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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프리미티보와 네그로 아마로가 전부라고?
 
 
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 [1]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는 유난히 풀리아식 억양으로 이탈리아어를 말하는 이웃이 많다. 1900년대 초 토리노에 피아트(FIAT) 자동차 공장이 생기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풀리아 지방 사람들은 거대한 엑소더스에 비교될 만한 기세로 피에몬테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긴 겨울 추위와, 피에몬테 우월주의에서 비롯한 이곳 사람들의 멸시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정착해 어느덧 3세대 이민 역사를 맞이하였다.
 
필자의 이웃들은 그런 부류의 가족사를 가진 풀리아 이민자 2, 3세대들이다. 그들은 타향에서 그 나름대로 성공을 이루었고, 그들의 뿌리인 뜨거운 풀리아 풍습을 이탈리아 북서끝에 소개하는데 한 몫을 했다. 그들의 문화 전달자 역할은 피에몬테 이곳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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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노 중심가와 수페르가(Superga) 성당
 
 
그들은 오랜 타향 생활에도 불구하고 버터보다는 올리브 오일을, 고기나 치즈, 리조또보다는 생선과 야채, 파스타를 선호한다. 또한 같은 고향 사람끼리 만나면 그들만 알아 듣는 방언으로 이야기한다. 결혼을 해도 부모와 한 지붕에서 지내거나 부모 근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모여 살므로, 피에몬테에 동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피에몬테 속에 작은 풀리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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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보이왕국 정궁 파라쵸 레알레(Palazzo Reale) ⓒ Paulin Mar
 
 
큰 목소리로 수다를 떠는 이웃들을 보면서 이 풀리아인들이 새겨놓은 풀리아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숨막히는 8월의 폭염과 쪽빛 바다, 올리브 오일, 타랄리, 무청 소스에 버무린 오레끼에테 파스타(귓불모양의 풀리아 전통 파스타) ,스카모르자, 카네스트라토, 까초까발로 치즈 등, 압도적으로 농산물과 연관되어 있다.
 
또한 최근 이곳에서'프리미티보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와' 네그로 아마로(Negro amaro’)를 선두로 급성장하고 있는 풀리아 와인의 강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필자의 경험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데, 아마도 작년 여름 식구들과 함께 한 풀리아주 와인여행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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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리아주 전통식품
 
 
때는 8월. 이탈리아의 동해 바다쯤 되는 아드리아티코 연안의 시원한 바다 바람과 그 연안을 따라 형성된 고대 유적지, 가는 곳마다 맛있는 생선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고, 그 요리에 딱 맞는 로제 와인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유혹때문에 풀리아 일주를 결심했다.
 
일단 마음을 먹으니 목적지 선정과 가는 방법 등에 대한 조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특히 풀리아 주정부가 와인과 전통음식 투어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풀리아주 와인여행(Strada del vino)’ 웹사이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주요 와인산지별로 볼 것과 숙소, 가볼 만한 와이너리, 전통요리 등을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만 잘 이용해도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풀리아주 경험을 할 수 있다.
 
풀리아주는 장화 모양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반도의 발뒤꿈치에서 굽까지 해당되는 부분이며, 동서가 좁고 북단에서 최단까지 400km로 긴 직사각형 모양이다. 서쪽은 3개 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 위 아래로 긴 동해안은 아드리아티코해가 잔잔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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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아주는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면서 다우니아Daunia→무르제Murge→발레디트리아Valle d’Itria →살렌토Salento 지역으로 나뉘는데, 산과 물길에 따라 경계 지어진 자연적인 구분이기도 하지만, 이것에 따라 풍습, 음식, 그리고 지역마다 서로 다른 와인타입과 품종이 구분되는 문화적 분리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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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아 경험담을 풀어놓기 전에 잠깐 풀리아 와인 역사를 살펴보자. 기원전 2000년 경 페니키아인이 비티스 비니페라 품종을 이곳에 전했으며, 이후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점령했을 당시 우수한 포도품종이나 발달된 양조기술을 전파했다. 그리스인이 가져온 네그로 아마로(Negro amaro)나 말바시아 네라(Malvasia nera)는 아직도 이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 이후 마르티나 프랑카, 로코로톤도, 브린디시, 카노사 와인을 주축으로 하는 풀리아 와인은, 플리니우스, 마르티알리스 (Marcus Valerius Martialis) 등 고대 시인과 풍자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중세시대 그리스 점령기 때 그들의 전투선으로 넘실대던 항구는, 베니스 공화국이나 토스카나, 나폴리에서 소비될 풀리아 와인을 가득 실은 무역선으로 북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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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경 유럽 포도밭의 대부분을 전멸시킨 필록세라(포도나무뿌리진디)의 기세가 풀리아에는 한 세대 늦게 도달했는데, 잠시 와인생산이 주춤했던 풀리아 농부들에게는 이 마저도 하늘이 내린 횡재였다. 프랑스나 북이탈리아 와인생산자들은 전염병 확산으로 부족해진 포도 생산량을 보충하기 위해 풀리아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더운 풀리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산도가 낮고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며 높은 알코올 도수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특히, 피리미티보(Primitivo)와 네그로 아마로(Negro amaro) 품종은 북쪽의 거만한 와인생산자들의 요구사항과 딱 들어맞는 품종이었다.
 
