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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는 오로지 스위트 와인 생산에만 전념하는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 존재하는데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이 그곳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최상급 스위트 와인은 잘 익은 살구의 풍성함이 입 안에서 폭발하듯 쏟아지고 꿀이 넘쳐 흐르는 것처럼 미뢰 전체로 퍼진다. 첫 한 모금에 “도대체 이런 와인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지?”하는 놀란 표정이 얼굴에 번진다. 게다가 아무리 마셔도 싫증이 나지 않는데, 와인의 달콤함과 산도와 알코올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소테른과 바르삭의 스위트 와인은 세미용 품종을 사용해 복합적이고 감각적인 특징을 형성하고, 소비뇽 블랑 품종을 약간 첨가해 산도의 균형을 맞추고 신선함을 유지하며, 뮈스카델 품종을 소량 사용해 풍미를 더욱 강화한다. 와인을 생산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9월 즈음 부드러운 아침 안개가 포도를 감싸면 보트리티스(botrytis) 곰팡이가 번식하는데, 이 곰팡이가 포도껍질을 손상시켜 수분이 증발하고 포도가 마르면서 건포도 상태가 된다. 이렇게 당분이 강하게 농축된 포도는 나무 한 그루당 와인 한 잔 정도의 분량 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게다가 모든 포도가 곰팡이의 영향을 골고루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도를 손으로 일일이 골라 수확하는 과정이 몇 주에 걸쳐 이루어진다. 짐작하겠지만, 이곳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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즙이 거의 남지 않아 어렵사리 압착해서 얻은 포도즙은 길게는 1년에 걸려 발효를 거친다(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의 발효 기간은 보통 2주에서 1개월 사이). 당분을 분해하는 효모는 알코올 농도가 너무 높아지는 특정 시점에 이르면 파괴되는데, 이와 함께 발효가 멈추면 알코올로 전환되지 않은 천연 당분이 남아 와인에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이렇게 해서, 알코올 함량 14%와 잔여당분 10%를 함유한 가공할 만한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오크통에 최소 2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후에는 병 속에서 계속 숙성과정이 진행된다. 숙성 초기, 즉 빈티지에서 5년쯤 지난 무렵에 와인의 달콤한 살구 향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강렬하던 달콤함이 잠잠해지고 풍미가 완전히 녹아 들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최고급 소테른이나 바르삭 와인의 경우, 50년 이상 지난 뒤에도 여전히 놀랄 만한 생동감을 지닌다.
 
 
1855.jpg
 
 
한편, 소테른과 바르삭의 와인은 메독과 함께 그 유명한 1855 등급분류(1855 Bordeaux Classification)에 포함되는데, 프르미에 크뤼 슈페리에 등급에 1개 샤토(샤토 디켐), 프르미에 크뤼 1등급에 11개 샤토, 프르미에 크뤼 2등급에 15개 샤토가 지정되어 있다.
 
 
Ch?teau d
 
 
위 사진은, 프르미에 크뤼 2등급에 속하는 샤토 다르쉬 Ch. d’Arche, 한때 이곳을 소유했던 다르쉬 백작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샤토 다르쉬는 샤토 디켐을 포함한 세 개의 프르미에 크뤼 샤토가 들어선 곳에 자리잡고 있다. 자갈(70%), 점토(25%), 토사(5%)로 구성된 이곳의 토양에는 평균 수령 45년의 오래된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수확량은 25hl/ha에 불과하다.이곳에서는 최고급 뀌베 Arche Lafaurier와 함께 Chateau d'Arche 그리고 세컨드 와인인 Prieuré d'Arche 등 세 종류의 와인을 생산한다.
 
 
Chateau d
 
▲ Arche Lafaurier
 
Arche Lafaurier는 샤토 다르쉬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가장 훌륭한 구획에서 자란 최상급 포도를 선별해서 만든다. 농도가 매우 짙고 파워플하며, 입 안에서의 질감은 매끄럽기 그지없다. 긴 여운 또한 일품인 이 소테른 와인은 수십 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DARCHE_SMALL.jpg
 
Chateau d'Arche
 
 
Chateau d'Arche는그랑 크뤼 등급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와인이다. 설탕에 절인 과일, 열대 과일, 생강, 멜론, 캐러멜, 구운 견과류 등의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며, 생기 있고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PERLE OF D
 
Prieuré d'Arche
 
Prieuré d'Arche 또는 Perle d'Arche라고도 불리는 이 와인은 샤토 다르쉬의 세컨드 와인이다. 수령이 10년 정도 된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와인은 신선하고 생기 있으며 과일 풍미가 짙은데, 위 두 와인에 비해 비교적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일 띤다.
 
 
 
 
위 영상에서는 샤토 다르쉬의 총괄 책임자인 Jérôme Cosson가 1997 빈티지 소테른 와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곧이어 포도나무의 가지를 치는 방법을 보여준다.
 
 
Ch?teau d
 
 
샤토 다르쉬는 2010년에 환경경영체제 국제표준을 만족시켜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고, 2014년에는 보르도 상공회의소로부터 Best of Wine Tourism 상을 수상하였다(샤토 다르쉬는 Le Relais du Chateau d’Arche 호텔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샤토 다르쉬의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샤토 다르쉬는 소테른 와인과 음식의 파격적인 조합을 선보이며 와인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는데, 샤토 다르쉬의 총괄 책임자인 Jérôme Cosson으로부터 그 내막을 들어보자.
 
“디저트 와인으로만 인식되어 온 소테른 와인이 대부분의 요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명한 셰프 George Gotrand를 만나 소테른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요리를 개발해 달라고 했죠. 이는 큰 성공을 거뒀고 레시피를 엮은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푸아그라나 블루 치즈가 전통적인 조합으로 여겨지는 소테른 와인에 그는 과연 어떤 음식을 내놓은 것일까? 몇 가지 메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Oysters with Chteau d_Arche.jpg
 
 
▲ 전채요리로는, 굴에 소테른 와인으로 만든 크림 소스를 붓고 그 위에 고수와 레몬 그라스를 얹었다. 전채요리와 함께 식전주로 소테른 와인을 마시는 것은 소화를 돕는 기능을 한다.
 
 
Marinated Red Mullett Fillets.jpg
 
 
▲ 소테른 와인과 잘 어울리는 단맛을 지닌 붉은 숭어 필렛은첫 번째 코스 요리로 내기에 좋다.
 
 
Lacquered Chicken Wings.jpg
 
 
▲ 허브와 생강으로 맛을 낸 닭구이는 메인 요리로써 소테른 와인과 함께하기에 손색이 없다.
 
 
Pears and Blue Cheese on baby Spinach.jpg
 
 
잘게 썬 배와 시금치를 볶은 후 블루 치즈를 곁들여 낸 디저트로소테른 와인 정찬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테른 와인은 별다른 안주나 음식 없이 와인 자체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굴, 생선, 닭고기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요리에 소테른 와인을 함께할 수 있다니, 와인애호가로서 반드시 경험하고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누는 정성스런 과정이 곁들여지기에, 모처럼 값비싼 소테른 와인을 여는 그 순간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집안 어딘가에 소테른 와인 한 병쯤 가지고 있다면 눕혀서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는 10~12도 정도로 시원하게 온도를 맞출 것을 권장한다. 일단 마개를 열고 나면 15일 정도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 참고자료
The Wine Bible (Karen Macneil)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 (뱅상 가스니에)
www.sauternes1855bars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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