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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프리미티보와 네그로 아마로가 전부라고?
 
 
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 [4]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살렌토Salento 지역
 
‘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의 마지막 글이다. 이 글에서는 흔히 장화로 비교되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구두굽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살렌토 지역을 살펴보기로 한다. 살렌토는 우리나라처럼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메사피아 반도’라 불리기도 한다. 메사피아는 기원전 8세기경 살렌토 지역에 거주하던 고대민족의 이름으로, 후에 그리스인들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그리스 식민지(마그나 그라이키Magna Graecia = 大그리스)로 편입되었다가 기원전 3세기경 로마인들에게 점령되면서 라틴 제국으로 편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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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풀리아주의 온도는 40도 이상을 쉽게 웃돈다. 이러한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반도라는 지리적 유리함은 살렌토 지역을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만들었다. 동쪽은 아드리아티코해, 남쪽과 서쪽은 이오니아해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은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크다. 이는 더운 날씨로 인해 단기간에 포도성장이 촉진되어 과숙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포도가 천천히 자라도록 함으로써 아로마와 불휘발성 성분이 풍부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살렌토 지역의 미세기후에 자극 받아,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곳을 '포도의 땅’이란 뜻의 “에노테리아Enoteria”로 불렀다. 로마공화정 때는 와인이나 포도나무를 새겨 넣은 주화도 따로 주조했다고 하니, 이곳에서 와인이 차지했던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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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칸디도Candido 와이너리는 브린디시에서 25km 정도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방문 약속시간도 오후 6시라, 짬을 내어 브린디시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브린디시의 주요 유적지가 몰려있는 시내는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브린디시란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사슴머리’를 뜻하는데, 2000년 전에는 지금의 항구가 있는 해안선의 모양이 사슴의 두상과 비슷해서 지어진 별명이다. 지금은 그리스, 터키, 알바니아로 가는 여객선으로 꽉 차있어 원래의 형태를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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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8세기경에는 이곳에서 올리브오일이나 와인이 담긴 암포라를 가득 실은 배들이 그리스, 이집트, 흑해로 출항했다고 한다. 거대한 선박을 뒤로 사자상을 받들고 있는 원형기둥이 아드리아티코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이 사자상은 아피아 가도(via Appia)의 종착점을 표시하는 상징이다. 아피아 가도는 로마공화정 시대에 식민지 지배가 수월하도록 군용물자 수송 목적으로 지어진 로마의 가도 중 하나로, 로마에서 시작되어 브린디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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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와 해로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브린디시는 수 많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된 곳으로,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던 십자군 원정대의 출발과 귀향지였으며, 성지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했기 때문에 동서문화의 접촉이 활발이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예루살렘에 있는 성모 교회를 그대로 본 따서 지은 '산조반니 신전 Tempio di San Giovanni’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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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도로는 폭염 때문에 텅텅 비어 있고, 유적지 매표소나 커피숍도 예외는 아니다. 정문에는 오후 4시 이후에 가게를 연다는 안내판만 걸려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없어서, 시내 주차장은 12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서야 와이너리 예약담당자가 방문시간을 오후 늦게 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시간대에는 브린디시 주민들은 나무로 된 곁창문을 단단히 잠궈 빛을 차단한 집안이나, 에어컨시설이 잘 되있는 실내에서 머무르면서 더위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린다. 건물의 그늘이 점점 길게 늘어질 무렵 우리는 남쪽으로 향하는 국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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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도(Candido) 와이너리는 1929년 프란체스코 칸디도가 설립했고 지금은 그의 손주인 알레산드로와 쟈코모 형제가 운영하고 있다. 칸디도 형제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사리체 살렌티노DOC 와인’을 생산하는 여덟 개 마을 중 기후와 토양조건이 최적이라고 알려진 '산 도나치San Donaci’에 있다.
 
사리체 살렌티노 DOC 와인 라벨을 달고 생산되는 와인은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로제와인, 스위트와인, 그리고 주정강화와인 등으로 다양하다. 화이트와인은 샤르도네와 피아노(fiano), 소비뇽블랑을 단독 사용하거나 블렌딩해서 만든다. 레드와인의 경우는 주품종인 네그로 아마로를 단독 사용하거나, 블렌딩할 경우는 말바시아 네라나 몬테풀차노, 프리미티보를 섞는다. 이 와이너리의 주력상품은 로제와인인데 95%의 네그로 아마로에 5%의 말바시아 네라를 블렌딩한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쟈코모 칸디도는 이탈리아 끝자락인 이곳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네그로 아마로와 말바시아 네라가 있었고, 이곳 평민들과 같이 동고동락을 나누었던 식구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브린디시와 그 위성도시는 고대부터 해상교통이 발달했던 관계로 해외의 포도품종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는데, 그중에는 그리스인들이 가져온 네그로 아마로와 말바시아 네라가 있다.
 
