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파라다이스.jpg
 
 
 
 
제아무리 못 말리는 와인애호가라도 와인을 애써 외면하는 때가 있다. 에어컨 없이는 가만 있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여름이 그렇다. 더운 날에는 자연히 차가운 것,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찾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상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15도 전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 것도 있다. 또한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맛을 선사하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차갑게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그나마 마실 만한 것은, 마시는 내내 얼음물에 담가 놓고 시원한 상태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들 와인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는 6-10도 사이다.
 
 
Domaine Marc Morey.jpg
 
 
위 사진은 부르고뉴에서 3대째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어 온 도멘 마크 모레이Domaine Marc Morey의 사샤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2014 빈티지 화이트 와인. 짙은 오크 풍미를 선호하지 않는 생산자의 취향 덕분에 신선한 과일과 우아한 흰꽃 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와인이다. 얼음물에서 막 꺼낸 때보다는, 마시는 동안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그 풍미가 더욱 화려해진다.
 
 
the great domaines of burgundy.jpg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에 비해 레드 와인은 마시기에 좋은 적정 온도가 높다. 예를 들면 가볍고 과일 풍미가 많은 레드 와인은 10-15도 사이, 무게감 있고 파워풀한 레드 와인은 그보다 높은 15-18도 사이다. 다행스럽게도 가벼운 레드 와인은 파워풀한 레드 와인에 비해 더 낮은 온도에서 즐길 수 있고 알코올 도수도 약간 낮기 때문에, 에어컨을 넉넉하게 가동하는 시원한 실내에서라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 가볍고 과일 풍미가 풍성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꼽으라면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대부분의 와인을 들 수 있다. 베리 류의 상큼한 과일 풍미, 맛있는 타닌과 높은 산도를 지닌 피노 누아 와인은 더운 날에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레드 와인 중 하나다.
 
 
 
비노파라다이스.jpg
 
■ Domaine Rene Leclerc Gevrey Chambertin 2012
도멘 르네 르끌레르 쥐브리 샹베르텡 2012
 
■ Domaine Philippe Leclerc Gevrey Chambertin 2012
도멘 필립 르끌레르 쥐브리 샹베르탱 2012
 
위 두 와인은 부르고뉴에서 명성 높은 르끌레르 가문의 두 형제가 각각 만든 와인이다. 형인 르네는 부르고뉴 와인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잘 살리는 와인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포도의 품질만 좋다면 최신식 양조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와인을 만든다. 르네의 쥐브리 샹베르탱 와인은 포도가 자란 환경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특유의 가죽, 젖은 흙, 잘 익은 블랙베리 풍미를 드러내며 산도와 타닌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한편 필립의 와인은 전형성보다는 개성이 뚜렷하다. 그는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를 기다렸다 수확하며 새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쥐브리 샹베르탱 와인은 보다 짙은 색상과 농축된 풍미를 드러내며 길게는 2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하다. 르끌레르 가문과 와인은 [부르고뉴 가이드: 지브리 샹베르탱의 르클레르 가문]이라는 글을 통해 다룬 바 있다.
 
□ Domaine Serafin Gevrey Chambertin 2013
도멘 세라팡 쥐브리 샹베르탱 2013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크리스티앙 세라팡은 일체의 화학약품 사용을 배제하고 포도를 재배한다. 새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비율이 높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또한 와인은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되며 풍부한 과일 풍미와 복합미 그리고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다. 평론가 Robert Parker는 이러한 와인을 만드는 크리스티앙을 두고 “부르고뉴에서 확실한 실력을 갖춘 걸출한 와인생산자”라고 평가했다.
 
□ Domaine Comte Senard Aloxe-Corton 2012
도멘 콩트 세나르 알록스 코르통 2012
 
이곳은 1857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다. 부르고뉴의 와인 기사단 '슈발리에 드 타스트방’의 만찬을 책임질 만큼 뛰어난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필립페 세나르가 그의 딸과 함께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알록스 코르통 와인의 경우 짙은 농도와 명확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르네 르끌레스의 쥐브리 샹베르탱 와인과 더불어 여성스런 모습을 보여준 와인 중 하나다.
 
□ Domaine Drouhin-Laroze Morey-Saint-Denis 2013
도멘 드루앙 라로즈 모레이 생 드니 2013
 
도멘 드루앙 라로즈는 뮤지니, 본 마르, 클로 드 부죠, 샹베르탱 클로 드 베즈 등을 포함하여 그랑 크뤼에 해당하는 포도밭을 여섯 개나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공통적으로 우아하면서도 힘이 있고 향기로운 특징을 지니는데, 모레이 생 드니 와인도 마찬가지로 남성적인 골격과 분명하게 드러나는 향을 선사한다. 또한 과일, 향신료, 담배, 가죽 등의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 Domaine Gros Frère et Sœur Vosne-Romanee 2013
도멘 그로 프레레 본 로마네 2013
 
도멘 그로 프레레는 부르고뉴 굴지의 와인 명가인 그로 가문의 도멘 중 하나다. 이곳은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추출한 천연 효모로 와인을 발효하며 대부분의 와인을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도멘 그로 프레레의 본 로마네 와인은 스파이시한 향신료의 풍미, 부드러운 질감, 강건함, 긴 여운 등 그 매력을 과시하며 그로 가문의 명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다.
 
