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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젖으로 만든 치즈 중에서 단연 최고로 뽑힐 뿐만 아니라 “치즈의 왕”이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리면서 그 위상을 단단히 하고 있는 치즈.

 

그러나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져, “최고다” 라는 찬사와 함께 “냄새조차 견딜 수 없다”는 최악의 비난까지 한 번에 받고 있는 치즈. 그의 이름은 바로 로크포르(Roquefort)다.

 

도글도글한 덩어리 느낌의 텍스쳐가 꽁꽁 뭉쳐있는 가운데 쿰쿰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퍼런 곰팡이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로크포르는 ‘프랑스 치즈의 기준’이라고까지 불려지는데, 원산지명칭표기(AOC) 제도가 도입되기 10년 전인 1925년에 이미 법적으로 “지역특산 치즈”로 인정 받기도 했다.

 

프랑스의 황제 샤를6세는 15세기 초에 헌장을 발표하여 로크포르 치즈는 이 지역 주민들만이 만들 수 있다는 독점권을 수여했을 정도다.

 

이는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로크포르티 페니실린 (Penicillium Roqueforti)이라는 곰팡이의 일종을 방사하여 만드는 로크포르 치즈는 이 지방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석회암 동굴 속에서 수개월간 숙성 시켜 만들어진다.

 

따라서 제주 한라봉이 제주도에서 ?濚壅퓸珦?때만 제 맛을 내듯, 로크포르 치즈도 천혜의 동굴이 곳곳에 숨겨진 로크포르 마을을 떠날 수는 없는 운명인 것이다.

 

로크포르는 양의 젖이 마르는 시기인 여름 끝 무렵부터 가을철 사이에 제조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과정을 거쳐 로크포르 지방의 동굴에 들어가 3개월의 숙성기간을 나게 되는데, 이 때 치즈를 동굴에 집어넣기 전에 치즈 곳곳을 찔러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치즈의 속 부분까지 공기가 흡입되는 것을 돕는다.

 

실온에서 보관해야 로크포르 고유의 텍스처와 향을 최대한 느낄 수 있다. 맛과 향이 강해 일반적인 음식이나 와인과 어울리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로크포르를 이용한 소스나 요리가 일반적이어서 식사나 와인과 함께 곁들이기에 무난한 치즈로 인식되고 있다.

 

 

와인과의 조화

 

치즈의 왕답게 격이 높은 와인만을 찾는 것이 사실이다. 구조감이 뛰어나고 맛과 향이 풍부한 와인만이 이 개성 넘치고 성격 확실한 치즈를 보조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로크포르 치즈와 와인의 조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제1순위로 등장하는 것은 보르도 스위트와인의 자존심, 샤또 디켐이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버섯균을 이용해 만든 쏘테른느 지역의 샤또 디켐은 세미용, 소비뇽, 뮈스카델의 포도품종을 사용해 만든 스위트 와인으로 보르도 화이트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일컬어진다.

 

아이보리색에 가까운 치즈빛깔에 녹색에서 퍼런 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곰팡이가 박힌 로크포르와 샤또 디켐을 함께 하다 보면 마치 힘있고 강건한 왕과 부드러운 성정의 기품 있는 여왕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디켐은 아카시아를 비롯하여 잘 말린 꽃, 꿀, 말린 과일이 어우러진 아로마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 로크포르와의 조화를 더욱 빛내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로크포르가 부드럽게 녹아 내리면서 고유의 미미한 매운 맛이 디켐의 달콤함에 둥글어지는 느낌을 맛 볼 수 있다.

 

레드 와인과의 매치를 생각한다면 강하고 투박한 느낌의 마디랑(Madiran) 와인을 추천할 수 있다. 프랑스의 남부의 오뜨-피레네(Hautes-Pyrénées) 지역 등지에서 생산되는 마디랑은 따나(tannat) 라는 포도 품종을 주로 하고 그 외에 페르세르바두(ferservadou)및 꺄베르네(cabernets) 종을 혼합하여 양조된다.

 

로크포르와 함께 시도할 경우에는 영한 와인보다 적정한 기간동안 충분히 숙성된 빈티지를 매치 시키는 것이 좋다. 영한 마디랑 와인은 탄닌이 지나치게 강하여 오히려 로크포르의 쿰쿰한 냄새를 더욱 돋보이게 할 위험이 있다.

 

일정기간 숙성이 되면 와인 전체의 느낌이 부드러워져 로크포르의 장점을 더욱 잘 드러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쏘테른 와인보다는 그 조화가 못 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 투박하고 멋은 없지만 힘있게 매치되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시도해 볼 만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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