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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를 찾아서


글 유경종


이 와인에는 어떤 음식을 함께 먹는 게 좋은지를 고민하는 것은 미식가들의 행복한 걱정거리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서 절대(!!)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먹고 마시는 건 가장 주관적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손님을 맞아, 와인을 곁들이는 식사 시간을 갖게 된다면 이 메뉴에 어떤 와인을 고를 것인지가 접대의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와인과 음식의 조합에서 고민해야할 것들과 선택의 요령들을 알아보자.

먹고 마시는 일은 자기 자신의 기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이야 뭐라던 화이트 와인에 스테이크를 먹는 게 좋다거나, 레드와인에 생선회를 즐긴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뿐 정답과 오답으로 평가 할 일은 아니다. 평양감사도 스스로 싫으면 그만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와인은 생선, 레드와인은 스테이크라는 공식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생선요리는 조리에 쓰이는 소스나 곁들여 먹는 소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소스나 드레싱을 배제한 채로도 공식은 성립한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에 향과 풍미가 강하고 기름진 소스를 뿌린 생선 스테이크라면 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냥 화이트 와인이 아니라, 쉬냉 블랑 품종의 농축된 비중감이 느껴지는 르와르(loire)지역의 화이트 와인이나, 반대로 입안을 씻겨주는 산뜻한 샴페인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고,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 특히 약간 시원한 느낌의 로제 와인도 훌륭한 매칭이다.


필자는 얼마 전 어느 와인 동호회에서 ‘한 여름에 먹기 좋은 음식과 와인’을 테마로 와인과 식사메뉴를 부탁받아서 피노 누아와 참치요리를 추천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생선회와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을 같이 마시면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참치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광어나 도다리, 돔 같은 흰살 생선회와 달리, 붉은 생선살이 많고 기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도가 높은 피노 누아라는 레드 와인과는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얼음이 가득 찬 바스켓에 잘 칠링된 샴페인 한 병에도 피노 누아가 약 25~50%정도가 블렌딩이 되어있다. 여기에는 참치 타다키 요리나 참치 카르파치오 같은 샐러드 요리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부르고뉴 막사네(Marsannay) 로제 와인 같은 다소 드라이한 피노 누아로 흰살 참치회를 매칭 한다. 그 다음 단계로 붉은살 참치회와 본 로마네(Vosne Romanee), 또는 즈브레 샹베르탱(Gevry Chambertin) 같은 지역의 피노 누아 와인을 마신다면 색다른 미식의 쾌감을 경험할 것이다.


몇 가지 와인과 요리의 매칭 원칙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와인과 요리의 색을 맞춘다.

연둣빛이 도는 화이트 와인에는 허브가 들어간 샐러드나 닭고기, 흰살 생선 요리 등이 좋다. 그리고 달콤한 과일향이 나며 노란 색이 비치는 와인에는 역시 닭고기, 버터 등을 사용한 음식이 잘 어울린다. 로제 와인은 음식의 색을 구분하기보다 드레싱 소스가 적게 들어간 요리면 모두 잘 어울린다. 가벼운 타입의 레드 와인에는 기름기 있는 붉은 살 생선이나 부드러운 육류 요리가 잘 어울리는데, 진한 레드 와인은 풍미에 따라 다르다. 복합적인 풍미의 요리에는 보르도나 론 지역의 레드와인을, 단순한 풍미에 진한 소스를 사용한 육류 요리에는 칠레나 스페인의 레드와인도 좋은 매칭이 될 것이다.

2. 와인의 무게감을 생각하라.

와인을 표현하는데 흔히들 무게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진하고 농축된 와인이면 음식도 풍미가 진하고 소스가 걸쭉한 음식이 잘 어울리고, 재료의 원래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요리는 가볍고 상쾌한 화이트 와인을 매칭하면 된다. 레스토랑에서 식사 전 아페르티프라는 식전 요리나 앞서 말한 생선회 같은 요리에는 드레싱이 약하기 때문에 샴페인이나 샤르도네로 만든 상쾌하고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3. 음식의 조리 방법에 따라 다르다.

같은 닭고기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서 와인의 매칭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허브에 그릴로 구운 닭요리라면 화이트 와인이 어울리겠지만,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찜 요리라면 레드와인이다. 농도가 진한 느낌의 튀긴 요리는 곁들이는 소스에 따라 와인의 타입도 달라진다. 같은 요리라도 조리법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4. 와인의 타입에 따라 달라져야한다.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음식을 달리 하는 것은 약간의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매칭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동양의 문화와 한식의 음식기반을 두고 그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양 음식에 대한 도전을 통해서 어떤 感이 생기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아래와 같이, 와인 타입 별로 매칭이 좋은 음식의 목록을 구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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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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