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위대한 도멘들 Ⅴ] 도멘 장테 팡쇼 Domaine Geantet-Pansiot

피노 누아를 가장 응축력 있게 표현하는 장인

쥐브리 샹베르탱의 면적은 400헥타르에 달하며 코트 도르 내에서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와인은 감초 같은 독특한 향과 골격이 튼실한 남성적인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대중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도멘들이 많이 밀집해 있기도 곳이기도 하다.

도멘 장테 팡쇼의 오너인 뱅상 장테는 쥐브리 샹베르탱의 '남성미’를 증명하는 듯한 인물이다.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치고(필립 르클레르 정도는 아니지만)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다니며 쥐브리 마을의 소방 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 때문에 그의 와인 역시 터프한 맛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포도를 알 단위로 선별해서 수확하며, 그 풍채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정밀하게 와인을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와인은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도멘 장테 팡쇼는 1954년 12헥타르의 밭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의 와인은 쥐브리 샹베르탱 마을의 그랑 크뤼 와인 중에서도 남달리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며, 점토석회질 토양에서 기인한 풍성한 미네랄 풍미를 드러낸다.

현재 이 도멘은 1982년에 아버지로부터 도멘을 물려받은 뱅상 장테가 운영하고 있으며(위 사진), 2006년부터 그의 아들 파비앙도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뱅상이 도멘을 물려받은 이후 와인의 품질이 눈부시게 상승했으며 로버트 파커, 와인 스펙테이터 등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뱅상은 헥타르당 수확량을 41-48 헥토리터로 제한하며, 포도원을 뤼트 레조네(lutte raisonnee, 유기농과 화학 농약 사용의 중간 정도인 병충해 제거 방식) 시스템으로 경작한다. 제초제는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흰곰팡이와 오이듐은 유황과 청동 구리로 제어한다.

포도는 손으로 선별, 수확하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작은 케이스에 넣어 운반한다. 양조장으로 옮겨진 포도는 알 단위로 네 개의 테이블에서 네 차례의 선별 작업을 거친다. 이 때 각 테이블의 컨베이어가 미세하게 진동하는데, 첫 단계에서는 벌레나 이물질을 분리해내고 다음 단계에서는 으깨진 포도를 제거하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덜 익었거나 상한 포도 알을 추려낸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크기가 너무 작은 포도 알을 골라낸다.

이후 포도는 10일간 10도의 온도로 저온 침용 과정을 거쳐 과일 풍미와 섬세한 맛, 그리고 색소를 추출한 후 발효를 시작한다. 이 때 천연 효모를 사용하며 발효 기간 동안 온도를 22~ 33도로 유지한다. 알코올 발효 중에는 아침 저녁으로 매일 2회씩 포도즙을 고루 섞어준다. 장시간 저온 발효를 거치기 전의 이러한 침용 과정 덕분에 와인은 생기 있는 과일 풍미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뱅상은 베르탕게 숲에서 나는 오크통을 선호하며 매년 30%를 새 것으로 교체한다. 부르고뉴 루쥬부터 샤르므 샹베르탱까지 그가 만드는 모든 와인은 배럴에서 12-14개월간 숙성된다. 효모 앙금이 와인에 풍미를 더하고 구조감을 높인다고 믿는 그는 일찌감치 앙금과 와인을 정기적으로 섞어주며, 정제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 직전에 떠내기(racking) 작업을 진행한다.

로버트 파커가 그의 저서 에서 “뱅상 장테의 와인은 매혹적이고 우아하며 맛이 풍부하다. 내가 시음한 모든 와인은 과일 풍미가 넘쳐 났으며 당장 마시기에 손색이 없었다”고 평가했듯이, 농후하면서도 생기 있는 과일 풍미가 느껴지는 것은 이 도멘의 특징이다.’s>

뱅상 장테 와인의 이러한 특징은 포도나무의 나이와도 관련이 깊다. 평균 수령이 100년에 가까운 앙 샹의 포도나무와 60년이 넘은 쥐브리 샹베르탱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열매는 엑기스처럼 짙은 과즙으로 쟝테 팡쇼 스타일의 틀을 마련한다.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은 섬세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진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래된 포도나무와 양조자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낸 농밀하면서도 생기 있는 과일 풍미를 지닌 와인, 이것이 바로 도멘 장테 팡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