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무역을 통해 생기는 것은 비단 경제적 가치뿐만이 아니다. 특히 먹거리 무역은 상호 문화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문화의 전파 및 교류’라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

지난 11월 1일에 열린 ‘제 1회 한-불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기욤 갸로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 장관의 말이다(아래 사진). 이러한 설명의 이면에는, 음식이 지닌 고유의 가치가 인류의 건강, 행복, 삶의 질과 연관 깊으며, 우리가 맞닥뜨린 심각한 과제(식량문제 등)에 대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미식 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프랑스. 게다가 2010년 식문화로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했으니, 음식이야 말로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인류애와 평화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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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문화를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8년. “미식이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왔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프랑스 국민의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었고, 마침내 프랑스 식문화를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미식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누구라도) 제시할 만한 의문은, 미식이 문화의 일부라 하더라도 “프랑스 미식이 유산으로써 길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어떻게 획득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한-불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줄리아 세르고 교수다. ‘프랑스 미식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위원회’ 학술 책임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미식’은 (단일 국가나 문화권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반적인(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말하며, 무형문화유산 등재라는 사건을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 바라보지 말 것을 암시했다.

그녀는 또한 “미식은 문화적 다양성과 인간의 창의력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의 정의에 합당하다”고 덧붙이며, “이로써 맛의 세계화와 식문화의 획일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하였다. Iron Chef, Master Chefs처럼 전세계에서 방영되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연예인과 맞먹는 유명세를 누리는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전세계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떠올려보면, 미식과 창의력이 비례한다는 세르고 교수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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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프랑스 미식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인해 갑작스레 ‘무형문화 전수자’라는 막대한 위치에 오르게 된 프랑스 셰프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불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 참가한 노장의 요리사 크리스티앙 테트두아(미슐랭 스타 셰프, 프랑스 조리장 협회장 등)의 말을 들어보자(왼쪽 사진).

“나는 프랑스 식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전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이 메시지는 바로 ‘나눔’과 ‘교류’에 대한 것이다. 음식을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간에 형성되는 끈끈한 유대감을 떠올려보라. 나는 프랑스 요리가 세계를 향해 열려있고, 덕분에 항상 고도의 창의력이 구현되어 왔으며, 이로써 세대간, 인종간, 문화간 융합에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음식이 각종 장벽을 깨고 융합에 기여한다는 테트두아의 관점은, ‘누들 로드’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을수상한 이욱정 KBS PD의 주장에 의해 지지되었다(이욱정 PD도'한-불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다. 왼쪽 사진).

“음식은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얼마나 잘 먹느냐의 문제더라”로 말문을 연 그는, 매체가 음식에 대한 인식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문화적 교류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국가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식재료나 조리법이 존재하는 것을 목격했다.” 즉 완전히 다른 문화권이라도 음식을 통한 교류(테트두아의 표현은 ‘융합’)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 이러한 가능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음식점이다. 최근에 들른 이탈리안(또는 프렌치나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떠올려보자. 머무른 시간은 한두 시간에 불과할지라도 그 시간 동안 다른 나라의 음식과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까지 체험했으니 (음식점 분위기는 대체로 해당 국가의 그것을 반영하므로) 음식점이야 말로 문화간 교류가 일어나는 실로 대단한 장소가 아닌가.

프랑스 식문화는 지금까지 언급한 ‘음식의 가치’를 온전히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 받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네 김장 문화는 어떤가. 김장 문화가 올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한-불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주영하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는 ‘한국의 오랜 식사 관습을 비롯해 김장 문화가 유지되어 온 과정’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오랜 시간 계속된 그의 발표는 여러 사람이 모여 김치를 담그는 한 장의 사진으로 마무리되었는데, 김장 역시 나눔과 교류의 가치를 내포한 훌륭한 음식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하기 위함이었을까. 결과야 지켜봐야 알겠지만(그리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매우 기쁘겠지만), 아쉽게도 그의 설명만으로는 우리의 김장 문화가 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고유의 김장 문화가 보편적인 가치를 지녔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이번 등재에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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