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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메독 지역 전체 포도밭 면적의 5.5%를 차지하는 생줄리앙(St. Julien)은 보르도의 빈티지가 형편없거나 평범한 해에도 주옥 같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즉 보르도에서 품질이 가장 균일한 와인 산지이다(생 줄리앙은 우박의 피해가 메독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곳의 토양은 점토질이 더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가볍고 자갈이 많은 토질을 기반으로 하는 마고(Margaux)와 비슷한데, 이 때문에 와인은 무게감 있고 부드러우며 그윽한 특징을 보인다. 또한 와인양조에 있어서 예술성이 고도로 발현되는 이곳의 와인은 대단히 다채로운 스타일을 띠며, 이는 소비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
 
생줄리앙에는 그랑 크뤼 1등급 샤토는 없지만, 종종 그에 필적하는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그랑 크뤼 샤토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그랑 크뤼 2등급 샤토인 레오빌 푸아페레(Leoville Poyfferre, 위 사진)는 생줄리앙의 정상급 샤토 중 하나이며 힘 있고 농밀하며 장기숙성에 적합한 와인을 생산한다. 1920년 큐블리에 가문(Cuvelier Family)이 인수한 레오빌 푸아페레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디디에 큐블리에가 경영을 맡고 있는데, 셀러의 현대화, 세컨드 와인 도입, 새 오크 사용 비율 증가, 디디에 큐블리에의 더욱 세심한 관리, 명망 높은 양조학자 미셸 롤랑 영입 등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일류 생줄리앙 와인생산자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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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994년 큐블리에 가문이 미셸 롤랑을 기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당시 메독의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테밀리옹과 포므롤로 대표되는 보르도 우안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미셸 롤랑을 보르도 좌안의 샤토에서 컨설턴트로 영입한다는 것은 그 때만 해도 기존의 관습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이 두 지역은 강 하나를 사이에 놓고 재배하는 주요 품종과 와인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또한 대규모 샤토가 대거 포진해 있는 보르도 좌안의 와인생산자들이 보르도 우안의 와인생산자들을 두고 “집에 달린 정원을 가꾼다”고 묘사할 정도로 이 두 지역의 와인산업은 규모 면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Leoville Cellar 2.jpg
 
하지만 미셸 롤랑을 둘러싼 우려와 의혹은 큐블리에 가문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자 깨끗이 사라졌다. “집에 달린 정원을 가꾸듯”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그의 집중력과 세심함 덕분에 레오빌 푸아페레를 비롯하여 큐블리에 가문이 생산하는 모든 와인의 품질이 확연히 개선된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올리비에 큐블리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롤랑과 같은 “아웃사이더”의 새로운 시각과(종종 모험을 수반하는)색다른 아이디어가 가져다 주는 이점을 높이 평가하며 보르도 와인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러한 외부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moulin riche_pavillon.jpg
 
큐블리에 가문이 샤토 레오빌 푸아페레를 사들인 1920년대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 시기에큐블리에 가문은 레오빌 푸아페레 외에 생줄리앙 지역의 샤토를 한군데 더 인수했는데, 물랭 리쉬(Moulin Riche)가 그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레오빌 푸아페레의 세컨드 와인으로 간주되다가 2009년에 이르러 파비온 드 푸아페레(Pavillon de Poyferre)에 세컨드 와인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물랭 리쉬(위 사진 왼쪽)는 입 안을 부드럽게 가득 채우는 벨벳 같은 질감을 지닌 와인으로 빈티지로부터 5-10년 사이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파비온 드 푸아페레(사진 오른쪽)는 깊고 짙은 색과 함께 향신료, 블루베리 등의 풍미를 지니며 긴 여운을 선사하는 와인이다. 숙성 초기라면 디캔팅해서 마실 것을 권하고,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몇 년 정도 보관했다가 마시는 것도 좋다.
 
CHATEAU LE CROCK ESTATE.JPG
 
큐블리에 가문은 생줄리앙 말고도 생테스테프(St. Estephe) 지역에 샤토 르 크로크(Ch. Le Crock)를 소유하고 있다(위 사진). 1820년대에 지어진 르 크로크는 1903년에 큐블리에 가문이 인수했는데, 이 가문의 다른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미셸 롤랑의 컨설팅 하에 와인을 만들며 연간 생산량은 약 20만 병이다(라 크루아 생테스테프(La Croix St. Estephe, 아래사진 오른쪽)는 이곳의 세컨드 와인이다).
 
le crock.jpg
 
샤토 르 크로크의 포도밭은 절반 가량이 카베르네 소비뇽, 30%가 메를로, 나머지는 카베르네 프랑과 프티 베르도 품종이 차지하고 있는데, 큐블리에 가문은 와인에 독특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하는 카베르네 프랑과 와인의 색, 구조감, 아로마를 보완하는 프티 베르도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편, 수확한 포도는 선별 과정을 거친 후 자연 효모에 의해 발효를 시작하고 발효를 마친 와인은 18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 르 크로크 와인은 순수한 과일 풍미와 함께 빈틈없이 촘촘한 질감을 지니며 빈티지로부터 3-5년 이후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비노 파라다이스 독점 수입 02-2280-5239).
 
 
 
※ 참고자료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 (로버트 파커 저, 바롬웍스 발행, 2007)
(Stephen Brook 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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