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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라면 꼭 한번쯤 가보고 싶은 와인 산지, 부르고뉴. 비탈진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그랑크뤼 포도밭과 그림엽서에나 나올 듯이 아름다운 마을들, 훌륭한 와인과 음식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보스턴에서 온 사업가, 알렉스 감발 또한 그랬을까… 열정 하나로 1993년 부르고뉴에 정착한 그는 본Beaune의 와인 양조학교에서 와인양조와 포도재배를 공부했고 1997년에는 와인을 사들여 판매하는 네고시앙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포도밭을 인수하기 시작해 2000년에는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도멘으로 전환했고, 현재 총 생산량의 1/3 정도를 이 도멘에서 생산한다.
 
최근 방한한 알렉스 감발의 공동 경영자, 알렉산더 브로Alexandre Brault는 수입사 하이트진로와인이 주최한 시음회에서 알렉스 감발의 와인을 소개하며 국내 와인 애호가들을 만났다.
 
알렉산더 브로는 시음에 앞서 “약 50헥타르 규모의 샤토 마고Ch. Margaux는 단 한 명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같은 크기의 그랑크뤼 AOC,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는 80여 개 도멘들이 조각조각 소유하고 있으며 100~150여 개의 서로 다른 와인이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말하며 부르고뉴 와인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이 ‘다양성’은 부르고뉴 와인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부르고뉴 와인의 큰 장점이다. 부르고뉴의 전체 AOC(원산지)는 총 101개이며 지역, 마을, 프르미에크뤼, 그랑크뤼로 세분화된다. AOC마다 수많은 생산자들의 와인들이 쏟아져나오니, 평생 동안 부르고뉴 와인을 마실 수 있을 정도라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알렉산더 브로는 피노 누아, 샤르도네 단일품종을 가지고 비슷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듦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개성이 서로 다른 이유를 토양에서 찾았다. 쥐라기 시대에 부르고뉴는 바다로 덮여 있었는데, 지각변동으로 두 개의 판이 맞물리면서 융기했다. 석회암과 점토는 부르고뉴의 주요 토양인데, 특히 석회암은 바닷속 퇴적물들이 쌓여 만들어졌다. 점토는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날씨가 뜨거운 해엔 포도 성장에 이롭게 작용하지만 배수는 수월하지 않다. 이렇게 두 토양의 비율에 따라 와인은 미세한 차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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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전역에서 생산되는 알렉스 감발 와인)
 
 
알렉스 감발은 35개 AOC에서 레드 와인 11개, 화이트 와인 13개를 생산하는데 이 중에는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도 포함된다. 포도 자체의 순수성과 테루아를 강조하는 알렉스 감발은 무엇보다 잘 익고 건강한 포도를 얻기 위해 포도밭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손 수확은 기본이고 포도 선별 후에 줄기를 제거한다. 모든 와인은 천연효모를 이용해 알코올 발효를 거치고, 부드럽게 압착된 뒤 오크통에 옮겨져 자연스럽게 젖산발효를 거친다. 알렉산더 브로는 테루아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배양효모가 아닌 천연효모를 고집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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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입 전에 이산화황을 넣는데, 화이트 와인의 경우 극소량만 사용하고 레드 와인은 때에 따라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알렉스 감발은 와인의 상태에 따라 새 오크 혹은 중고 오크의 사용비율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섬세한 와인은 새 오크의 비율을 낮게, 구조가 탄탄하고 타닌이 강한 와인이라면 비율을 높게 한다. 중간 정도의 세기로 구운 부르고뉴산 오크를 사용하고, 알리고테 품종의 화이트 와인은 5-6년 사용한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연간 생산량은 약 6만병으로 총 생산량의 80%를 전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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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음회에는 2013 빈티지의 와인들이 선보였는데, 2013년은 날씨가 선선하고 비가 많이 내려 25년 만에 가장 늦게 수확이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꼬뜨 드 본 지역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우박을 동반한 폭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도 9월에 들어서 따뜻하고 햇빛이 풍부한 인디언 썸머가 찾아와 포도의 숙성에 도움을 주었다. 생산자들은 포도의 숙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수확을 늦췄고 달콤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이 “진정한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를 위한 빈티지”라고 평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2013 빈티지는 전통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을 띤다. 참고로, 알렉산더 브로는 2013 빈티지의 시음 적기를 2018년 이후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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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뉴 몽라쉐 2013
Chassagne-Montrachet 2013
 
