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중반 수입사 신동와인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룽가로티는, 이탈리아 움브리아 주의 유서 깊은 와인생산자이자 이탈리아의 명망 있는 와인 명가 19곳이 모여 결성한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의 일원이다. 최근 룽가로티의 CEO 키아라 룽가로티의 방한에 맞춰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신동와인의 최용빈 부장은, 와인 문화 성장과 함께 와인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움브리아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의 일류 와인생산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할 시기가 되었다고 말하며 룽가로티 브랜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룽가로티는 움브리아의 토르자노와 몬테팔코 마을에서 와인을 만들어 전세계 40여 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는 토르자노에서 생산된 와인만 수입되고 있는데, 토르자노 마을은 움브리아 주 전역에 조심스럽게 보존된 중세 마을 중 하나로 이곳의 주인은 바로 룽가로티 일가다. 그들은 이곳에 와이너리를 비롯해 호텔, 레스토랑, 와인숍, 다양한 박물관을 지었으며, 덕분에 토르자노 마을은 움브리아 와인 문화의 보고가 되었다(“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조 바스티아니치, 2010).

룽가로티 일가가 소유한 ‘무세오 델 비노’ 내부(위, 아래 사진 모두). The New York Times는 이 박물관을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박물관이자 전세계 와인 박물관 중에서도 최고에 속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연간 약 15,000명에서 20,000명 정도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움브리아의 유명한 레드 와인은 대개 페루자(움브리아의 주도州都)를 둘러싸는 구릉지대에서 생산되는데, 토르자노 로소 리세르바와 사그란티노 디 몬테팔코 등 두 개의 DOCG 와인이 최고로 꼽힌다. 여기서토르자노는 ‘야누스Janus의 탑’을 뜻하는 토레 디 자노(Torre Di Giano, 아래 사진)의 줄임말이며, 야누스는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의 수호신’이자 1월을 의미하는 January의 어원이다.

토르자노 마을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은 이웃한 토스카나 주의 키안티 마을에 허용되는 것과 동일한 품종(산조베제, 카나이올로, 트레비아노)으로 만들며, 보통 정도의 무게감에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과 같은 섬세함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룽가로티의 산조베제-카나이올로 블렌드 와인인 루베스코(Rubesco)는 “정통 움브리아 레드 와인의 기준점”이라 불리며, <더 와인바이블>의 저자 캐런 맥닐은 루베스코 리세르바(Rubesco Riserva)를 두고 “경이로우면서도 오래 저장 가능한 와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룽가로티의 최상급 레드 와인은 대부분 병입 후 최소 5년 동안 기다렸다가 시장에 출시되는데, 신동와인을 통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루베스코 리세르바의 경우 최신 빈티지가 2007년이다(위 사진, 소비자가격 14만원 대). 이 와인은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 매체 Wine Advocate과 Wine Enthusiast로부터 92점을,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Gambero Rosso로부터 가장 높은 등급(와인 잔 세 개)을 부여 받았으며, 30~35년 정도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루베스코는 루베스코 리세르바에 비해 숙성 기간이 10~15년 정도로 짧은데(위 사진),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테이블 와인”이라는 명성에서 드러나듯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레이블에는 페루자 광장에 서 있는 마조레 분수(Fontana Maggiore)가 그려져 있는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에 등장할 만큼 유명한 역사 유적이다. 한편, 국내에 유통되는 루베스코 와인의 빈티지는 2010년이며소비자가격은 4만원 대.

토스카나에 슈퍼 토스카나가 있다면, 움브리아에는 슈퍼 움브리아가 있다. 룽가로티의 산 조르지오(San Giorgio, 위 사진)는 산조베제와 카나이올로에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으로 슈퍼 움브리아 와인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와인을 4등분하여 각각 새 오크통, 1년 사용한 오크통, 2년 사용한 오크통, 3년 사용한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빈티지 산 조르지오를 만날 수 있으며(소비자가격 11만원 대), 잘 익은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 감칠맛이 더해진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룽가로티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 토레 디 지아노(Torre di Giano)도 눈여겨 볼만 하다. 베르멘티노, 트레비아노 등의품종을 섞어 만든 이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를 거쳐 아삭한 질감과 신선한 과일 및 미네랄 풍미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식전주로 마시거나 파스타, 리조또, 해산물, 양파스프, 부드러운 치즈 등과 함께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유통되는 빈티지는 2012년이며 소비자가격은 3만원 대.
수입_신동와인 (02. 794. 4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