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리 중부 아브루초(Abruzzo)는 피에몬테와 토스카나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초로 지지를 받고 있는 생산지이다. 이태리 와인 센트럴(Italy Wine Central)에서 집계한 2014년 이태리 생산지별 와인 생산량 순위에서 아브루초는 2,349,000 헥토리터로 7위를 차지했고 2010년 품종별 재배면적 순위에서 1위 산지오베제 다음으로 주요 품종인 트레비아노(백포도)가 2위, 몬테풀치아노(적포도)가 3위를 차지했다. 한때 산지오베제로 오해 받았던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초는 붉은색 과실과 향신료 향이 풍부하고 색상도 매우 진한 편이다(사실, 전형적인 몬테풀치아노 와인은 붉은 색 과실의 느낌이 많아 간혹 메를로나 산지오베제와 혼동되기도 한다). 보통 빈티지에서 4-7년 이후부터 음용 적기라고 보는데, 일부 고급 와인들은 10년 이상의 잠재력을 자랑한다.
최근 수입사 와이넬 주최로 열린 마라미에로 인페리(Marramiero Inferi) 버티컬 와인 테이스팅은 몬테풀치아노의 잠재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대부분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초의 생산지는 아펜니노 산맥과 아드리아 해 사이 언덕에 위치하는데, 페스카라(Pescara), 키에티(Chieti), 테라모(Teramo) 그리고 라뀔라(L’Acquila)를 꼽을 수 있다. 마라미에로 와이너리는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페스카라에 자리잡고 있다. 수세기 동안 포도원을 소유해온 마라미에로 가문은 19세기 초 단테 마라미에로가 현대적인 기술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했다. 현재 부친의 뒤를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엔리코 마라미에로는 친환경 재배 방식을 도입하는 등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아브루조의 전통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티컬 와인 테이스팅은 하나의 와인을 다양한 빈티지로 비교 시음하는 방식으로, 특정 와인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짙은 붉은 색 레이블이 다소 섬뜩한 마라미에로 인페리는 실제로 ‘지옥’,'저승’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태리의 와인 전문 매체 Il Mio Vino는 이 와인을 극찬하며 “천국과 같은 지옥의 레드 와인”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등 총 7개 빈티지를 비교 시음하는 동안 놀라움은 계속되었는데, 참고로 미국의 와인 전문 매체 Wine Enthusiast는 이 와인들에 평균 91점의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인페리 2005
10년 간 숙성된 와인답게 오렌지빛 테두리가 살짝 엿보이지만 여전히 신선한 과일 풍미를 지녔다. 꽃 향, 베리 향, 숙성된 부케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깔끔한 타닌, 달콤한 맛, 산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숙성된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라면 반할 수 있겠다.
인페리 2006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검은 과실과 오크 계열의 향이 나고 입 안에서의 감촉은 부드럽다. 촘촘한 질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타닌 덕분에 목 넘김이 편안하다. Wine Enthusiast는 2005, 2006 두 빈티지를 지금쯤 마시기에 좋다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마셔보면 시음 적기 예측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인페리 2007
불과 1년 차이지만 2006 빈티지에 비해 타닌이 강하고 와인의 색도 더 진하다. 자두에 가까운 검은 과실의 풍미와 허브 계열의 향도 느껴진다. 산미가 여전히 살아있으며 커피 풍미도 드러난다.
인페리 2008
베리류 잼, 감초, 마른 허브의 풍미가 느껴진다. 농밀한 과실 풍미와 묵직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다른 빈티지에 비해 산미는 약간 덜하며 타닌이 입 천장을 겹겹이 코팅하듯 두껍고 강하다.
인페리 2009
베스트 빈티지 중 하나로 붉은 과실, 꽃, 마른 허브의 향이 풍부하다. 입 안을 채우는 풀 바디 와인 스타일로 타닌 또한 단단하고 산미도 강하다. 2007, 2008 과 함께 숙성 적기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페리 2010
뛰어난 빈티지의 와인답게 과실 향이 화려하다. 블랙 라즈베리, 블루베리, 커피, 코코아 향이 풍부하다. 타닌은 강하지만 과실의 부드럽고 진한 풍미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미도 적당히 받쳐주는 이 와인이 숙성 적기에는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된다.
인페리 2011
색이 무척 강렬하다. 검은 자두 향에 이어 말린 허브, 타르, 후추 향이 이어진다. 타닌과 산미는 모두 강하며 풀 바디 와인에 가깝다. 2010 빈티지 와인과 마찬가지로 숙성 적기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문의_ 와이넬 (02. 325. 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