알렉스 감발의 샤샤뉴 몽라쉐는 그랑크뤼 AOC 바타르 몽라쉐Bâtard Montrachet 근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다. 포도밭 위치만 보더라도 잠재력이 엿보이는 와인으로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레몬, 파인애플, 구운 아몬드, 달콤한 빵의 향이 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해진다. 크림처럼 부드럽지만 산미가 좋아서 생동감이 넘친다. 입 안에서 무게감도 유지하면서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일품이다. 와인의 시음온도를 맞추는 건 까다롭다. 특히 샤샤뉴 몽라쉐 같은 와인은, 일반 화이트 와인처럼 너무 차갑게 마시면 오히려 향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샤샤뉴 몽라쉐는 10℃ 정도로 약간만 찬 듯하게 해서 마실 것을 권한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온도는 올라가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음식은 해산물보다는 흰 살 생선, 랍스터, 돼지고기, 닭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좋다. 와인의 오크 풍미 때문에 해산물 요리는 비리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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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로마네 비에이으 비뉴 2013
Vosne-Romanee Vieille Vigne 2013
 
비록 마을 단위 와인이지만 포도밭의 위치는 앞서 소개한 샤샤뉴 몽라쉐처럼 그랑크뤼 AOC 라타슈La Tache와 로마네 생 비방Romanee Saint Vivant 인근이기에 그야말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본 로마네의 포도밭은 석회암과 점토가 섞인 이회토 토양이 덮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본 로마네 와인의 특징은 이러한 토양에서 비롯된다.&apos비에이으 비뉴’는 포도나무의 수령이 30년 이상어야 표기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곳의 포도나무 수령은 70년 이상이다. 와인은 잘 다듬어지고 매끈한 느낌을 주며 꽃, 빨간 체리, 아니스, 토스트의 향이 난다. 순수한 과일 향미가 잘 유지되면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타닌은 견고한 느낌이나 거칠지 않고 산도와 균형도 잘 잡혀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향미가 부드럽고 풍부해져 마지막 한 모금까지 우아하고 깊이 있게 느껴진다. 프르미에크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로 미국의 와인 전문지 Wine Spectator로부터 90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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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리 샹베르땅 2013
Gevrey-Chambertin 2013
 
부르고뉴에서 가장 넓은 AOC 중 하나인 제브리 샹베르땅의 토양에는 석회질이 많이 섞여있다.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타닌도 강하고 날카로운 편이다. 제브리 샹베르땅 와인을 본 로마네에 비해 남성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토양 때문이다. 그래서 숙성 초기엔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색상만 보더라도 본 로마네보다 더 어두운 느낌의 붉은색을 띤다. 포도 나무의 수령은 60-70년으로 농축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블랙베리, 블랙체리, 향신료, 토스트의 향이 진하게 나면서 미네랄과 가죽 향도 은은하다. 처음엔 타닌이 약간 세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입 안에서 무게감은 중간 정도로 적당하다. 타닌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소고기 안심스테이크나 양갈비를 추천한다. Wine Spectator로부터 91점을 획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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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름므 샹베르땅 2014
Charme-Chambertin 2014
 
제브리 샹베르땅에 있는 그랑크뤼 AOC 중 하나로 마조예르 샹베르땅Mazoyères-Chambertin이라고도 불린다. 알렉산더 브로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남쪽에 위치한 구획을 샤르므 샹베르땅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이 와인을 만들 때만 줄기를 포함해 포도송이째 발효하는데, 발로 밟아 포도를 으깨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기계를 사용할 때보다 휠씬 부드러워 포도에 상처를 주지 않고 색상과 타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줄기로부터 질 낮은 타닌이 과도하게 나오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장미, 라즈베리, 블랙베리, 오크에서 비롯된 토스트, 향신료의 향이 집중적으로 난다. 입 안에서의 질감은 실크처럼 흐르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하다. 여운도 선명하고 길게 이어져 그랑크뤼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수입 _ 하이트진로 (02. 3014.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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