숙성과 리무아주, 데고르주망, 도자주 주입등 스푸만테 전 생산과정의 책임자인데, 콘트라토의 와인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한 판의 푸피트르에 꽂혀있는 240여개의 병을 2분 만에 똑같은 방향과 각도로 회전시켰다.
 
리무아주를 2~3일에 한 번씩, 약 4주에 걸쳐 반복하면 데고르주망(degorgement, 침전물을 제거하는 단계)할 때가 된다. 몇 년전까지 만해도 수작업으로 데고르주망을 했는데 하루에 2000병을 소화냈다고 한다. 페레로는 데고르주망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필자를 위해 즉석에서 데고르주망을 시연해 보였다. 송곳으로 병마개를 따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포가 밀려나왔고, 스푸만테가 반쯤 남은 병을 두드리자 물기둥처럼 3m 높이로 기포가 솟아올랐다. 올해로 35년 차인 페레로는, 안내자는 물론 콘트라토의 새 주인인 조르죠 리베티(Giorgio Rivetti)보다 스푸만테에 더 정통한 장인이었다. 시연을 마친 페레로는, 콘트라토가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겪었던 짧지 않은 수난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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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당시 콘트라토의 스푸만테는 그 당시의 관행을 따라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들어졌고, 1910년 즈음 약 100여 명이 고용되어 연간 백만 병의 와인을 생산했다고 한다. 콘트라토의 주요 고객은 바티칸과 이탈리아 주요 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1920년대에 콘트라토는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이탈리아 최초로 같은 해에 수확된 포도로만 만든 밀레짐 스푸만테 'Contratto Extra Brut’를 선보였다. 이는 영국왕실을 겨냥한 것으로, 왕실의 귀족들은 당시 마시던 달콤한 샴페인에 실증이 나던 참이었다. 이를 눈치챈 콘트라토는 도자주(le dosage, 데고르주망 이후 빠져나간 와인만큼 다시 채우는 것) 과정에서 당분 함량을 줄인 ’For England’를 영국왕실에 소개했다. 영국인들의 스파클링 와인 취향을 좀더 드라이한 입맛으로 바꾸는데 기여한 'For England’는 아직도 콘트라토 와이너리의 플래그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콘트라토는 이후 1, 2차 세계대전으로 심한 불경기를 겪었고, 설상가상으로 1970년대 이후 이웃인 롬바르디아 주에서'카델 보스코(Cadel Bosco)’를 선두로 샴페인 양조방식을 도입한 프란차코르타Franciacorta가 생산되면서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잃게 되었다. 결국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자, 콘트라노는 창립 후126년 만에 증류주 회사인 보끼노Bocchino 사에 의해 매각되고 말았다. 스푸만테보다는 드라이 와인 생산에 관심이 많았던 새 주인은, 기존시설을 재정비하고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바르베라, 모스카토 다스티, 가비 와인 등 전형적인 피에몬테 와인 생산에 주력했다. 보끼노는 18년 후 콘트라토의 상징인 지하셀러를 개조한 후 라 스피네타 La Spinetta 와이너리에 매각해 버렸다.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확장으로 창립 30년 만에 피에몬테의 떠오르는 별로 부상했다. 모스카토 다스티 생산자로 시작한 라 스피네타는 현재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바르베라, 프랑스 화이트 품종 와인(Piemonte DOC Chardonnay) 등 피에몬테의 주력와인을 섭렵하고 있다. 또한, 피에몬테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토스카나 주 테리촐라(Terriciola) 마을에 와이너리를 구입함으로써 피에몬테 외부로까지 확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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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콘트라토의 주인이 바뀌지않길 바라면서 지하2층 입구에 도달했다. 지하2층 셀러는 1층에 비해 차갑고 습기 찬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은 1층과는 달리 외부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1층처럼 내부는 벽돌로 덮여있으나 응회암이 드러난 곳도 더러 있고, 포장되지 않은 바닥에서는 걸을 때마다 먼지가 일었다. 1층의 스푸만테와는 다르게 먼지와 거미줄을 두껍게 뒤집어 쓰고 있는 병들 중에는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든 것도 있었는데, 생산연도는 알 수 없었고 다만 콘트라토의 전성기 때 (1900~193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될 뿐이었다. 이 특별한 와인들은 판매용은 아니며, 아주 특별한 행사나 중요한 손님이 올 때 한 병씩 개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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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세계에서 이뤄지는 스푸만테의 마술을 경험한 후 가진 스푸만테 시음은 각별했다. 콘트라토의 모든 스푸만테는 150년 전의 전통에 따라 '올트레포 파베제(롬바르디아 주)’에 있는 포도밭에서 키운 피노 누아와 카넬리 근교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로 만든다. 콘트라토의 스푸만테는 지하셀라에서 최소3년 이상의 병숙성을 거치는데, 특히 Contratto Millesimato, For England Pas Dose Blanc de Noir, For England Rose는 4년의 병숙성을 거친다. 필자가 시음한 와인에 대한 설명으로, [어둠의 선물, 스푸만테]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 2008년 빈티지 Contratto Millesimato
피노 누아 80% 와 샤르도네20%가 블렌딩되었으며, 포도나무의 수령은 40년 이상 되었다.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었고, 도사주(dosage) 대신 기본와인을 혼합해 스푸만테 본연의 맛을 지키고자 하였다. 투명한 금색 사이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작은 기포는 영롱하며, 잘익은 복숭아, 살구 냄새가 기포와 함께 강하게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 아몬드, 헤이즐넛 등의 향기가 은은하게 발산된다. 작은 기포가 혀를 간지럽히고, 상쾌한 산도는 기분 좋게 느껴진다.
 
