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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체 포도재배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로 군림하는 곳이 있으니, 랑그독(Languedoc) 지역이 바로 그곳이다. 랑그독의 기후는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알려져 있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과 바다 바람의 영향이 큰 곳에서는 종종 신선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와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몽펠리에에서 북동쪽으로 20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쌩 드레제리(Saint-Drézéry)에는 해발 고도 50~150m 사이의 구릉에 포도밭들이 늘어서 있는데, 바다 바람의 영향이 심해 랑그독의 다른 지역에 비해 더 건조하고 일교차도 더 크다. 이곳의 남다른 포도재배환경에서 자란 포도는 더 잘 익고 색이 짙으며 섬세하고 풍부한 아로마를 드러낸다. 와인의 품질에 대한 평판은 아주 오래된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770년 몽펠리에 교구에서 작성한 한 문서에는 “(이곳의 테루아는 특별하기 때문에) 이곳의 와인을 다른 평범한 와인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삼십여 년 전, 몽펠리에의 한 오래된 농장을 허물어 샤또 푸에슈오를 짓고 포도원을 조성한 제라르 브뤼는 쌩 드레제리 지역에 92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사들였다. 이는 현재 그가 소유한 전체 포도밭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 크고 둥근 자갈이 덮고 있는 샤또 푸에슈오의 포도밭에는 시라와 그르나슈 품종의 포도가 주로 자라며, 오랜 수령의 카리냥과 비오니에, 마르산, 루산 같은 청포도 품종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랑그독 최고의 테루아를 지닌 포도밭을 사들이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던 제라르 브뤼는, 위대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양조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적인 양조 컨설턴트 미셸 롤랑이, 2008년 이후로는 필립 깡비가 샤또 푸에슈오의 양조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양조 컨설턴트로써 필립 깡비(Philippe Cambie)의 명성은 샤또네프뒤파프와 꼬뜨뒤론을 비롯한 프랑스 남부 와인 산지에서 독보적이다(그가 컨설팅하는 와이너리 리스트는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2010 올해의 와인메이커’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르나슈 품종에 대한 전문성 덕분에 “Master of Grenache”로 불리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1월 방한하기로 했던 그의 계획이 무산되었는데, 그와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이야기 중 흥미로운 내용을 골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양조 컨설턴트로써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있는가?
 
양조 컨설턴트의 역할은 스포츠 팀 코치의 역할과 비슷하다. (코치로써) 나는 와인양조자(선수)가 가장 좋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가진 공동의 목표는 포도가 뿌리 내린 땅으로부터 깨끗하고 순수한 와인을 얻는 것이다. 자연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이런 와인을 만들 수 없는데, 토양을 보살피는데 노력을 쏟고 제초제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랑그독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랑그독 지역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와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조량, 강우량, 석회암과 점토로 덮인 토양 등 포도 재배 조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그르나슈, 시라, 무베드르처럼 프랑스 남부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에 랑그독 만한 곳은 없다. 샤또 푸에슈오의 포도밭은 랑그독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테루아를 선보이며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은 20년 이상 숙성이 거뜬하다..
 
샤또 푸에슈오에 합류한 이후 어떤 변화 꾀했나?
 
2008년 샤또 푸에슈오에 합류하자 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그간 생산된 모든 와인을 시음하는 일이었다. 몸집이 큰 와인보다는 우아하고 과일 풍미가 풍부한 와인을, 그리고 잠재력이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와인양조자 마띠유 끼앙피(Mathieu Ciampi)와 함께 포도 재배 방식과 양조 방식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포도밭을 작은 구획으로 나누어 구획 별로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고 수확한 포도를 한데 섞지 않고 따로따로 양조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또한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방법(발효 중인 포도즙을 위아래로 섞어주는 등)보다는 좀더 자연스럽고 섬세한 방법(침용 기간을 5주로 늘리는 등)을 통해 포도의 타닌, 색소,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기후변화, 와인산업의 규제 등 랑그독 와인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면?
 
기후 변화의 영향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역이 랑그독을 위시한 프랑스 남부 지역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와인 관련 규제는 위대한 와인의 탄생을 막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업가로써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제라르 브뤼, 그리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실력을 갖춘 양조 컨설턴트 미셸 롤랑과 필립 깡비 같은 인물 덕분에 샤또 푸에슈오의 와인은 출시된 이후로 지금까지 각종 와인 매체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 일례로 < Gault Millau Vin> 2009년판에서는 “제라르 브뤼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샤또 푸에슈오는 랑그독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고,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또 푸에슈오를 “랑그독의 가장 뛰어난 와인생산자”로 언급하며 해마다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가이드 중의 하나인 < Le Magazine de Vin>은 “2016 Top 100 프랑스 와인”으로 샤또 푸에슈오의 '끌로 뒤 픽(Clos du Pic)’을 2위에 선정하였다.
 
지난 1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BLT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열린 '샤또 푸에슈오 만찬’에는 2007년 빈티지 끌로 뒤 픽 매그넘 사이즈를 비롯해 여러 가지 와인이 등장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LOS DU PIC.jpg
 
시라와 무베드르 품종으로 만드는 끌로 뒤 픽 와인은 연간 생산량이 4천 병에 불과한데, 검붉은 과실향의 섬세하면서도 집중도 있는 아로마, 벨벳 같은 질감, 풍성한 보디감이 이루는 균형이 일품이다.
 
정하봉_소믈리에_푸에슈오.jpg
 
‘샤또 푸에슈오 만찬’에 등장하여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와인이 있으니, 2013년 빈티지 떼뜨 드 벨리에 루즈(Tête de Belier Rouge) 임페리얼 사이즈(임페리얼: 750ml 와인 여덟 병과 맞먹는 6L용량)가 그것이다. 쌩 드레제리에서 재배한 시라를 중심으로 그르나슈, 무베드르, 카리냥 등을 소량 블렌딩해서 만드는 이 와인은 잘 익은 과일 향, 농후하고 응축된 구조감, 길게 이어지는 은은한 향신료의 풍미, 입안을 가득 채우는 온화함을 드러낸다.
 
 
프레스티지 루즈(Prestige Rouge) 역시 랑그독 와인의 정수를 잘 보여주며 샤또 푸에슈오의 전형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르나슈와 시라를 블렌딩해서 만든 이 와인은 과일 풍미가 풍부하고 살집 있는 과즙이 느껴지며 매끄러운 질감을 선사하는데, 위 두 와인보다는 좀더 편하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의 와인이다.
 
가리비 록펠러_샤또 푸에슈오 블랑.jpg
 
샤또 푸에슈오에 높은 명성을 안겨다 준 주인공은 레드 와인이지만, 화이트 와인의 품질과 맛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루산느와 마르산느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프레스티지 블랑(Prestige Blanc)의 경우 경쾌한 감귤류의 풍미와 흰꽃 향이 어우러져 근사한 아로마를 뽐내며, 신선한 산미와 섬세한 질감 덕분에 가재, 관자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 요리와도 좋은 조합을 이룬다(사진은, 가라비 록펠러와 함께 선보인 2013년 빈티지 프레스티지 블랑).
 
 
수입_ 와이넬 (02.325.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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