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수입사 신세계 L&B를 통해 부르고뉴의 내로라는 와인생산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도멘 메오 까뮈제(Domaine Meo Camuzet)의 장 니콜라 메오와 도멘 미쿨스키(Domaine Mikulski)의 프랑소와 미쿨스키가 바로 그들인데, 각각 부르고뉴의 상징적인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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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이들의 방한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정찬에 등장한 와인들이다. 백묵으로 휘갈겨 쓴 듯한 독특한 레이블의 와인은 도멘 미쿨스키의 화이트 와인이고(사진 좌측),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풍스러워 보이는 레이블의 와인은 도멘 메오 까뮈제의 레드 와인이다(사진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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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미쿨스키 Francois Mikulski
 
 
“뫼르소, 풀리니 몽라셰, 샤사뉴 몽라셰와 같이 전설적인 와인들은 매혹적일 만큼 복합적이고 정교한데다 꿀, 볶은 견과류, 바닐라의 풍미가 진하면서도 과도하지 않게 흘러나온다.”
- <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저, 2010)
 
 
부르고뉴의 세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뫼르소(Meursault)는 피노 누아 품종으로 레드 와인을, 샤르도네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데 샤르도네 재배 면적이 피노 누아 재배 면적의 2배가 넘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은 아몬드, 나뭇잎, 갓 구운 빵의 껍질, 사과 향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부케를 선사한다. 입 안에서는 아주 푸짐한 느낌을 받는데, 미끄러지는 듯한 질감과 감미로운 맛이 풍부하다. 또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뫼르소에서 만드는 샤르도네 와인의 특징이다(<부르고뉴 와인>(실뱅 피티오 & 장 샤를 세르방 공저, 2009)).
 
1992년 뫼르소에 와이너리를 설립한 프랑소와 미쿨스키는 위에서 언급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생산자로 이름나 있다.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학업보다는 바깥에 나가 식물을 가꾸는 것을 더 좋아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그에게 삼촌이 가지고 있는 포도밭에서 일해볼 것을 권유했고, 이는 오늘날 뫼르소의 정상급 와인 미쿨스키를 탄생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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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드는 와인 중 레드 와인은 약 25%, 나머지는 주로 뫼르소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이 차지하는데, 그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은 다음의 세 가지 덕목을 지녀야 한다: 고유성(authenticity), 순수함(purity) 그리고 우아함(elegance)
 
예들 들어, 직접 만든 비료를 사용하고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질병이나 박테리아에 대처하며 쟁기로 밭을 가는 등, 그가 토양의 생태계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이러한 노력은 곧 미쿨스키의 와인만이 보여주는 고유성으로 드러난다. 또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압축 공기를 이용해 서서히 포도즙을 짜거나 자연 효모를 사용하여 포도즙을 발효시키는 것, 와인을 주로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며 이 때 효모 찌꺼기와 12개월 가량 접촉시키는 것 등은 미쿨스키의 와인이 순수함과 우아함을 지니게 되는 비결이다. 단, 미쿨스키 와인의 고유성, 순수함, 우아함을 제대로 맛보려면 최소 5년은 병 숙성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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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에서는 어디서 누가 생산하는지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완벽한 스타일이란 없어요. 내가 만들고자 하는 화이트 와인은 순수하고, 적절한 산도와 함께 미네랄 풍미가 뛰어난 와인이에요, 이런 와인은 생기 있죠. 그래서 계속 마시고 싶어지는 거에요.”
 
그가 중요시하는 미네랄 풍미는 와인에 신선함을 부여하여 해산물로 만든 요리와도 잘 어울리게 한다. 특히 버터가 가미된 랍스터 요리와 함께 먹어보면, 이 둘의 조합은 샴페인과 캐비어의 그것만큼이나 경이로운 조화를 보여준다. 미쿨스키 와인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 내 대도시의 유명 와인 숍이나 미슐랭 레스토랑, 그리고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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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니콜라 메오 Jean-Nicolas Meo
 
 
“메오 까뮈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부르고뉴 와인애호가들을 흥분시킨다. 이 도멘에서 만드는 매혹적이고 유연하며 강렬한 와인은 즉각적으로 관능적인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 <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저, 2010)
 
 
장 니콜라 메오가 은행가로써의 경력을 포기하고 본 로마네에 위치한 가족 소유의 포도밭에서 일하기로(와인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1989년의 일이다. 이전까지 포도밭은 다른 농가가 관리하고 그 대가로 수확물의 절반을 나누어 가지던 형태로 관리되어 왔으나(당시에 이는 부르고뉴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1983년에 그의 아버지가 와인을 직접 만들고 병입해서 팔기로 결심하면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가 온전히 가족 사업으로 자리잡았고, 그 뒤를 장 니콜라가 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려 받은 양조장은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이를 현대식으로 탈바꿈시키는데 5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장 니콜라는 네고시앙(구입한 와인 또는 구입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파는 중개상) 사업을 벌여 생산량과 매출을 늘려나갔고, 리쉬부르(Richebourg)나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같은 와인은 메오 까뮈제의 명성을 단박에 드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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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주인공은 장 니콜라와 부르고뉴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앙리 자이에(Henry Jayer)이다(앙리 자이에 역시 까뮈제 가문이 소유하던 포도밭의 일부를 빌려 와인을 만들었다). 메오 까뮈제의 운영을 책임지게 된 장 니콜라는 앙리 자이에 스타일의 풍성하고 잘 익은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고 싶어했고, 앙리 자이에는 은퇴한 이후에도 그를 기꺼이 도와 메오 까뮈제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명성을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앙리 자이에로부터 정신적, 철학적 유산을 물려받은 장 니콜라는 “좋은 와인이라면 언제 마시든(숙성 초기이든 오랜 숙성을 거친 뒤든)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위대한 와인이라면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정교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상을 추구하며 만드는 메오 까뮈제 와인은 숙성 초기에도 마실 만하지만, 수년의 숙성을 거치면서 더욱 풍부한 표현력과 개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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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오 까뮈제의 클로 드 부조 와인.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그랑 크뤼 AOC) 와인은 조화가 잘 되어 기품 있고 우아하며 진한 붉은색을 띤다. 그리고 체리를 떠올리게 하는 검붉은 열매 향, 수풀 향, 제비꽃 향이 깊게 어우러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물의 털 향과 사향 향이 나기도 한다. 입에서 느껴지는 맛은 깊고 넓으며 풍성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섬세한 타닌, 감미로움, 은밀한 신맛은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오랫동안 숙성시킬 수 있다(<부르고뉴 와인>(실뱅 피티오 & 장 샤를 세르방 공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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