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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나폴레옹이다. 지브리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유독 좋아했던 그가 러시아 원정 시에도 이 와인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부르고뉴 와인 수집가들의 와인 목록 절반 정도는 이곳의 와인들이 채울 만큼 지브리 샹베르탱 와인은 인기다.
 
지브리 샹베르탱은 부르고뉴의 마을 가운데 가장 많은 수(9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색이 짙고 향도 진하며 전반적으로 튼튼한 느낌을 준다. 숙성 초기의 와인은 카시스 열매와 작고 검붉은 열매 향을 연상시키며 때로는 사향과 동물의 털을 떠올리게 하는데, 와인이 숙성되면서 종종 감초 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브리 샹베르탱 와인은 강한(powerful) 와인으로 타닌, 풍부하고 감미로운 맛, 적절하고 맛있는 산미가 조화롭게 섞여 있다(<부르고뉴 와인>, 2010, 바롬웍스).
 
이 글에서 살펴볼 르클레르 Leclerc 가문은 지브리 샹베르탱 마을에 자리한 대표적인 와인 가문 중 하나로,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두 형제가 각각 도멘 르네 르클레르와 도멘 필립 르클레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르네 & 프랑수아 르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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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그리고 프랑수아 르클레르
 
 
도멘 르네 르클레르Domaine Rene Leclerc의 역사는, 1962년에 르네 르클레르가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와인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좋은 와인은 최고의 포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여느 뛰어난 양조가들과 마찬가지로, 르네 역시 포도의 생장 과정을 이해하고 최고의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양조장보다 포도밭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포도밭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그는, 최고의 포도를 얻을 수만 있다면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신식 양조 기술에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50년에서 80년 사이의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피노 누아)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압축기에서 세 시간 만에 압축을 끝낸다. 그 이상 압축할 경우 포도의 떫은 타닌이 우러나올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압축 시간이 짧다는 것은 짜내는 포도즙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포도즙의 과일 풍미는 놀랄 만큼 농밀하고 풍부하다.
 
르네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양조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기술보다는 경험에 입각한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양조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오크 풍미가 와인의 순수한 과일 풍미와 포도가 자란 테루아의 흔적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오크통의 사용을 절제한다. 이렇게 해서 르네 르끌레르는 맛과 스타일 면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전형적인 지브리 샹베르탱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머지않아 르네의 뒤를 이어 도멘 르네 르클레르의 운영을 맡게 될 아들 프랑수아가 아버지의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점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와인에 대한 열정과 젊은이다운 도전정신을 갖춘 프랑수아는 한동안 미국 오레곤 주로 떠나 그곳에서 자신만의 양조 기술을 갈고 닦았는데, 이 때 신세계와 구세계 와인 양조 기술의 융합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이러한 경험 덕분인지 오크통 사용에 대한 프랑수아의 입장은 아버지만큼 엄격하진 않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와인 본연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부전자전이라 하지 않던가.
 
 
필립 르클레르
 
한편, 르네 르클레르의 동생 필립 르클레르는 1974년에 아버지로부터 약 4헥타르의 포도밭을 물려 받아 도멘 필립 르클레르Domaine Philippe Leclerc를 세운 후 지금까지 강력하고 농후한 스타일의 지브리 샹배르탱 와인을 만들고 있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필립 르클레르를 “양조가라기 보다 70년대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처럼 보인다. 검은 옷을 입고, 장발에, 문신을 하고 가죽 액세서리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묘사한 바 있는데, 이런 그의 독특한 스타일만큼이나 그의 와인도 개성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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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이 만드는 와인은 “부르고뉴의 이단”이라 할 만큼 타닌이 넘치고 칠흑 같은 색조를 띤다. 그 까닭은 포도의 과육뿐만 아니라 열매의 꼭지와 씨까지 잘 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포도를 수확하기 때문인데, 자연히 포도 수확은 천천히 늦게 이루어진다. 와인을 새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비율이 높은 것과 여과 및 정제를 거치지 않고 병입하는 것 또한 와인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새 오크통의 사용 비율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높다고 할 수 있는데, 프르미에 크뤼급 와인은 모두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빌라주급 와인도 절반 이상을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덕분에 “검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색상이 짙은 필립의 피노 누아 와인은, 매우 응축되고 짙으며 강렬하고 스파이시한 풍미를 드러냄과 동시에 부르고뉴 와인다운 섬세함과 복합미를 잃지 않아 더욱 경이롭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 덕분에 카베르네 와인 애호가들이 필립의 피노 누아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멘 필립 르클레르의 와인은 숙성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평범한 빈티지의 와인일 경우 5년~10년 사이, 훌륭한 빈티지의 와인일 경우 10년~20년 사이가 음용 적기이다. 그의 와인은 매체의 평판에 의존하거나 특별한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고도 로버트 파커를 비롯한 와인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으며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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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르끌레르는 집 주변의 건물을 매입하여 몇 개의 건물 지하를 잇는 와인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데, 수백 년 전 부르고뉴에서 사용하던 농기구들과 와인 양조 기계들을 주로 수집하고 있다. 지브리 샹베르텡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문의 _ 비노파라다이스 (02.228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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