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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샤또네쁘 뒤 빠쁘 와인은 교황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1309년에 교황 클레멘스 5세는 정치적인 이유로 로마의 바티칸이 아닌 프랑스의 아비뇽에 머물게 되었고 이후 70년 동안 7명의 교황들이 아비뇽을 떠나지 못했다. 와인을 좋아했던 클레멘스 5세는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길 격려했고 두 번째 교황 요한 22세는 샤또네쁘 뒤 빠쁘에 대규모 포도밭을 조성했다. 당시 그저 그런 와인을 생산해왔던 샤또네쁘 뒤 빠쁘는 이후 고급 와인 생산지로 탈바꿈했다. 또한 1936년에는 프랑스 와인 역사상 최초의 원산지 통제 지역 (AC, Appellation Contrôlée)으로 지정되었다. 이렇듯 극적인 샤또네쁘 뒤 빠쁘의 역사적 배경에서 샤또 라 네르뜨(Chateau la Nerthe)는 주인공으로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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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라 네르뜨는 8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식 문서에서 처음 언급된 해가 1560년이지만 로마 시대의 우물 지형이 발견되면서 16세기 이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는 샤또 라 네르뜨의 전성기였다. 보르도 지역의 샤또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었는데 오늘날엔 테이스팅 룸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16세기에 지하 와인저장고(또는 까브, cave)를 만들면서 일찍부터 와이너리의 틀을 구축했던 라 네르뜨는 아치형 천장의 새로운 까브를 건축하여 샤또의 부와 명성을 과시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를 비롯해 왕족과 귀족들이 사랑했던 라 네르뜨는 프랑스 국경을 넘어 영국, 독일, 러시아 그리고 북미까지 와인을 수출했다. 이처럼 활발한 교역에는, 와인 무역에 대해 관심이 남달랐을 뿐만 아니라1784년부터 에스테이트에서 병입을 했던 것도 한몫 했다. 보르도에서 자체 병입을 했던 시기보다 100년이나 앞선 것이다.
 
나아가 1800년대 필록세라(포도나무뿌리진디)가 휩쓸어 황폐해진 포도밭을 재건할 때 라 네르뜨는 오늘날 아펠라시옹 규정에서 정한 샤또네쁘 뒤 빠쁘 와인의 포도 품종들을 그 당시에 실험적으로 재배했다. 총 10가지 품종이라 전해지는데, 이상적인 수확량, 특별한 풍미, 블렌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단점에 관해 연구하고 정보를 축적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지금 라 네르뜨 샤또네쁘 뒤 빠쁘의 기초적인 품종과 비율이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라 네르뜨는 최초로 포도송이 줄기를 제거한 후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1800년대의 와이너리에 속하며 와인은 당시 남부 론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다.
 
한편, 샤또네쁘 뒤 빠쁘의 기후를 이야기할 때 미스트랄(mistral)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트랄은 1년 중 140일 정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포도가 걸릴 수 있는 곰팡이성 질병을 막아주고 껍질을 두껍게 해 타닌을 보강해준다. 남부 론의 와인생산자들은 미스트랄을 와인 닥터(wine doctor) 혹은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미스트랄은 워낙 거센 바람이라 포도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낮게 가지를 치거나, 시라 품종의 경우 바람에 더 약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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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년 60헥타르의 와이너리 면적 중 포도밭은 6헥타르에 불과했으나 현재 라 네르뜨는 90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며 샤또네쁘 뒤 빠쁘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힌다. “미니 샤또네쁘 뒤 빠쁘”라고 불릴 정도로 라 네르뜨의 포도밭은 샤토네쁘 뒤 빠쁘에서 볼 수 있는 토양 타입 즉 석회암, 모래, 점토, 갈레(galets, 넙적하고 큰 돌멩이) 모두 가지고 있다. 요즘 샤또네쁘 뒤 빠쁘에서는 13개 품종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라 네르뜨는 이 품종 모두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다. 이에 대해 라 네르뜨에서 수출 책임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브리스티엘(Christophe Bristiel)은 “우리는 13개 품종을 사용하는 샤토네쁘 뒤 빠쁘 와인의 역사성과 전형을 확립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간혹 샤또네쁘 뒤 빠쁘 와인의 품종을 18개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르나슈와 픽뿔 품종을 별개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색상에 따라 그르나슈를 누아, 블랑, 그리, 로제의 4개로 나누고 픽불을 누아, 그리, 블랑의 3개로 나누어 총 18개가 되는 것이다. 그르나슈와 생쏘 품종 위주로 만든 와인은 콘크리트 탱크에서, 그르나슈와 시라를 블렌딩한 와인은 대형 푸드르(foudres, 거대한 나무 통)에서 그리고 무베드르는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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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 네뜨르 샤또네쁘 뒤 빠쁘 블랑 2014
Ch. La Nerthe Chateauneuf du Papa Blanc
 