◇ 2009년 빈티지 Blanc di Blancs
샤르도네만 사용한 와인으로, 피에몬테의 코스티리오레Costigliole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했고, 효모 앙금 위에서 30개월 숙성시킨다. 이 와인을 잔에 따르자마자 사라지는 기포가 아쉽다. 희미한 녹색이 도는 투명한 색이 강한 산도를 예감케 하나 실제로는 상큼한 정도에 그친다. 자몽을 비롯한 감귤류 향과 토스트한 빵 냄새가 우아하게 조화를 이룬다.
 
◇ 2008년 빈티지 Contratto For England pas Dose Blanc de Noir
1930년대 영국왕실의 입맛을 드라이하게 바꿔 놓은 주인공이다. 피노 누아로만 만들었고 포도나무 수령은 40년 이상이다. 지금도 80년 전의 전통에 따라 도사주를 하지 않는다. 익힌 사과 냄새가 옅은 생강 냄새로 변하는 것이 인상적이며, 크로와상 같은 달콤한 버터빵 냄새가 화사하다.
 
◇ 2008년 빈티지 For England Rose
피노 누아만 사용하였다. 양파껍질 색깔이 눈을 사로잡으며, 한 모금 정도 남은 잔에서도 계속 솟아오르는 기포가 인상적이다. 붉은 색 베리류의 향이 우아하고, 가냘프지만 견과류의 풍미도 지니고 있다. 적절한 보디감과 원만한 산도 때문에, 양념이 강하지 않은 육류 요리나 생선튀김과 잘 어울릴 것이다.
 
◇ De Miranda Asti Spumante
모스카토 비앙코로 만든 달콤한 스푸만테.'환희의 여신’이, 새 주인(라 스피네타)의 로고인 코뿔소에 자리를 내주었다. 150년 전 주제페가 스푸만테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사용하던 모스카토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만, 샴페인 양조방식이 아닌 샤르마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압력탱크에서 3개월 정도 발효시킨 다음, 곧바로 병입 하지않고 24개월 동안 스테인레스에서 숙성시켰다는 점이 기존 아스티 스푸만테와는 다르다. 레이블의 코뿔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배, 사과, 살구의 아로마가 짙고, 꿀 향기 때문에 마치 꽃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네랄과 산도가 와인의 단맛을 덜 느끼게 하고, 복합적인 향은 입안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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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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