필록세라가 얼떨결에 가져다준 풀리아 포도에 대한 수요 폭등으로 지역 경제는 풍요해졌다. 한편, 풀리아는 유럽의 블렌딩용 포도공급지라는 종속 관계가 맺어졌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그 선입견은 남아 있었다. 이런 선입견을 떨쳐버릴 기회도 없이, 1919년 필록셀라가 이곳을 뒤늦게 덮치자 풀리아의 포도농업은 긴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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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아 지역 DAUNIA
 
풀리아주 최북단에 위치한 다우니아는, 서쪽과 북쪽으로 각각 몰리제와 캄파냐주와 맞대고 있으며, 가끔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날카로운 보레아 북풍을 동쪽에서 든든하게 막아주는 가르가노 산맥 사이에 아늑하게 펼쳐진 구릉 지역이다. 가르가노 산맥과 남서쪽에 불규칙하게 늘어져있는 남 다우노 아펜니노 언덕은 풀리아 평원에서 발산되는 뜨거운 열기를 서늘한 산바람으로 식혀준다.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심장에 늘어선 아름다운 올리브숲과 소나무숲을 지나 밋밋한 수평선에서 눈언저리가 좁아지면서 주립 해상공원에 이른다. 거칠게 부딪치는 파도가 수 세기 동안 조각해놓은 해식절벽과, 그 사이사이에 생성된 동굴이 관광유람선을 삼킬듯이 입을 벌리고 있어 그 경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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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아 지역의 중심도시는 포쟈Foggia이며 그 북쪽을 주요와인산지가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산 세베로(San Severo), 아프리체나(Apricena), 루체라(Lucera), 토레마죠레(Torremaggiore) 등, 이들은 포쟈와 가까운 까닭에 운명을 같이 하였고 서로 비슷한 역사를 가진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선진문물이 일찍이 전달됐고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가 포쟈를 북풀리아의 수도로 정하면서, 많은 수의 수도원, 궁, 성당, 요새가 지어졌고 그의 공을 기리고자'프리드리히 황제의 땅’이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것으로 11세기에 지어진 프리드리히 2세 궁과'산타마리아 이코나 베테레 성당’이 있다. 이후 15세기 나폴리 왕국과 아라곤왕국의 지배 하에 세워진 이슬람 성당은 지금은 기둥 몇 개만 남은 폐허이지만 스페인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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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아의 주요와인은 세 종류로,'산 세베로 DOC’와'까체 음미떼 디 루체라(Cacc’e Mmitte di Lucera) DOC’,'알레아티코 디 풀리아 DOC’이다.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골고루 생산되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토양은 석회석 점토 모래가 적절히 섞여있으며, 가르가노 산맥이 밤낮으로 열기와 냉기를 번갈아 보내고, 아드리아티코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봄비노 비앙코, 트레비아노 토스카노 품종이 부족함없이 자라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곳은 캄파냐주와 압브루조주가 가깝기 때문에 두 주의 품종들과 풀리아 품종이 혼합재배되고 있다:몬테풀치아노, 산조베제, 북풀리아의 주요 레드 품종인'우바 디 트로야Uva di Troia’.
 
위의 세개 레드 품종으로 레드와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산세베로 DOC 와인’은 도시명을, 그리고'까쳄 미테 디 루체라 DOC’ 와인은 루체라 마을만의 오래된 관습이 와인 이름이 되었다. 이곳 농부들은 포도를 수확한 후 돌압착기가 있는 팔멘티(Palmenti)로 재빨리가져가야 했다. 이 돌압착기는 그 마을의 대지주가 소작농에게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던 것으로, 정해진 시간내에 빨리 압착한 다음 찌꺼기를 제거한 후 다음 사람에게 양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Palmenti는, 압착한 후 남은 포도찌꺼기를 압착기로부터 제거한다는 뜻인'까체Cacce’와, 다음 사람의 포도를 빈 압착기에 넣는다는'메티(Mitte)’가 혼합된 단어이다. 요즘에는 포도압착 행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와인을 잔에 따르자마자 재빨리 마신 다음 다시 와인 잔을 채운다는, 일종의 와인 마시는 방식으로 그 의미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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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 [2]편에서는, 무르제Murge 와 발레디트리아Valle d’Itria 지방으로의 여행이 계속됩니다.
 
 
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와인 유학 및 여행 전문 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 근무.
(baeknany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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