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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와인 시장에 또 하나의 변화를 예고하는 이슈는 단연 한-호주 FTA이다.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한 칠레는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뒤이어 유럽연합과 미국 역시 FTA를 체결하며 시장을 꾸준히 키워왔다. 그간 주요 와인 생산국의 연이은 FTA 체결과 호주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은 덕분에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던 호주 와인. 이 즈음 만난 울프 블라스(Wolf Blass)의 와인메이커인 크리스 해처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는 울프 블라스 뿐만 아니라 호주 와인의 가능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호주 와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울프 블라스는 ‘와인업계의 코카콜라’라고 불릴 만큼 생산규모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와이너리다. 호주의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이자 와인 산업을 대중화시킨 선구자로 손꼽히는 울프 블라스는, 다양한 와인 산지에서 재배된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여 다채로운 와인을 선보여 왔다. 엔트리급 와인부터 프리미엄, 럭셔리 와인까지 모두 생산하고 있어 품질과 생산규모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겸비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며 와인 라벨에 검정, 노랑 등 색을 입혀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와인을 기억하도록 유도한 컬러 마케팅의 시초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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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주 FTA를 앞두고 방한한 와인메이커 크리스 해처는 울프 블라스 창립자의 뒤를 이은 2대 와인 메이커로, 26년째 울프 블라스의 전체 와인 양조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연간 5천만 병을 생산하는 거대 와이너리의 와인메이커가 한번도 바뀌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울프 블라스에 몸담으며 블랙 라벨, 플래티넘 등의 럭셔리 브랜드부터 옐로우 라벨, 이글호크에 이르는 엔트리급 와인까지 모두 담당해 왔기에, 그가 만드는 최고급 와인에 대한 자부심 못지 않게 대형 브랜드 와인에 대한 그의 생각 역시 분명했다.
 
“좋은 품질의 포도로 최신 시설과 엄격한 관리 하에 소량만 생산하는'울프 블라스 블랙라벨’ 같은 와인이 각종 품평회에서 상을 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반면 대중적인 소비를 위해 대량 생산되는 와인은 그 품질을 인정 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는 또한 이렇게 덧붙인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간의 컨설팅 경험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결과들을 토대로 대중적인 하위 카테고리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울프 블라스 같은 대형 브랜드가 가진 미덕이자 꾸준히 맡아야 할 책임이다."
 
나아가 율프 블라스의 고급 와인이 상을 탔다는 소식보다 대중적인 와인인 옐로우 라벨의 수상 소식이 더 기쁘고 의미 있다는 그의 말이 더해지자, ‘대형 브랜드 = 상업화’를 떠올리던 기자의 편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26년째 같은 자리에서 와인의 종류에 관계 없이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와인메이커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의 가치를 높이 사는 그의 양조 철학은, 울프 블라스 와인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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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클레어 밸리에 위치한 포도밭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즐길만한 와인과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프리미엄 와인을 동시에 생산하며 각각의 와인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 내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한-호주 FTA가 그간 좋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호주 와인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울프 블라스를 소유하고 있는 와인 기업, 트레저리(Treasury Wine Estates)의 이상돈 지사장에 따르면 “향후 시장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off-trade(마트나 백화점 등의 와인 샵) 위주의 소비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FTA를 통해 울프 블라스 같은 대형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나아지면 소비자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말로 호주 와인의 밝은 미래를 점쳤다.
 
울프 블라스를 국내에 수입하는 나라셀라의 신성호 이사 역시, 주요 와인 생산국의 마지막 FTA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는 한-호주 FTA가 체결되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호주 와인 카테고리가 여타 국가들의 와인과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간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호주 와인을 만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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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블라스 와이너리는1966년에 독일 출신의 와인메이커 울프 블라스에 의해 설립된 와이너리로, 정착한지 8년만인 1974년에 블랙 라벨로 호주의 가장 영예스러운 ‘지미 왓슨 트로피’를 3년 연속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뒤이어 1980년대에는 호주의 와인 산업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이후에는 호주 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또한 영국 유수의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와인 메이커’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 및 품질 면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손꼽히는 등 전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의_ 나라셀라 (02. 40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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