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담긴 한 편의 이야기나 역사적, 문화적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와인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면서도 와인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로 작용하는 이 ‘스토리’는 종종 와인의 레이블에 압축되어 표현되는데, 와인을 고를 때 어떤 품종으로,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등을 세심하게 따지기는 해도 결국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와인의 레이블인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글에서 소개할 비비 그라츠BIBI GRAETZ 역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소재로 한 레이블을 선보여 온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생산자로,최근 국내에 선보인 비비 그라츠의 ‘소포코네 디 빈칠리아타(Soffocone di Vincigliata)’ 와인은 뇌쇄적이면서 비밀스러운 여인의 누드를 레이블에 담고 있어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위 사진).
소포코네는 한때 미국과 인도에서 수입 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와인 레이블에 성적인 이미지를 담아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법규와 여성의 신체를 드러내지 않는 인도의 문화와 충돌한 것이다. 비비 그라츠는 누드였던 그림에 미니스커트를 입혀 인도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냈고, 미국에서도 레이블을 수정한 후 판매를 재개할 수 있었다.
소포코네 와인이 생산되는 빈칠리아타 포도밭은 누구나 감탄할 만한 경치를 지닌 피렌체의 명소 피에졸레(Fiesole) 마을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 젊은 연인들은 빈칠리아타의 포도밭에서 사랑을 나누었고, 오늘날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긴다. 소포코네는 이처럼 아름다운 이곳의 자연과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와인이다.
비비 그라츠는 직감적으로, 피에졸레 마을의 빈칠리아타 성 주변이 포도를 재배하기에 완벽한 곳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위 사진). 무성한 숲과 수백 년 된 올리브 나무로 둘러싸인 이 지역의 토양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며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토스카나의 토착 품종인 산조베제에 까나이올로와 콜로리노를 소량 섞어 만든 소포코네 와인은 평균 40년 이상 된 포도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와인은 붉은 가넷색을 띠며 잘 익은 체리, 매화, 달콤한 향신료, 커피, 가죽의 뉘앙스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은은한 오크 풍미에 시간이 흐르면서 토양의 느낌이 더해진다. 게다가 화려하고 세련된 타닌이 와인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 와인은 Wine Spectator로부터 92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와인 양조가인 동시에 화가인 비비 그라츠는 모든 와인의 레이블을 직접 그린다. 금속 조각 예술가인 아버지(기든 그라츠 Gidon Graetz)의 작품을 보면서 성장한 그는,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델라르테(Accademia Delle Arte)에서 예술을 전공했고 유망한 젊은 아티스트로 주목 받았다. 동시에 그는 와인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전문 서적을 뒤지며 와인 양조에 대해 열광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와인은 그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비비 그라츠는 양조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강도 높은 훈련 과정을 반복했다. 그가 이탈리아의 유능한 와인 양조가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를 영입하여 함께 만든 테스타마타(Testamatta) 와인은 세상에 내놓자마자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다 주었다. 덧붙여, 2006년 빈티지 테스타마타의 경우 Wine Spectator로부터 무려 98점을 획득했는데, 이는 화가로서의 그의 창조성이 와인 양조의 세계로 훌륭하게 융합되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테스타마타는 산조베제 포도로 만드는 비비 그라츠의 대표 와인이다. Testamatta는 영어로 Crazy Head라는 뜻으로 '아이디어가 넘치는', '변덕이 심한'으로 해석되는데, 그의 열정과 예술가다운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비비 그라츠는 르 치칼레 디 빈칠리아타 끼안띠(Le Cicale Di Vincigliata Chianti), 누구나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까사마타 비앙코 & 로쏘 (Casamatta Bianco & Rosso),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의Italian Top Wine 2013에서 만점에 가까운 99점을 획득한 꼴로레(Colore)도 생산하고 있다.와인의 겉과 속이 모두 궁금한 호기심 많은 와인애호가라면, 비비 그라츠의 와인을 한번은 꼭 마셔볼 것을 권한다.
수입 _ 와이넬(02.325. 3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