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만난 동그란 벤또의 미학


코코로벤토


‘벤또’라는 단어는 왠지 정겹다. 누구라도 한번쯤 학창 시절 도시락, 벤또에 얽힌 기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벤또’는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탓에 늘 맛있게 먹고 가볍게 돌아와야 하는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속이 꽉 들어찬 영양만점의 실속 메뉴이자 꽉 들어찬 속과는 달리 가벼움을 숙명으로 타고난 벤또!

이태원 거리의 초입을 알리는 조형물의 오른편 작은 골목에 위치한 코코로벤또에는 그 시절의 여운을 세련되고 시크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 즐비해있다. 홍대 1호점을 바탕으로 압구정, 동대문, 이태원에 지점을 두고 있는 코코로벤또는 도시락 문화가 발달해있는 일본의 식문화 형태를 차용하여 일식요리를 좀 더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의 벤또 전문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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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일본식 초밥(아, 초밥은 식초를 넣어 맛을 가미한 밥을 말한다)을 기본으로 그 위에 튀김과 다양한 종류의 절임, 찜, 구이류 등의 일본식 사이드 메뉴를 얹어 A4 용지보다 작은 원형 공간을 빼곡히 메워놓은 이곳의 벤또는 그 종류만해도 약 10여가지다. 대부분의 메뉴는 7천원~1만5천원대.

이태원 매장에 들어서면 왼편에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어디론가 출동하고 있는 아톰 그림을 볼 수 있다. 곳곳에 진열된 크고 작은 고양이 소품과 일본 만화 속 주인공들의 피규어를 구경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이곳은 메인 홀에 놓인 벤또 2개면 꽉 찰것 같은 작은 테이블과 아담한 의자로 꾸며져 있어 홀로 밥 먹는 싱글족에게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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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건강식품인 낫또로 만든 낫또 벤또부터 정통 일본식 암퇘지 구이를 메인으로 한 차슈 벤또, 참치회로 만든 사케오야꼬 벤또 등 그 종류도 다양해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도 이곳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속이 꽉 찬 도시락이지만 벤또 하나로는 부족한 이들을 위해 미니 우동, 튀김, 샐러드 등이 준비되어 있으니 배고플 걱정은 고이 접어 넣어두자.

코코로벤또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전메뉴 take out이 가능하다는 점. 햇볕 쨍쨍한 날에는 한강으로 또 공원으로 벤또와 함께 피크닉을 계획해도 좋겠다. 코코로벤또의 10가지도 넘는 다양한 메뉴와 함께 최근 출시된 다양한 375ml 사이즈의 와인 한 병을 곁들이면 최고급 와인과 디너 못지 않은 마리마리아 보여줄 테니.

신칸센을 타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로 “다양한 종류의 벤또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일본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우기던 지인이 있었다. 심플하고 아기자기하며 다양한 지역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벤또를 보면 일본이 보인다나. 글쎄, 일본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오늘 코코로벤또로 발길을 옮겨도 좋겠다.

10가지도 넘는, 하나같이 모두 맛있어 보이는 벤또 중 하나를 골라먹는 재미도 그렇거니와 동그란 공간에 채워지는 다양한 재료들의 조합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해줄 길이 없다. 동그란 벤또 속에 든 세계를 이해하려면 그저 속은 꽉 차 있지만 결코 무거울 수 없는 벤또의 숙명을 떠올리며 알찬 도시락을 비워내는 수밖에.


[ 추천메뉴 ]

2010년, 코코로벤토 콘테스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낫또벤또(8000원)를 추천한다. 건강을 생각하는 어르신들도,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들도 좋아할만한 메뉴. 낫또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코코로벤토의 베스트 셀링 메뉴인 차슈벤또를 추천한다. 차슈벤또를 비롯한 대부분은 메뉴는 모두 1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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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34-91 2F
전화번호: 02-797-7758
영업시간: 점심 11:30am~03:00pm (last order 02:30pm)
저녁 05:00pm~10:00pm (last order 09:00pm)
위치: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직진, 길 끝에서 좌회전하여 사비로 양복점 골목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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