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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토스카나 레드 와인의 흐름을 살펴보면 주를 이루는 품종은 향기로운 산조베제, 힘 있는 카베르네, 속이 꽉 찬 메를로 세 가지다. 이들이 혼자서 또는 서로 혼합되어 토스카나 레드 와인의 흐름을 선도한다.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조 바스티아니치, 데이비드 린치 공저, 2010, 바롬웍스)
 
 
오늘날 ‘슈퍼 토스카나 와인’ 생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토스카나의 와인산업은 사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질보다 양이 우선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깨뜨린 대표적인 인물은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로, 토스카나에서 와인을 만드는 여러 귀족 가문 중 하나인 안티노리 가문의 수장이다. 그는 1971년 산조베제에 소량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작은 오크통(바리크)에 숙성시켜 ‘티냐넬로(Tignanello)’를 만들어냈다. 한편, 카베르네 소비뇽과 바리크 숙성은 당시 DOC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였기에 티냐넬로에는 ‘테이블 와인’이라는 라벨이 붙었다.
 
티냐넬로에 앞서 최초의 슈퍼 토스카나 와인으로 명명된 ‘사시카이아(Sassicaia)’의 탄생에도 안티노리가 기여한 부분이 크다. 안티노리의 모친과 자매지간인 클라리체 델라 게라르데스카(Clarice della Gherardesca)와 결혼한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Mario Incisa della Rocchetta)는, 델라 게라르데스카 가문이 볼게리의 언덕에 소유한 테누타 산 구이도(Tenuta San Guido) 농장의 일부에 카베르네 품종 포도를 재배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쓸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와인은 안티노리의 제안에 따라 1968년에 사시카이아라는 이름으로 상업적으로 출시되었으며 이는 곧 슈퍼 토스카나라는 현상을 낳았다.
 
이후, 사시카이아와 티냐넬로 같은 슈퍼 토스카나 와인의 탄생을 처음부터 지켜봐 온 로도비코 안티노리(피에로 안티노리의 동생) 역시 볼게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하여 카베르네와 메를로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두 품종이 해양성 기후와 모래, 진흙으로 이루어진 볼게리의 토양에 잘 맞을 것이라고 믿었고 1985년에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첫 빈티지를 선보여 슈퍼 토스카나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게 슈퍼 토스카나에 대한 열풍이 번져나가면서 토스카나의 볼게리는 이탈리아에서 카베르네와 메를로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와인산지로 자리잡았으며, 카베르네와 메를로는 토스카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구성요소가 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 와인들에는 세계 다른 곳에서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의 맛이 나지 않고 오히려 타르, 나무 향과 같은 토스카나 와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의 저자 조셉 바스티아니치는 사시카이아와 오르넬라이아 같은 볼게리의 보르도 블렌드 와인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이 와인들을 맛보려면 지갑이 두둑해야겠지만 그만큼 지불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사시카이아는 오르넬라이아보다 기름기가 없고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데 이는 후추와 같은 아로마를 더한 카베르네 프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면 오르넬라이아는 카베르네와 메를로의 블렌드 와인으로 속이 더 꽉 차 있으며 편안한 느낌이다. 이 두 와인을 가장 잘 마시는 방법은 우선 와인 잔을 내려놓고 말린 체리, 장미, 가죽 등 2차 아로마가 흘러나오도록 두는 것이다.”
 
<<더 와인바이블>>에서 저자 캐런 맥닐이 사시카이아와 오르넬라이아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만약에 오르넬라이아가 없었다면 볼게리 지역의 와인은 여전히 낮은 품질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사시카이아는 어쩌다가 한 번 나온 우연의 산물로만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르넬라이아는 토스카나에서 사시카이아 다음으로 경이로운 명품 레드 와인이다. 이 두 와인은 입 안에서 폭발하는 듯한 과일 맛이 특징이며 매우 강렬하다.”
 
이처럼 사시카이아와 비견되는 오르넬라이아의 명성은, 지난 해 영국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소더비 자선 경매에서 9리터들이 오르넬라이아가 80,000 GBP(한화 약 1억 4천만 원 상당)에 낙찰되어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이탈리아 와인”으로 기록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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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입사 까브드뱅은 2011년 빈티지 오르넬라이아를 국내에 출시했으며, 이중 한정 수량은 황금빛 골드 라벨로 꾸며져 있어 와인애호가와 수집가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위 사진, 소비자 가격 58만원)). 이 와인은 출시 직후 세계적인 와인 매거진 Wine Spectator로부터 96점을 획득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인 94점을 웃도는 점수다. 유명한 와인평론가들도 이 와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듯 하다.
 
“검붉은 베리, 다크 초콜릿, 민트, 로즈마리 등의 짙은 아로마를 느낄 수 있으며, 농축된 과일 풍미와 잘 다듬어진 타닌을 지닌 풀보디 와인으로 과즙이 풍부하며 파워풀하다.”(James Suckling)
 
“화려하고 빈틈없이 속이 꽉 찬 이 와인은 모카, 자두, 담뱃잎, 감초 향을 드러내며 놀랄 만큼 깊은 과일 풍미를 지니고 있다.”(Antonio Galloni)
 
한편, 2009년부터 Vendemmia d’Artista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 레이블을 선보이며 그 와인을 경매 판매한 수익을 다양한 자선 활동에 기부해 온 오르넬라이아는, 올해 캐나다의 아티스트 Rodney Graham와 손잡고 L’Infinito (Infinity,&apos무한함’을 의미)를 소개했으며 이 와인은 지난 6월에 열린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다(아래는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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