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도(道)를 지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은 예(禮)로써 음식을 대할 때 비로소 요리는 완성된다.’
-산당 임지호
고집이 있는 셰프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철학이 있는 셰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의미에서'방랑식객’으로 불리는 자연주의 요리 연구가 <산당> 임지호 선생의 요리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마음이 그릇이고 천지가 밥’이라는 저서 제목만 보아도 산당 임지호 선생의 요리 철학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얼마전 청담동에 오픈한 <산당> 2호점의 입구에 걸린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라는 글귀가 산당 임지호 선생이 추구하는 요리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늘 아래 있는 온갖 재료들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 자연을 벗삼아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닌 시간만 해도 1년에 너댓 달은 족히 넘는다는 산당 임지호 선생. 산속, 바닷가에 머물며 야생초와 들풀, 생선비늘 등 새로운 재료를 요리에 접목시킨 그는 한식 재료의 범위를 넓히고 요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온 산당의 스승은 자연이었고, 손님은 길에서 만난 어머니들이었다. 40여 년간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며 배가 고플 때는 이름 모을 마을에 들어가 어머니들에게 음식을 얻어먹고, 그것을 배우며 살았던 시절을 지나 정착을 하고 음식점을 연 것은 10여 년 전. 그의 요리는 곧 마음이다. 회에는 살균작용을 하는 측백나무 소스와 산초로 만든 짱아찌를 곁들여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요리 철학을 담아내고, 밤송이에 불을 붙여 익혀먹는 퍼포먼스는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마음이 그릇이고, 천지가 밥이며, 음식 만드는 일은 수행이며, 음식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수행자라고 말하는 <산당> 임지호 선생의 요리연구소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예약에 앞서'예(禮)’를 지키는 마음부터 준비해보자. 마음을 담아 자신만의 철학으로 완성된 요리는 예를 지켜 맛있게 비워내는 것으로 경의를 표하는 것이 최고의 셰프에 화답하는 최고의 게스트의 자세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