샤또네쁘 뒤 빠쁘 와인의 전체 생산량에서 5%에 불과한 화이트 와인은 귀한 와인에 속한다. 라 네르뜨는 필록세라가 지나간 후 포도밭을 재건할 때 포도밭을 늘려서 오늘날 10헥타르가 화이트 와인 몫이 되었다. 루싼느와 끌라레뜨는 오크통에서 그르나슈 블랑과 부르블랑은 스텐레스 탱크에서 발효, 숙성된다. 와인의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2차 젖산 발효를 하지 않는다. 레몬, 흰 꽃, 흰 과일, 아니스, 펜넬 등 아로마가 화려하고 기분 좋아지게 해준다. 입 안에서도 상큼하고 생생한 산미가 자꾸만 침을 고이게 할 정도 강한 편이다. 브리스티엘은 "1985, 1972 빈티지를 마셨을 때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잘 살아 있었다.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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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 네뜨르 샤또네쁘 뒤 빠쁘 루즈 2006
Ch. La Nerthe Chateauneuf du Papa Rouge
 
앞서 언급했던 미스트랄의 영향을 많이 받아 타닌이 강해진 와인이다.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은 느낌이다. 빈티지의 영향 외에도 타닌이 많은 무베드르 품종의 비율이 높아 와인의 구조가 탄탄하다. 붉은 야생 딸기, 달콤한 감초, 버섯의 풍미가 느껴지고 산도 또한 적당하다. 실크 같은 타닌은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순수한 과실의 느낌이 여운으로 길게 이어진다. 잘 익은 타닌과 잘 살아있는 산도에서 뛰어난 샤또네쁘 뒤 빠쁘의 기본을 맛본 듯 하며 앞으로 10년 뒤가 기대되는 와인이다.
 
■ 샤또 라 네뜨르 샤또네쁘 뒤 빠쁘 루즈 2013
Ch. La Nerthe Chateauneuf du Papa Rouge
 
진한 가넷 색상을 띤 와인으로 블랙체리, 블랙 라스베리 같은 검은 과실의 향이 좀더 난다. 발사믹과 시나몬, 정향 같은 향신료, 감초, 오크 느낌, 미네랄의 느낌도 이어서 난다. 아직 어린 와인임에도 타닌은 부드럽고 둥글게 혀를 감싸는 듯 하며 여성적이란 표현에 동감한다. 2016년 6월에 출시예정인 신상와인으로 2013 빈티지부터 샤또 라 네뜨르를 설립한 최초 가문의 문장을 양각한 새로운 병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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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또 라 네뜨르 샤또네쁘 뒤 빠쁘 뀌베 데 까데뜨 2005
Ch. La Nerthe Chateauneuf du Papa Rouge Cuvee des Cadettes
 
1910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샤또 라 네뜨르의 프레스티지 와인이다. 1893년부터 재배해 온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그르나슈, 시라, 무베드르 세 품종으로만 만든다. 24개월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빈티지가 나쁜 해에는 만들기를 포기해서 무베드르가 피해를 입은 2007년엔 뀌베 데 까데뜨를 생산하지 않았다. 감초, 자두, 후추, 멘톨, 블랙베리와 레드 베리, 토스트의 풍미가 나고 여전히 산도가 뛰어나다. 잘 익은 타닌은 벨벳처럼 부드럽고 여운을 길게 끌고 가는 힘 또한 충분하다.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풀 바디 와인이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라 네르뜨의 역사성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며 “샤또 라 네르뜨는 샤또네쁘 뒤 빠쁘에서 유일한 진짜 샤또”라며 극찬한 바 있다. 라 네르뜨는 남부 론의 따벨에서 로제 와인을, 꼬뜨 뒤 론 빌라쥐에서 레드 와인을 생산하며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박제되지 않고 시류에도 휩쓸리지 않는 라 네르뜨가 샤또네쁘 뒤 빠쁘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지 기대해본다.
 
 
 
수입_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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