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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알면 더 친근해지는
 
 
피에몬테 와인 [1]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알프스산의 거대한 눈(雪) 자원을 이용해 2006년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토리노시(市), 페레로 로쉐와 누텔라로 알려진 페레로 본사가 있고, 피아트 자동차, 이탈리아 최고의 프로축구팀 유벤투스, 고대 이집트 유물 보유량에서 세계에서 2번째 규모인 이집트 박물관이 있는 곳. 바로 피에몬테주(主)이다. 그러나 와인애호가들에게는 모스카토 다스티, 브라케토 다퀴와 같은 달콤한 와인과 바르베라 다스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등 몇 개의 유명한 와인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피에몬테를 완벽하게 소개하는 이력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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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가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산지임은 각종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는데, 1헥타르 당 와인생산량이 평균 7500 kg으로 단위면적당 소규모생산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피에몬테의 총 와인생산량 중 약 63% 정도가 레드 와인이며 대부분 토착 적포도 품종인 바르베라, 네비올로, 돌체토 등 일명 피에몬테 레드 삼총사로 양조한다. 또한 일부 테이블와인(17%)을 제외하고는 거의 등급에 오른 와인인데 이탈리아 와인규정 피라미드에서 꼭지점에 해당하는 DOCG와 DOC에 각각 16개와 42개(2012년 기준)가 올라있다. 특이한 점은 등급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IGT 와인이 없다는 것인데 피에몬테는 최고등급의 와인만 생산된다고 단언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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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에 언급한 수치는 우리의 뇌를 설득시키는 정보에 해당될 뿐, 자연환경에 맞게 수 세기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토착품종의 적응력, 이회토, 빙하퇴적지, 화산지형, 어린 포도의 수분과 개화가 일어나는 이른 봄의 적절한 강수량, 영글은 포도가 완숙하는데 필요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건조한 날씨,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포도재배자들의 실험정신과 노력으로 발전시킨 포도재배기술과 양조기술 등 인간의 노력은 감추어져 있다.
 
위에서는 간략하게나마 피에몬테 와인의 우수함을 알려주는 몇 가지 객관적인 이유를 알아보았고, 이제는 이것을 주요생산지별로 확인해 보도록 하자. 피에몬테는 재배되는 품종, 토양, 특징에 따라 중남부의 랑게와 로에로, 동부의 몽페라토, 북부의 북피에몬테 등 3개 와인지역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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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Langhe
 
랑게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의 토양은 약 500만~250만 년 전에 발생한 지각변동에 의해 생겨났다. 당시 알프스나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던 아펜니노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육지는 바다에 잠겨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 대륙을 북쪽으로 계속해서 밀어내고 있었는데, 이 힘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에 바다에 잠겨있던 대부분의 이탈리아 땅과 알프스산맥은 오늘날처럼 솟아나게 되었다. 이것은 조개류나 바다생물의 유해가 화학적 작용을 거쳐 변화한, 즉 탄산칼슘이 풍부한 석회성분이 오늘날 이탈리아 토양의 주된 성분임을 말해준다.
 
이 태고적 바다가 랑게에 남긴 흔적을 랑게 이회토라고 하는데, 석회석 모래 점토가 골고루 섞인 토양이다. 그리고 입자크기가 적은 것은 토르토니아노 이회토라 부르며 같은 성분이지만 입자가 더 큰 것을 엘베지아노 이회토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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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에서 탄생하는 주요 와인은 주로 피에몬테 레드 삼총사(바르베라, 네비올로, 돌체토)를 사용해서 만든다. 랑게 방언으로 남향, 남동쪽을 향한 언덕 정상부분을 소리(sori)또는 브리코(bricco)라 부르는데, 이 특급 포도밭을 독점하고 있는 네비올로는 랑게의 효자품종이지만 토양과 기후에 매우 예민하고 막 양조했을 때 거친 타닌 맛만 나기 때문에, 나무통에서 3~4년 정도 머무른 후에야 양파속처럼 다양한 네비올로의 개성을 한 겹 한 겹 발산한다. 또한 네비올로는 색소성분이 적어 일부 DOCG나 DOC 와인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바르베라나 돌체토를 블렌딩하여 색소를 보강하고 신맛을 부드럽게 한다.
 
보수적이며 토착품종 제일주의를 고집하던 랑게조차도 최근의 국제품종(또는 외래품종) 재배 열풍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1990년 초 가야 와이너리의 안젤로 가야는 샤르도네 품종을 자기 밭에 실험적으로 심었는데, 당시 이웃과 동료들은 그를 이단아 취급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국제품종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노력한 만큼 금전적 보상도 즉시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샴페인 양조기법으로 양조하여 만든 “알타랑가” 스푸만테가, 랑게에서 외래품종으로 빚은 와인 중 첫 DOCG 등급을 획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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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로 Roero
 
랑게의 수도는 알바이며 타나로 강이 심장부분을 유유히 흐르고 있다. 타나로 강 아래 부분은 잘 알려진 랑게 지역이며 타나로 강이 적시는 알바 북쪽은 로에로라 불린다. 이렇게 랑게가 두 부분으로 분리된 이유는 강의 복잡다양한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다. 25만 년경 타나로 강은 피에몬테 남쪽에서 북서로 흐르고 있었으며 중간지점인 지금의 알바 근처에는 무명의 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 무명의 강은 점점 서쪽으로 확장되어 결국 타나로 강에 합류되었으나 물살도 세고 바닥도 깊어서 타나로 강의 물길을 지금처럼 서쪽에서 동쪽으로 변경시켜 결국 랑게를 남북으로 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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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새로 바꾼 타나로 강은 강과 접촉한 모래 언덕을 거칠게 깎아내려 땅 속이 훤히 들어나는 로케지형을 여기저기에 만들었다. 이때 떨어져나간 모래덩어리는 주변의 낮은 석회암지형을 모래밭으로 덮는데 이 모래층이 로에로의 주요 포도밭이 되었다.
 
