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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지중해 연안에서는 수확을 늦추거나 건조시켜서 당도를 높인 포도를 사용하여 알코올 성분이 강한 와인을 많이 생산했다. 그러던 중 13세기에 들어 마요르크 왕실의 의사였던 아르노 드 빌라노바 박사가 페르피냥(Perpignan)이란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 발효 중인 와인에 포도 증류주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소위 '주정 강화(fortified)’ 방식을 발견하였고, 이는 오늘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주정 강화 와인인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 이하 VDN)의 기원이 되었다. 주정 강화 방식이 탄생한 도시 페르피냥은 현재 프랑스 루시옹 지역이 속해 있는 피레네 오리앙탈(Pyrénées-Orientales)의 도청소재지이며, 루시옹에서 생산하는 VDN은 프랑스 전체 VDN 와인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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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N의 독특한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라도 양조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알코올 도수 96도에 달하는 순수 포도 증류주를 발효 중인 와인에 첨가하면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대신(16~18도 사이) 발효가 멈추는데, 이 때 미처 알코올로 변환되지 못한 포도의 당분 때문에 와인은 단맛을 지니게 된다. 100mg/l이 넘지 않는 와인의 잔당은 단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끈적끈적하지 않고 깔끔하다. 와인의 색은 사용하는 품종, 주정 강화 후에 거치는 숙성 방식 및 기간에 따라 옅은 장미색이나 오렌지색 또는 어두운 갈색을 띤다. 숙성 방식과 기간은 와인의 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VDN을 감미롭고 관능적으로 만드는 핵심은 바로 숙성으로 인한 부케(bouquet, 숙성하면서 발전하는 와인의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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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숙성시키지 않고 마실 수 있도록 주정 강화 후 빨리 병입하여 출시하는 와인도 있지만(뮈스카 로제와 레드 와인), 대개는 스타일에 따라 나무통과 병 안에서 적게는 30개월, 많게는 20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렇게 오랜 시간 숙성된 VDN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달콤한 과일이나 말린 과일, 꿀, 무화과, 스모키하거나 스파이시한 향 등 다양한 부케를 드러내며 때로는 식전주로 때로는 훌륭한 디저트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와인의 풍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VDN의 숙성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그림1]은 화이트와 로제 VDN의 양조 과정을, [그림2]는 레드 VDN의 양조 과정을, [그림3]은 발효를 마친 화이트, 로제, 레드 VDN의 숙성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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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여부와 숙성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나뉘는 VDN은 즐기는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숙성 시키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신선하고 풍성한 과일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와인은 식전주로 마시기에 제격이다. 반면 숙성을 오래시켜 복합적이고 다양한 부케를 지닌 와인은 디저트로 즐기면 또는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다. VDN을 생산하는 루시옹의 다섯 개 원산지(AOP) 중 리브잘트(Rivesaltes)와 바뉼스(Banyuls)의 몇 가지 와인을 예로 들어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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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2013년에 병입한Terrassous Old Rivesaltes, Hors d'age 6 yrs는 레이블에 특정 빈티지 대신 ‘6년 숙성’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는데, 6년 이상 숙성시킨 여러 해의 와인을 블렌딩했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Hors d'age 12 yrs는 12년 이상 숙성시킨 여러 해의 와인을 블렌딩했음을 의미한다). 영롱한 호박색에 16도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 이 와인은 무겁지 않고 신선하며 꿀, 노란 꽃, 잘 익은 무화과의 풍미를 드러낸다. 12-14도 사이의 온도로 마시면 좋고, 식전주나 식후주로 내놓거나 로크포르 치즈, 아시아 음식, 초콜릿 케이크 등과 잘 어울린다.1995 빈티지 Rivesaltes는 199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으며 약 20년 가까이 오크통 숙성을 거쳤다(그 기간 동안 절반에 가까운 와인이 증발). 와인을 잔에 따르면 구리색이 옅게 비치는 황금빛을 띠며 말린 과일, 바나나, 살구 향과 함께 풍성한 질감과 신선한 맛, 사라질 것 같지 않은 긴 여운을 선사한다. 디캔팅은 불필요하며 푸아그라, 캐비어 등이 어울리긴 하지만 와인만 즐겨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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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VDN의 경우 12~15도 정도의 온도에서 커스터드크림, 파이, 누가, 바닐라 아이스크림, 푸아 그라, 크림소스 곁들인 닭고기 요리, 화이트 초콜릿 퐁듀, 치즈 등을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레이블에 Rimage라고 기재된 VDN은 산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했음을 뜻하는데 블랙베리, 체리, 산딸기 등의 과일 풍미가 잘 보존되어 있어 바로 마시기에 좋고 10년 이상 보관도 가능하다. 치즈 케이크, 과일 파이, 체리나 블랙베리 마멀레이드를 얹은 디저트와 함께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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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Domaine Vial Magneres의 Tradition은 4년간 오크통 숙성을 거쳐 출시되는데 식전주, 디저트 와인으로 즐기거나 요리에 활용해도 좋은 와인이다. 양조 후 바로 병입된 2012 빈티지 Rivage는 식전주로 즐기기에 좋고 푸아 그라, 흰색 또는 노란색 과일, 크림 디저트,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1988 빈티지 Altragau는 20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을 거쳐 스파이시한 풍미를 지니는데, 풍미가 강한 치즈나 초콜릿, 식사 후의 커피나 시가와 잘 어울린다. 숙성되는 동안 증발하는 양만큼 다른 해의 와인들을 채워 넣는 Rivage Ambre는 한 끼 식사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디저트 와인이다. Banyuls Grand Cru 와인인 2004 빈티지 Andre Magneres는 오래된 나무통에서 5년간 숙성을 거친 후 병입되었으며 스튜, 초콜릿 디저트, 말린 과일, 누가, 프랄린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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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옹의 특산품인 뱅 두 나튀렐을 비롯하여 그 밖의 와인 생산 정보를 알고 싶다면,루시옹 와인 협회 웹사이트의 한국어 버전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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