네그로 아마로는 라틴어로 '검다’는 뜻의 '니그라nigra’와, 그리스어로 '쓰다’는 의미의 ‘마브로mavro’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아마로 amaro’의 결합어로,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맛을 정확히 표현한다. 이러한 쓴 맛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로제와인을 만들 때 말바시아 네라, 정확히 말하자면 ‘말바시아 네라 디 레체 malvasia nera di Lecce’ 나 '말바시아 네라 디 브린디시malvasia nera di Brindisi’ 품종으로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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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두 레드품종의 결합이야말로 '사리체 살렌토 로제와인’의 우수함의 비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로제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로제와인 중 가장 우아하고 절제된 보디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쟈코모의 설명에 따르면 옛날부터 이곳에서는 지금의 로제와인과 비슷한 특별한 포도즙을 마셔왔는데, 이 포도즙을 '라크리마lacrima’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어로 '눈물’을 뜻하는 라크리마는, 이 와인을 만드는 기법을 의미하거나 주품종인 네그로 아마로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잘 익은 네그로 아마로 포도를 '팔멘토’라는 마을공동 양조장으로 운반한 후 압착기에 넣는데, 이때 포도알끼리 서로 으깨져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포도즙을 '라크리마’라고 한다. 잘 익은 네그로 아마로는 즙이 풍부하고 잘 으깨지므로 기계의 도움 없이도 즙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때 흘러나오는 모양이 마치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흡사해서 그렇게 불린다. 이렇게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포도즙만 따로 모은 라크리마는 약한 진홍빛이 도는 노란색에 가깝고 섬세하고 우아한 과일향과 꽃향기를 풍긴다. 과거에는, 막 추수한 포도가 선사하는 귀한 포도즙을 가족끼리 마시거나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다.
 
1920년대에 네그로 아마로는 풍부한 색소 성분과 타닌 때문에 블렌딩용으로 다른 포도에 비해 많이 선호되었는데, 양조자들은 포도를 최대한 압착하여 이러한 성분들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추출하고자 하였다. 덕분에 당시 네그로 아마로로 만든 와인은 거친 타닌과 쓴 맛만 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한편, 이 품종의 전혀 다른 얼굴인 라크리마의 부드러움을 잘 알던 농부들은 네그로 아마로로도 우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로 한다. 이들은 압착기로 살짝 눌러 흘러나온 포도즙을 최대한 짧은 시간 껍질과 접촉시킴으로써, 포도의 색상과 향기를 과도하게 추출하지 않고자 하였다. 그들은 이렇게 새로운 기법을 사용해서 만든 로제와인을 '스파까 비끼에레spaccabichiere’로 부르며 네그로 아마로에 대한 편견에 맞섰다.
 
이처럼 라크리마 전통을 이은 로제와인만이 풀리아와인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념은, 1950년대부터 적극적인 몇몇 생산자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출되었고 만족할 만한 성공도 거두었다. 칸디도 와이너리의 현재 소유자의 역시 풀리아 로제와인의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한 사람 중 하나라며, 쟈코모는 자랑스럽게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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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코모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이곳의 주력와인인 네그로 아마로로 양조한 로제와인과 드라이와인을 시음하는데, 살렌티노 지방 고유의 요리가 곁들여진다. 홍합회에 레몬즙을 살짝 뿌린 '꼬제 크루도’와 만두와 모양이 비슷한 '판제로띠’가 그것인데, 판제로띠 속을 채운 재료가 각양각색이라 그 다양한 맛을 보는 재미도가쏠쏠하다. 이 요리들은 마치 '사리체 살렌티노 로제와인’을 위해 탄생한 것처럼 정말 와인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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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뜨게 하는 매혹적인 장미빛을 띠며 신선하고 풍부한 꽃 향기가 화사한'레 포젤레Le Pozzelle’ 로제와인은, 조상들의 양조기법을 그대로 재현한'현대판 라크리마’라고 쟈코모는 자신 있게 권한다. 이 로제와인은 네그로 아마로와 말바시아 네로의 줄기와 잎을 제거한 후 약 20시간 정도 저온에서 침용한 뒤, 부드럽게 압착해서 나오는 포도즙 중 40%만 선별해서 별도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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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아주 와인정리>
 
 
풀리아주는2012년 12월 현재 총 4개의 DOC G와 28개의 DOC 를 보유하고 있으며 피에몬테주, 베네토주, 토스카나주, 롬바르디아주와 마르케주에 이어 등급순위 6위를 차지하고 있다.(자료참조 www.lavin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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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와인 유학 및 여행 전문 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근무.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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