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피터 마이클 경은 샤또 몬텔레나(Chateau Montalena)의 샤르도네 와인을 맛본 후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국 태생으로 10대 시절부터 프랑스의 포도원들을 방문하면서 와인에 대한 경험을 쌓았던 그는, 캘리포니아라면 보르도에 뒤지지 않는 정상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후 7년에 거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땅을 찾아 헤매던 그는 나파 밸리 최북단에서 좀더 북쪽에 위치한 나이츠 밸리(Knights Valley)에 240헥타르의 포도밭을 매입했고, 이렇게 해서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피터 마이클 경은 포도밭을 고를 당시 무엇보다도 경사면인가 아닌가를 염두에 두었는데, 이는 유럽의 위대한 와인이 생산되는 포도밭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포도원 부지로 선택한 나이츠 밸리는 소노마 카운티 내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세인트 헬레나 산에 인접해 있다. 산 중턱에 위치한 피터 마이클의 7개 포도밭은 모두 해발고도 270~600m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일곱 개 포도밭 중 가장 먼저 조성된 레 빠보(Les Pavots)에서는 피터 마이클의 대표 와인인 레 빠보가 생산되는데, 낮은 고도와 온화한 기후 탓에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보르도 블렌드 품종들을 주로 재배한다. 반면, 고도가 높아 선선하면서도 일조량이 풍부한 라 까리에르(La Carriere)와 벨 꼬뜨(Belle Cote), 마 벨 피으(Ma Belle-Fille), 몽 플레지르(Mon Plaisir) 등의 포도밭에서는 미네랄 풍미가 좋은 샤르도네 품종을 재배한다. 최근 피터 마이클은 소노마 코스트에 위치한 시뷰(Seaiew) 포도밭에서 피노 누아를, 오크빌(Oakville)의 오 파라디(Au Paradis) 포도밭에서 보르도 레드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에서는 유럽, 특히 프랑스의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설립 초기부터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사용하여 테루아를 반영한 와인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 왔다. 이곳의 양조 철학은 1대 와인메이커인 헬렌 털리(Helen Turley, 캘리포니아 여성 와인 메이커들의 수장으로, 정상급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와인을 생산), 2대 와인메이커인 마크 오베르(Mark Aubert), 현재 프랑스 출신의 와인메이커 닉 몰레(Nick Morlet)로 이어지고 있다.
피터 마이클의 독특한 양조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는데,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포도송이 전체를 압착하는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포도 줄기를 제거하고 으깬 후 압착하는 방법보다 세 배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탁월한 품질의 와인을 얻을 수 있어 현재 미국의 정상급 와이너리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포도즙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데, 새 오크통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병입하기 전에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와인이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단, 소비뇽 블랑의 경우 산도와 투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젖산발효를 거치지 않고 여과한 후에 병입한다.
■ 피터 마이클 와인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대부분 직접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서 와인을 만드는데(구입하는 포도의비율은 5%에 불과), 보르도 블렌딩 화이트 와인 2종, 샤르도네 와인 6종, 보르도 블렌딩 레드 와인 3종, 피노 누아 와인 4종 등 15개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 중 피터 마이클의 대표적인 와인 레 빠보의 생산량이 3,000상자로 가장 많으며, 다른 와인들은 최소 몇 백 상자에서 많게는 2천 상자 정도의 생산량을 보인다.
현재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유통 중인 피터 마이클 와인은 마 벨 피으, 라 까리에르, 벨 꼬뜨의 세 가지 샤르도네 와인과 보르도 블렌딩 와인인 레스프리 데 빠보(L’Esprit des Pavots), 레 빠보 그리고 마 당수즈 피노 누아(Ma Danseuse Pinot Noir)가 있다. 한편, 특정 포도밭 이름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한 점과 와인 이름이 불어로 명기되어 있는 점 등은 피터 마이클 와인이 지향하는 바를 말해주기도 한다.

‘채석장’을 뜻하는 라 까리에르는 바위가 많아서 붙은 이름으로, 이곳에서 피터 마이클의 대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2012년 빈티지 라 까리에르 샤르도네 와인은 미네랄, 꿀, 토스트, 오렌지 등의 아로마와 함께 서양배, 바닐라의 달콤한 느낌을 지니고 있으며, 날카로운 산미는 와인에 힘과 강렬함을 선사한다. 2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으로, 숙성 초기의 와인은 마시기 직전에 디캔팅해서 산소와 접촉시켜 주면 좋다.

‘며느리’를 뜻하는 마 벨 피으는 피터 마이클 경의 장남 폴 마이클의 아내인 에밀리 마이클을 위한 와인이다. 나이츠 밸리에는 안개가 많이 생기는데,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마 벨 피으 포도밭은 안개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일조량이 높은 편이여서 풍부한 풍미를 지닌 와인이 생산된다. 2012년 빈티지 마 벨 피으 와인은 잘 익은 서양배, 감귤, 황금 사과 향이 풍부하다. 농축미와 힘, 그리고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여운 또한 길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느낌 역시 매력적이다. 2014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2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보르도 블렌드 레드 와인인 레 빠보는 ‘양귀비’를 뜻한다. 2006년 빈티지 레 빠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에 소량의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그리고 쁘띠 베르도를 섞어 만들었다. 블루베리, 감초, 삼나무, 바닐라의 향이 나며 허브와 향신료 향이 뒤를 잇는 풀 보디 와인이다. 복합적인 맛과 긴 여운, 비단 같은 질감의 타닌, 조화롭고 부드러운 스타일을 지닌 와인이다.
이 모든 와인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피터 마이클의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철학은 바로 “테루아”와 “우아함”이다. 피터 마이클 경은, 가족 경영 체제를 통해 이 두 가지 신념을 1세기 이상 온전히 이어갈 수 있다면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도 반드시 위대한 와이너리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믿었고, 이러한 믿음 덕분에 이곳은 오늘날 소노마 카운티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 매체 Wine Spectator가 2014년 “올해의 인물”로 피터 마이클 경을 선정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Wine Spectator는 1982년부터 매년 와인산업에서 큰 공로를 세운 인물을 선정해 왔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