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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그니아 Insignia’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면도를 하던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의 머리엔 ‘힘, 권력, 지휘, 서열을 나타내는 상징 혹은 징표’를 뜻하는 단어, 인시그니아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와이너리를 대표할 와인에 인시그니아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고, 이름 따라 간다는 말처럼 인시그니아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와인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트렌드를 이끄는 선구자
 
지난 8일, 현재 2대째 조셉 펠프스 빈야드를 이끌고 있는 빌 펠프스Bill Phelps 대표이사가 방한하여 수입사 나라셀라와 함께 40번째 빈티지, 인시그니아 2013의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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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헬레나에 위치한 와이너리와 포도밭 전경
 
 
건축업자로서 수버랭 와이너리Souverain Winery(현재 러더포드 힐Rutherford Hill)의 건축에 참여했던 조셉 펠프스는 나파 밸리의 매력에 빠져 1973년에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당시 나파 밸리에는 와이너리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기에, 조셉 펠프스는 나파 밸리의 핵심 지역을 선점할 수 있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조셉 펠프스는 캘리포니아 최초로 ‘보르도풍 블렌딩 방식’을 도입한 인물로, 당시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던 나파 밸리의 와인 양조 문화를 바꾼 주인공이다. 평소 보르도 와인을 즐겼던 그는 단일 품종보다 보르도처럼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면 와인에 복합성을 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인시그니아 1974 첫 빈티지를 통해 보르도 블렌딩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 카테고리의 와인은 후에 메리티지 Meritage(Merit Heritage의 합성어)로 불리며 나파밸리의 전통으로 뿌리내렸다. 이후에도 인시그니아는 오퍼스 원, 도미누스 등 나파의 수많은 명품 와인이 등장하는데 영감을 제공했다.
 
또한 조셉 펠프스는 나파 밸리에 시라와 비오니에 품종을 최초로 소개하며 론 품종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결과 이른바 론 레인저Rhone Rangers로 불리는 생산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와인 애호가로서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하고 즐겼던 조셉 펠프스는 오랫동안 부르고뉴 스타일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았다. 1999년, 마침내 태평양 연안에서 멀지 않은 소노마 코스트의 프리스톤Freestone을 발견한 그는 100헥타르의 포도밭을 조성하고 양조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2005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우수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나파 밸리의 주요 와이너리 중에서도 자가 소유 포도밭이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를 구매해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직접 소유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스택스 립, 러더포드, 오크빌, 세인트 헬레나 등 나파 밸리의 중요 지역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위대한 와인은 포도 나무를 심고 재배하는 과정에서 태어난다.”
 
빌 펠프스의 위와 같은 한 마디는, 포도밭의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꾸준히 높은 품질을 가진 와인을 생산해 온 조셉 펠프스 빈야드의 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 와인의 명품, 인시그니아
 
최근 40번째 빈티지를 출시한 인시그니아는 일관된 품질, 와인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 와인에 대한 높은 수요 등을 통해 미국 와인의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셉 펠프스 빈야드에서 철저하게 지켜온 인시그니아의 컨셉은 ‘양보다 질’이다.
 
그리고 이처럼 품질을 우선하여 와인을 만든 결과, 1990년부터 2012년 빈티지까지 총 23개의 빈티지가 미국의 와인 전문지 Wine Spectator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Robert Parker Jr.로부터 평균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중 인시그니아 2012는 2005년Wine Spectator가 선정한 TOP 100 중 1위를 차지하며 그 명성을 입증했고 1991, 1997, 2012 빈티지의 경우Robert Parker로부터 100점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 출시한 2013 빈티지 또한Wine Spectator93점,Robert Parker98 점을 받았는데, 이로써 "빈티지가 무엇이든 간에 인시그니아는 인시그니아다"라는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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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톤 샤르도네 2013
Freestone Chardonnay 2013
 