랑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부드러운 언덕에 심어진 포도밭 일색의 단색톤은, 로에로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로케의 날카로운 모래땅에 과수원, 목장, 포도밭이 서로 공존하는 다색톤으로 교체된다. 로에로란 이름은 중세시대에 이곳을 지배하던 유력한 귀족가문의 이름을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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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에서 따로 분리시켜 로에로를 다루는 이유는, 땅이 형성된 시기와 기후도 비슷하지만 동일 품종을 사용해 개성이 전혀 다른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화석이 간간이 발견되는 모래밭에서도 피에몬테 레드 삼총사가 재배되고 있는데, 랑게의 밀도가 촘촘한 이회토에서 자란 이 세 가지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은 중후하면서도 색상이 진한, 장기숙성에 적합한 풀바디 와인이다. 반면 로에로의 그것은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강하고 양조한 후 2~3년내에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젊은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특히, 로에로DOCG와인은 100% 네비올로만으로 만들고 신선한 적색 꽃과 붉은껍질 과일향기를 발산하는데, 낮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으로 생산 후 2~3년 내에 마셔도 랑게의 잘 숙성된 바롤로의 맛과 향을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어서'로에로 스타일의 젊은 바롤로’라는 애칭이 붙는다.
 
로에로는 레드와인이 강세인 랑게에서 유일하게 토착 청포도품종인 아르네이스(arneis)와 파보리타(favorita)를 재배한다. 아르네이스는 이쪽 방언으로'성격이 괴팍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발산하는 풋풋한 골든사과와 파인애플, 하얀꽃이 주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생각하면 왜 정반대의 뜻을 지닌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비르벳(birbet)이라 불리는 품종도 있는데 이웃인 몽페라토 지역에서는 브라케토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브라게토 다퀴처럼 달콤한 스파클링을 만들기도 하지만 드라이한 스타일로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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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페라토Monferrato
 
모스카토 다스티, 브라케토 다퀴,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으로 알려진 몽페라토는 랑게처럼 500만년 전에 바다 밑에 잠겨있던 땅이 솟아올라 형성된 지형이다. 따라서 석회석 성분이 풍부하고 석회석에 모래, 점토가 골고루 섞여 있는데 지형에 따라 각 성분의 함량은 차이가 있다. 이곳은 연평균 11~12.5도이며 연 중600~700mm의 비가 내려 피에몬테에서 최하의 강수량을 나타내고 있다.
 
몽페라토는 피에몬테 남동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와인생산지역으로, 바소 몽페라토(basso Monferrato), 알토 몽페라토(Alto Monferrato), 콜리 토르토네시(Colli Tortonesi) 등 세 지역으로 구분된다. 바소 몽페라토는 모스카토 다스티와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의 주생산지로, 아스티와 카살레 지역을 포함하며 석회와 모래함량이 높아서 일명 백색토양이라 불리며, 모스카토 비앙코 품종이나 바르베라 재배에 적합하다.
 
알토 몽페라토는 이탈리아 최대의 모스카토 비앙코, 말바지아, 브라케토 등 아로마가 풍부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모스카토 비앙코를 건조시켜 만든 파시토 와인 스트레비와 로아졸로로 스위트 스파클링와인에 이은 스틸 스위트와인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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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페라토에서는 피에몬테 레드 삼총사 외에도 이곳에서만 재배되는 그리뇰리노, 루케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코르테제, 티모라소와 같은 청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등급에 오르면서, 레드 와인이 강세인 지역이라는 남성적 이미지를 벗고 화이트 와인의 우아함과 부드러움도 드러내고 있다. 티모라소는 100여 년 전 만해도 몽페라토 전 지역에서 재배되었다가 1, 2차 세계대전 때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의 전멸했었다. 그러나 발터 마사(Walter Massa)라는 한 괴짜가 이 사라질 뻔 했던 품종을 우연히 발견했고, 오랜 양조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탈리아 청포도품종으로는 보기 드물게 장기숙성에 적합한 와인임을 증명하였다. 티모라소는 소비뇽 블랑과 비슷한 유전적 성격을 보이며 맛과 향에서는 알자스 리슬링의 그것과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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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페라토 최남동쪽, 지중해 연안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있는 리구리아주가 지척인 곳에 가비 마을이 있고, 이를 포함한 주변의 10군데 마을은 코르테제(cortese) 품종으로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와인의 이름은 가비DOCG이며, 이곳은 옛날부터 이웃 리구리아에 사는 귀족들이 여기에 포도밭을 구입해 자기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곳이다. 리구리아 귀족들에게 필요했던 와인은 생선요리와 허브로 만든 페스토 소스와 어울릴 수 있는 화이트와인이었고, 그들이 다스리던 영지에는 포도 재배에 적합한 땅이 부족했다. 결국 귀족 취향에 맞춰져 그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했던 이 와인들이 이탈리아인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귀족풍의 우아함은 그대로 간직한 가비 와인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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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게재될[알면 더 친근해지는 피에몬테 와인 2편]에서는 피에몬테 북부의 와인산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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