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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와인 ‘몬테스’(Montes)의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스 몬테스가 아르헨티나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2001년 멘도자 지방을 방문했을 때이다. 같은 남미에 속해 있지만 칠레와는 전혀 다른 그곳의 포도재배환경과 와인문화에 매료된 그는 이듬해인 2002년에 카이켄(Kaiken) 와이너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로써 몬테스는, 안데스를 경계로 맞닿아 있는 두 나라의 와인산지를 군림하며 ‘남미 최고의 와인생산자’로 다시 한번 우뚝 선다. 남미에 서식하며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넘나드는 야생 거위 ‘카이켄’을 와이너리의 이름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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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켄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포도는 대부분 해발 고도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된다. 고도가 높을수록 일교차가 극심하고 땅은 더욱 척박해지는데, 이는 포도의 성장 속도를 늦추어 완성도 높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이 때 완성도라 함은 포도가 짙은 색, 탄탄한 골격, 높은 산도, 복합적인 풍미를 갖춘 정도를 뜻한다. 즉 고도가 높을수록 좋은 품질의 포도로 우수한 와인을 만든다고 말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저지대에서 다량 수확하는 포도는 평범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데 쓰인다. 카이켄의 ‘울트라’ 시리즈는 전자에 속하는데, 몬테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된 와인으로 ‘몬테스 알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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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몬테스 아우렐리오스 주니어와 함께 시음한 두 와인,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07과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 2004 와인은 십여 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한 몬테스의 판단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와인의 경우 여전히 신선하고 짙은 과일 풍미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숙성으로 인해 한층 부드러워진 질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냈다. 와인의 숙성에 포도의 산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포도의 산도가 포도밭의 고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아르헨티나에서 최고의 포도밭을 골라낸 몬테스의 안목은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몬테스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사실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지난 이십 년간 칠레 와인 산업의 성장 동력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말벡 품종이 지배적인 아르헨티나에서 칠레에서와 같이 수준 높은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선보이려 함은 몬테스의 도전이자 야심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2012년 기준, 레드 품종 재배 면적 중 말벡이 32%로 1위, 카베르네 소비뇽이 15%로 3위). 그리고 십여 년의 숙성을 거쳐 정점에 달한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 2004 빈티지는, 잘 익은 과일 풍미와 유연하고 우아한 질감으로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면서 몬테스의 도전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카이켄이 생산하는 와인의 최정상에는 '마이’(mAi)가 있다. 2001년에 몬테스가 카이켄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수년에 걸친 연구, 분석 끝에 2007년에 비로소 최초 빈티지의 마이를 선보였다. 마이는 세 개의 포도밭에서 엄선한, 최고 수령이 100년이 넘는 말벡 포도로 만든 와인이며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이후 병에서 2년의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다. 와인은 관능적일 만큼 짙은 보랏빛을 띠고 잘 익은 과일 풍미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긴 여운을 선사하며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하는데, 과연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임을 의심할 바 없다(소비자가격 10만원 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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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울트라’ 시리즈와 ‘마이’는 카이켄의 프리미엄급 와인에 속한다. 이 외에 좀더 대중적인 스타일과 가격대의 카이켄 와인을 접해보고 싶다면 ‘테루아’ 시리즈를 추천한다. 국내에는 소비자가격 3만원 대의 테루아 시리즈 말벡과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가 유통 중이다. 특히 토론테스 와인은 신선하고 생기 있으며 꽃, 열대과일 향이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으로 장어, 새우 등 각종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카이켄은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카이켄 브룻’도 생산하고 있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품종을 섞어 만들며 샴페인에 견줄 만한 섬세한 기포와 복합적인 풍미, 뛰어난 산도, 우아한 바디감과 구조감을 지니고 있어 다가올 연말연시 모임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만한 와인이다.
 
 
 
수입_나라셀라(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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