태평양의 영향으로 서늘한 기후가 나타나는 소노마 코스트는 조셉 펠프스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의 장이 되었다. 소노마 코스트의 프리스톤 지구에 조성한 총 1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는 오크 배럴에서 발효한 뒤 35%는 새 오크에서 65%는 2-3년 사용한 프랑스산 오크에서 13개월간 숙성한다. 와인은 윤기가 도는 노란색을 띠고 꽃, 레몬, 서양배의 향이 은은하고 오래 지속된다. 오크 느낌도 마찬가지.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기가 막히게 좋고 여운에서 약간의 점성이 느껴진다. 1시간 정도 열어두었는데도 큰 변화가 없어 구조적으로 상당히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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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톤 피노 누아 2013
Freestone Pinot Noir 2013
 
오늘날 소노마 코스트는 최고의 피노 누아를 생산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참신한 신인들까지 몰려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005년 처음 출시한 프리스톤 피노 누아는 캘리포니아의 과일 풍미와 부르고뉴의 미네랄이 조화를 이뤘다는 극찬을 받으며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다. 패스토랠 빈야드Pastorale Vineyard와 쿼터 문 빈야드Quarter Moon Vineyard 두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로 만든다. 과실 풍미를 지키기 위해 아침 일찍 손수확한 포도는 발효를 거쳐33%는 새 오크에서 67%는 2-3년 사용한 프랑스산 오크에서 13개월간 숙성한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겹겹이 쌓였던 향들이 하나 둘씩 차례로 퍼져나온다. 라즈베리, 크렌베리, 시나몬, 정향의 향이 나고 산도와 타닌이 조화롭고 달콤한 바닐라와 미네랄의 느낌도 있다. 실크 같은 감촉이 혀과 입 안을 감싸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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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펠프스 카베르네 소비뇽 2013
Joseph Phelps Cabernet Sauvignon 2013
 
인시그니아의 동생 같은 와인으로 스택스 립, 러더포드, 오크빌, 세인트 헬레나에 자리한 포도밭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든다. 카베르네 소비뇽 87%, 메를로 5%, 프티 베르도 3%, 말벡 3%, 카베르네 프랑 2%, 전통적인 보르도 블렌딩이다. 와인의 45%는 새 오크(55%는 프랑스산, 45%는 미국산)에서, 나머지 55%는 2년 사용한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에서 18개월간 숙성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임에도 불구하고, 오크를 세심하게 사용하여 우아하고 부드러운 매력을 부여했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담배, 오크, 삼나무의 향이 나고 잘 익은 타닌의 느낌이 풍성하고 매끄럽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풀 보디 와인이며 산도가 잘 살아 있어 마지막 한 모금까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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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그니아 2013
Insignia 2013
 
전설적인 이 와인의 블렌딩 비율은 작황에 따라 매년 달라지지만 2013 빈티지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88%, 프티 베르도 5%, 메를로 3%, 말벡 3%, 카베르네 프랑 1%을 블렌딩했다. 9월에 포도밭 구역별로 수확, 따로 따로 발효한 후 이듬해 2-3월에 블렌딩했으며 100% 새 프랑스산 오크에서 24개월 동안 숙성시켰다.
 
이 와인은 2013년이 나파 밸리의 매우 뛰어난 빈티지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블랙베리, 자두, 향신료, 오크, 에스프레소의 향이 풍부하고 복합적이다. 잘 익은 과실의 감미로움, 벨벳 같은 타닌, 바닐라 빈, 다크 초콜릿의 맛이 느껴진다. 감각을 집중시키는 힘과 신선함을 겸비해 마실수록 놀라운 와인이다.
 
빌 펠프스는 인시그니아의 숙성 잠재력에 대해 “보통 25~30년으로 보지만 빈티지에서 10년이 지나면 마시기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인시그니아의 숙성 잠재력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덧붙이자면, 1974년부터 2012년 빈티지에 이르는 모든 인시그니아를 시음한 Robert Parker가 1974년 빈티지 인시그니아의 점수를 99점으로 상향했다는 것이다. 40여 년의 세월과 함께 인시그니아가 더없이 훌륭한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어 놓는다. ‘인시그니아는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와인’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으며 공감하게 된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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