□ Domaine Francois Lamarche Clos de Vougeot 2012
도멘 프랑수아 라마르슈 클로 드 부죠 2012
 
누구라도 첫 모금에 반할 만큼 매혹적인 모습을 갖춘 도멘 프랑수아 라마르슈의 클로 드 부죠(아래 사진). 앞서 살펴본 도멘 그로 프레레의 본 로마네 와인과 함께 이날 시음회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와인이다. 도멘을 이끌고 있는 프랑수아는 “뛰어난 와인은 섬세함과 우아함의 두 가지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와인을 만든다. 이 두 가지 아름다움을 제대로 맛보려면 몇 년 정도 기다림을 감수하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2012 빈티지의 클로 드 부죠야 말로 지금 마시기에 적격이다.
 
 
Domaine Francois Lamarche.jpg
 
 
마지막으로, The Great Domaines of Burgundy에 소개된 와인생산자 중 비노 파라다이스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문의 02-2280-5233).
 
□Domaine Geantet-Pansiot 도멘 장테 팡쇼
□Domaine Serafin 도멘 세라팡
□Domaine des Lambrays 도멘 데 람브레이
□Domaine Gros Frere et Soeur 도멘 그로 프레레
□Domaine Michel Gros 도멘 미셸 그로
□Domaine Francois Lamarche 도멘 프랑수아 라마르슈
□Domaine Robert Chevillon 도멘 로베르 쉐비용
□Domaine Comte Senard 도멘 콩트 세나르
□Domaine Drouhin Laroze 도멘 드루앙 라로즈
□Domaine Latour – Giraud 도멘 라투르 지호
□Domaine Jean-Marc Morey 도멘 장 마크 모레이
□Domaine Marc Morey et Fils 도멘 마크 모레이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토스카나의 햇살을 담은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10월 말, 포도 수확을 막 끝낸 토스카나의 포도밭은 여전히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포도나무에는 뒤늦게 영근 포도송이가 드문드문 달려 있었고, 와인으로 거듭나지 못한 채 땅으로 사라지게 될 이들의 운명은 포도밭 풍경에 애처로움을 더했다. 하지만 ...
    Date2016.11.15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2. 간단하게 살펴보는 2000~2011 바롤로 빈티지

    10월의 중순부터 지금까지 보름 가량 지났을까. 그 사이에 와인 시음회다 모임이다 해서 바롤로 와인을 마신 것이 세 차례나 된다. 그 중 두 와인은 최근 출시된 2011년 빈티지였고, 나머지 하나는 수확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10년이 된 2006년 빈티지이다. ...
    Date2016.11.04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3. 와인의 안목을 높여준, 크리스탈 와인 그룹 포트폴리오 테이스팅

    포트폴리오portfolio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나 관련 내용을 집약한 자료 묶음 또는 작품집을 말한다. 지난 10월 크리스탈 와인 그룹이 주최한 제 1회 포트폴리오 테이스팅에는 소믈리에, 와인 샵, 미디어 등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
    Date2016.11.03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4. 국내 최초 '꽁떼와 쥐라 노블와인 기사단' 기사로 임명된 ㈜안시와인 최정은 대표와의 일문일답

    2016년 10월 15일, 프랑스 쥐라 지방에서 ㈜안시와인 최정은 대표가 꽁떼와 쥐라 노블 와인 기사단의 기사(라 꼬망드리)로 임명 받았다. 2014년부터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쥐라 와인을 수입, 소개해왔던 최정은 대표는 "와인업계에 몸담아 온 20년이란 세월에...
    Date2016.10.27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5. 호주 와인의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

    19세기 유럽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호주 와인 산업은 현재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호주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수출량 5위, 수출액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와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의하면 2015년 호주 와인 수출액은 21억 달러(호주달러 기...
    Date2016.09.13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6. 2011 빈티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스타일 엿보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명품 와인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소장 가치가 매우 높다. 와인이 깊은 맛을 지니며 오랜 시간 숙성 가능하기 때문이다(최소 10년은 기본이고, 좋은 빈티지의 경...
    Date2016.08.31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7. 더위를 잊게 하는 부르고뉴 와인의 향기

    제아무리 못 말리는 와인애호가라도 와인을 애써 외면하는 때가 있다. 에어컨 없이는 가만 있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여름이 그렇다. 더운 날에는 자연히 차가운 것,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찾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상이다. 레드...
    Date2016.06.30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 44 Next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