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올해 초 "국내에 수입되는 정상급 랑그독 와인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프랑스 랑그독 지방이 지닌 와인산지로서의 잠재력과 오늘날의 위상 그리고 이곳의 정상급 와인생산자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수입사 타이거 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랑그독 최고의 와인생산자 마스 줄리앙(Mas Jullien)을 소개하며, 지난 주 한국을 최초로 방문한 올리비에 줄리앙(Olivier Jullien, 마스 줄리앙의 와인메이커, 아래 사진)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올리비에 줄리앙은 오늘날 명실공히 “랑그독의 TOP 와인생산자”로 불리며 랑그독 와인을 정상에 올려놓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가 랑그독이 지닌 잠재력을 알아보고 테라스 뒤 라작(Terrasses du Larzac) 마을에 마스 줄리앙 와이너리를 설립한 것은 1985년의 일이다. 이 때 마스(Mas)는 ‘전통 양식을 따르는 프로방스 지방의 농가 또는 별장’을 의미하며, 도멘(Domaine)이나 샤토(Chateau)와 유사한 개념이다. 그리고 와인의 품질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가족의 성姓인 줄리앙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사용하였다.
올리비에 줄리앙은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방식을 창조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 랑그독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곳에서 명성을 쌓은 와인생산자들 덕분에 랑그독이라는 와인산지가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일종의 흥분이 느껴졌다. 한가지 의외의 사실은, 와인을 알리기 위해 다른 나라로 사업차 여행을 다니는 수많은 와인메이커들과는 달리, 그는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난 것을 제외하고)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켜온 소신에서 한발짝 물러나 와인소비국가를 방문했고 첫 방문지가 마침 한국이라는 사실은,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그는 한국 시장에 이렇게 다양한 와인들이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과 젊은 소믈리에들이 보여준 대단한 열정과 학구열에 놀랐다며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와인은 말이 없이도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며 그간 다른 와인 시장을 들러보지 않은데 대한 구실을 댔지만(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포도밭에서 보내느라 무척 바쁘다), 이번 여행은 그가 만든 와인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까지 감동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내게 있어서 마스 줄리앙은 별과 같은 존재다. 절대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곳에 있지만,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번 한국 방문이 그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와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올리비에 줄리앙의 방한에 맞추어 63빌딩 59층의 ‘워킹 온 더 클라우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와인 디너에는, 2010년 빈티지의 마스 줄리앙 블랑, 2011년 빈티지의 마스 줄리앙 로제, 그리고 2008, 2009, 2010년 세 개 빈티지의 마스 줄리앙 루즈 매그넘이 등장했으며,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디저트 와인인 2013년 빈티지 마스 줄리앙 까르타젠느가 디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 2010 마스 줄리앙 블랑Mas Jullien Blanc
카리냥 블랑, 슈냉 블랑, 루산느, 비오니에 등의 품종을 섞어서 만들었다. 복합적이라기 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으로 미네랄 풍미가 매우 뛰어나다. 올리비에 줄리앙은 이를 두고 “돌을 갈아 맛보는 듯한”이라고 표현했다.

▲2011 마스 줄리앙 로제Mas Jullien Rose
그르나슈, 카리냥, 무베드르, 생소 품종을 섞어서 만들며, 매력적인 짙은 장밋빛을 띠고 있다. 선이 굵고 풍미가 짙으며, 구조감이 뛰어나 한식에 곁들이기에도 안성맞춤. 수확연도로부터 2-3년 내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2008, 2009, 2010 마스 줄리앙 테라스 뒤 라작Mas Jullien TERRASSES du LARZAC
마스 줄리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스 줄리앙 테라스 뒤 라작은 무베드르, 카리냥, 시라, 그르나슈를 섞어 만든다. 품종 별로 나누어 양조한 와인을 블렌딩한 후 12개월의 오크 숙성과 일정기간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되는 이 와인은, 지금 마시려면 1시간 정도 디캔팅이 필요하다. 세 빈티지 모두 힘이 넘치고 깊은 맛을 지녔으며 잘 숙성된 타닌이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08년 빈티지에 95점을, 2010년 빈티지에 94점을 주었다).

▲2013 마스 줄리앙 까르타젠느Mas Jullien Cartagene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 마스 줄리앙의 스위트 와인으로(양조과정에서 소량의 오드비(Eau de Vie)를 첨가), 알코올 도수는 16% 이상이며 카리냥, 그르나슈, 생소를 사용해서 만든다. 로제 와인처럼 연한 분홍빛을 띠며, 장미, 제비꽃, 딸기 등의 향과 더불어 송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수입_타이거 인터내셔날 (02 2276 6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