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몬테의 바롤로Barolo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와 함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는 와인 수집가들이 사 모으는 몇 안 되는 이탈리아 DOCG 와인 중 하나다. 이 와인들은 깊은 맛과 더불어 혀를 말릴 정도의 타닌이 있어 오랜 시간 숙성이 가능하다.”
-[이탈리아 와인가이드](조 바스티아니치 저, 2010)
위 문장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하 브루넬로)가 가장 유명하고 값비싼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1세기에 가까운 보존 기간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브루넬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장기 숙성 와인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브루넬로 와인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비온디 산티는 토스카나 지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전설적인 와인생산자이다. 산조베제 품종의 클론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품질을 보여주는 산조베제 그로소(Sangiovese Grosso)로 만드는 비온디 산티의 브루넬로 와인은, 현대적인 현란함보다는 좀더 시골풍의 복합미를 띠며 고전적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산조베제 그로소는 일반 산조베제에 비해 알맹이가 작고 껍질은 더 어둡고 두껍다. 19세기말, 페루치오 비온디는 이 품종에 ‘작고 진한 빛깔의 포도’라는 의미의 몬탈치노 방언인 ‘브루넬로(Brunello)’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편, 조부인 페루치오의 뒤를 이어 프랑코 비온디 산티(1922~2013)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가장 훌륭한 브루넬로 클론을 발견했으며, 이를 ‘Brunello Biondi Santi 11(줄여서 BBS11)’라고 명명했다.

비온디 산티가 생산하는 모든 레드 와인은 슬라보니안 오크통에서 숙성되는데, 이 중에는 19세기에 만들어진 3천리터들이 오크통 다섯 개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로쏘 디 몬탈치노는 이 나무통에서 최소 1년간 숙성되며, 수령이 10~25년 사이인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브루넬로 와인은 3년 이상 숙성된 후 수확한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출시된다.

브루넬로 와인이 뒤늦게서야 갑작스럽게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69년의 일이다. 당시 영국을 방문 중이던 이탈리아의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 1955년 빈티지의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와인을 내놓았고(위 사진), 이 와인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다. 이 소식은 곧 이탈리아에 퍼졌고, 사람들은 그제서야 몬탈치노에 숨겨진 보석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로 지금까지 이곳의 와인생산자들은 앞다투어 브루넬로 와인을 만들었고, 토스카나의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던 몬탈치노는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로 변신하게 되었다.

비온디 산티의 와인저장고에는 무려 1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1888과 1891년 빈티지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와인이 보관되어 있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브루넬로 와인에 속한다(위 사진). 언급했다시피 브루넬로는 엄청난 장기 숙성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로쏘 디 몬탈치노만 해도 15-20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50-60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세르바의 경우 1세기 가까이 보관 가능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온디 산티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고객을 위해 “와인을 채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와인을 오래 보관하면 와인이 증발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와인메이커와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와인에 결점이 없는지 확인한 후, 와인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같은 빈티지 와인으로 빈 부분을 채우고 새 코르크로 막는다(아래 사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품질 보증서를 부착한다(위의 1955년 빈티지 리제르바 와인 사진 참조).

1990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채워 넣은 와인의 수는 약 3천 병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업이 행해진 것은 2008년으로, 1945, 1955, 1961, 1964, 1968, 1969, 1970, 1971, 1975, 1977, 1981, 1982, 1983, 1985년 빈티지 와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비온디 산티는 이를 통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와인의 품질을 반영구적으로 보증하는 것이다.

현재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유통 중인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와인은 2001년과 2004년 빈티지로, 소비자가격은 백 만원 대를 호가한다. 한편, 이보다 낮은 40만원 대의 소비자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경우, 국내에는 2006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으며 대부분 장기 소장용으로 이 와인을 구입한다(위 사진). 브루넬로 와인은 숙성시켜 마셔야 제대로 된 보디감과 균형 잡힌 풍미를 느낄 수 있지만, 굳이 지금 마셔야 한다면 마시기 3일쯤 전에 병을 열어두고 마시기 직전에 디캔팅할 것을 권한다. 비록 충분한 숙성 기간을 거치지는 않았더라도, 여전히 밝고 경쾌한 붉은 과일의 풍미와 투명한 듯한 질감은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브루넬로 와인이 출시되기까지의 규정된 시간(수확 후 5년)을 기다릴 수 없다면, 그리고 그 사이에 몬탈치노 와인에 대한 목마름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로쏘 디 몬탈치노 와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온디 산티 로쏘 디 몬탈치노’ 와인은 브루넬로 와인보다 좀더 가볍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모습을 선보인다. 국내에는 2009년 빈티지가 유통 중이며 소비자가격은 10만원 대 중반이다(위 사진).

마지막으로,프랑코 비온디 산티의 장남인 야코포가 몬탈치노 마을을 벗어나 마렘마 지역에서 만드는 좀더 모던한 스타일의 와인도 눈 여겨 볼만 하다. 1991년에 그는 당시 미개척지였던 토스카나의 마렘마에 카스텔로 디 몬테포(Catello di Montepo)와이너리를 설립하여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 역시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브라깔레(Braccale, 소비자가격 7만원 대)’와 ‘사쏘알로로(Sassoalloro, 소비자가격 13만원대)’가 그것이다(위 사진 왼쪽의 두 가지 와인).
산조베제에 소량의 메를로 품종을 섞어 만드는 브라깔레의 경우 붉은 야생 과일의 풍미가 매력적이고 산조베제의 섬세함과 메를로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산조베제 품종만으로 만드는 사쏘알로로의 경우 부드러운 질감과 살집 있는 과즙, 짙은 타닌이 느껴진다. 마렘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두 와인은 몬탈치노 와인에 비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스타일을 지녀 이해하기가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 참고자료
[이탈리아 와인가이드](조 바스티아니치 저, 2010)
“Bastion of Brunello” (Wine Spectator, October 31, 2012)
“Brunello gets bigger in all senses” (JanciseRobinson.com, May, 2006)
“Biondi Santi“ (erobertparker.com, Nov,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