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그린 푸드를 꿈꾸는 곳
불가리안 레스토랑 젤렌 Zelen
한국인에게 고추장, 그리스인들에게 발사믹 식초가 있다면 불가리아 사람들에게는 요거트가 있다. 몇 해 전, 요거트 제품 CF 한편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불가리아는 요거트의 나라이자 장수의 나라라는 것! 사전 정보는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요구르트를 넣지 않는 음식이 없으며 거의 매 끼니에 꼭 요거트를 함께한다는 어디선가 귀동냥으로만 들었던 단순한 정보만 기억한 채, 불가리안 음식을 만나러 이태원 뒷골목을 찾았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길을 따라 가다 보면 하얀 벽돌에 초록 창틀, 빨간 지붕을 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동화 속에나 등장할 것만 같은 귀여운 골목길 끝에 위치한 이곳이 바로 젤렌(Zelen)이다. 젤렌은 불가리아 어로 초록을 뜻하는 말. 그래서일까. 젤렌의 내부는 천정을 가득 덮은 초록색 나뭇잎 덩쿨과 동유럽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붉은 색의 소품들이 어우러져 1년 내내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가리아는 동유럽 발칸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나라로 북쪽은 루마니아와, 남쪽은 그리스, 터키와 접하고 있다.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비옥한 평야와 아름다운 자연,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의 혜택과 더불어 인간이 가장 살기 좋은 고도로 알려진 해발 700~800m에 위치해 있어 장수 국가의 모든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 국가인 불가리아인의 음식이란 대체 어떤 것 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메뉴판을 열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다채로운 불가리안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름만으로 짐작하기 힘든 수많은 메뉴 사이에서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이름은 바로 요거트. 젤렌의 요거트는 불가리아에서 직접 공수해와 만든다. 불가리아의 장수 비법이라 손꼽히는 요거트는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에 다양한 요리들과 함께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었다. 요거트의 변신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요거트가 들어간 요리를 맛볼 것.
추천메뉴는 간단하면서도 재료의 특성이 잘 살아 있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불가리아 전통 데일리 샐러드인 ‘샵스카 샐러드(1만원대)’와 삶은 주키니 호박 위에 요거트를 풍성하게 올려 신맛으로 입맛을 한껏 돋워줄 ‘요거트 주키니(1만원대)’, 버섯과 베이컨, 스프랑어니언과 스모크치즈, 피클을 돌돌 말아 그릴에 구운 돼지 안심 요리 ‘스빈스코 브렌타노(1만원대)’.
그 밖에도 다양한 고기 요리를 세트 메뉴로 구성하여 선보이고 있어 선택만 잘한다면 알찬 요리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불가리아는 치킨, 돼지를 이용한 고기 요리가 유명한데, 토끼와 같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몇몇 고기 요리도 메뉴에서 찾아볼 수 있어 다양한 재료에 관심이 많은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만난 불가리아 대사는 고향 음식이 그리울 때마다 찾는다며 불가리아가 만드는 와인과 함께 소박하고 건강한 불가리아 음식을 꼭 먹어볼 것을 권했다. 실제로 와인 리스트에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불가리아, 헝가리, 그루지아와인을 만날 수 있다. 그 맛이 궁금하다면 젤렌에서 확인하시길.
추운 겨울, 목도리를 꽁꽁 여민 채로 골목길 한 켠에 위치한 이곳의 문을 열면 왠지 초록과 빨강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풍성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아 좋은 사람들과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장소로 기록해두었다.
Check Point 1. 다채로운 동유럽 와인 리스트
젤렌에서 만난 와인리스트가 반가운 까닭은 바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그루지야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와인은 와인샵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으로 불가리아 요리와 함께 마셔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터.
Check Point 2. 불가리아만의 허브티와 디저트
젤렌의 음료 메뉴에는 ‘불가리아의 허브 티’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허브 민트 뿐만 아니라 쉽게 만나기 힘든 미쉬페르카, 고스키 두, 라이카, 카르카드 등의 불가리아 이름의 차 종류도 많으니 한번쯤 도전해볼 만 하다. 이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불가리아의 전통 디저트! 국가대표 메뉴인 요거트는 필수, 불가리안 아이스크림은 선택.
Special Tip. 장수 국가의 비밀, 불가리아 요거트는?
불가리아 요거트가 각광받는 것은 요거트의 핵심인 유산균 때문. 불가리아는 불가리커스와 서모필러스라는 불가리아 고유의 유산균으로 요거트를 만들고 있는데 이들 유산균은 불가리아의 연교차가 심하지 않은 대륙성 기후에서만 배양된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들이 불가리아의 유산균을 자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기후 등의 이유로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불가리아 사람들이 요구르트를 두고 "신이 자신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