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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미디어가 만들어낸 숱한 조어들 중에서 '컬트 와인’만큼 가장 빨리, 가장 흥행에 성공한 것도 없을 것이다. 동시에 그 필요성과 역기능이 이처럼 뚜렷하게 갈리는 용어도 없을 것이다. 태생적으로 와인미디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창의적인 표현을 갈구하기 마련인데, 언제 누가 처음으로 컬트 와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느냐를 밝히는 것보다 이 용어가 지칭하는 일군의 와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차별적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언제나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컬트 와인이라는 주제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컬트 와인이란?
 
컬트 와인을 이해하기 앞서'컬트’라는 용어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컬트란 본래 “’이교도’를 뜻하는 말로 전통 종교 조직의 권위에서 벗어난 소수의 광적 추종 집단”을 말한다. 문화예술적으로는 어떤 장르나 표현법에 있어서 보편적 형식, 즉 주류主流를 따르지 않고 제작자의 독특하고,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기호를 담은 창작물에 사용되기 시작하여 컬트 영화, 컬트 마케팅 등의 신조어를 낳았다. 우리 사회에서도 88 올림픽 이후 조성되기 시작한 문화적 다원주의의 움직임을 타고 컬트적 문화사조가 고개를 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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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컬트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다면 위 영화들이 그 해답을 줄 것이다. 특히 컬트 무비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로키 호러 픽쳐 쇼>는 컬트에 대한 분위기를 지나칠 정도로 잘 말해주는데, 다소 괴기스럽고 음습하며 비정상적인 뉘앙스는 이렇듯 컬트라는 단어와 공생관계이다. 한편, 컬트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컬트가 고개를 든다는 것은 다수의 대중을 겨냥한 주류가 이미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컬트 와인(Cult wine)이란 무엇인가? 컬트 와인은 “작은 공간에서 소량만을 최고의 품질로 생산하는 공방형 와인”을 뜻하는 부티크 와인(Boutique wine)이라는 개념의 연장선 상에 있다. 넓게는 부티크 와인에 포함되지만, 컬트 와인은 “부티크 와인 중에서도 노른자위에 해당하며 특히 놀라운 풍미와 한줌에 불과한 생산량에 기초한 높은 희소가치로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린 와인”을 지칭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컬트 와인이란 용어 자체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것이며 와인 법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어떤 상품이 인기를 끌면 추종형 미투(Me too) 제품이 곧이어 등장하게 마련이듯, 컬트 와인 역시 세미 컬트(Semi cult), 모던 컬트(Modern cult), 뉴 컬트(New cult) 등의 이름으로 많은 와인들이 등장하면서 마케팅적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컬트 와인의 등장
 
‘최초의 컬트 와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미국 와인업계에서는 1983년 빈티지로 데뷔한 그레이스 패밀리 빈야드(Grace Family Vineyards)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꼽는다. 그러나 컬트 와인이 미국 와인업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 이유는, 오늘날 최고로 손꼽히는 컬트 와인생산자들-스크리밍 이글, 할란, 콜긴, 아로호, 브라이언트 패밀리, 달라 발레-이 대체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걸쳐 설립되었으며 그들의 최초 빈티지 와인이 1990년대 중반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출현과 함께 미국 와인 산업에는 전에 없던 컬트 와인들의 편대 비행이 시작되면서 굉장한 굉음과 화려한 에어 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경제적인 관점에서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의 핵심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는 대규모 와이너리나 포도밭이 신규로 조성되기 힘들 만큼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에 이르렀으나, 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신흥 와인생산자들을 나파 밸리로 유입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나파 밸리에 정착하여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을 꿈꾸는 이들 신흥세력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작은 땅을 어렵게 취득하여 포도재배와 양조과정에서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것뿐이었는데 컬트 와인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산업적 여건 속에서 태어났다.
 
남겨진 작은 땅, 충분한 자본력, 전문 양조 기술을 가르치는 UC Davis와 UC Fresno에서 배출한 최고 수준의 와인 양조가들, 전문 포도밭 관리회사,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과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와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에는 컬트 와인이 태동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갖추어져 있었다.
 
 
컬트 와인의 요건
 
컬트 와인은 미국의 와인 미디어가 만들어 낸 마케팅 용어이며 와인 법규와는 상관이 없지만 이후 수 년간 지속적으로 화제를 낳았고, 이와 함께 미국의 와인 전문 매체 Wine Spectator는 시기적절하고도 강력하게 2000년 4월호에서 총 9개의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을 커버 스토리로 집중 소개하며 와인 산업과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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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들은 명실공히 '원조 컬트 와인’ 또는 '클래식 컬트 와인’으로 인정받는데, 이 중 Marcassin만이 나파 밸리가 아닌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지역의 와인으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품종을 사용하며, 나머지 여덟 개는 모두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이 점에서 초기 컬트 와인의 원형은 거의 전적으로 나파 밸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이 와인들은 프랑스의 보르도를 대표하는 9대 샤토(메독 지역 좌안의 5개 샤토와 우안의 4개 샤토) 와인과 보이지 않는 대칭구도를 이루며 미국 와인 산업의 자부심이자 상징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한편, 컬트 와인에 대한 Wine Spectator의 이러한 심층 보도는 말로만 무성하던 컬트 와인의 실체를 소상하게 파헤침과 동시에 컬트 와인의 요건과 심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 미디어와 와인산업에서 인정하는 컬트 와인에 대한 심리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1.희소성
해당 와인의 연간 생산량은 최대 2,000 케이스(24,000병)를 넘지 않으며, 생산량의 대부분이 메일링 리스트(mailing list)에 등재된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direct selling)되기 때문에 일반 마켓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2.와인 전문 매체와 평론가로부터 지속적으로 고득점 획득
Wine Spectator나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0점 중반 이상의 높은 점수를 지속적으로 획득한다.
 
3.높은 소비자가격
1병당 소비자가격이 최소 $250를 넘는다.
 
 
이러한 기준은 법으로 명시된 것이 아니라 미국 와인 산업과 전문 미디어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심리적 기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덧붙여, 컬트 와인은 소위 '컬트 와인메이커’로 불리는 일군의 슈퍼 스타 양조가들이 양조를 담당하고, 포도밭 관리는 최고 수준의 전문관리사들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전문적 분업/협업은 컬트 와인 레시피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컬트 와인생산자가 만드는 와인이라고 해서 모두 컬트 와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컬트 와인생산자가 만들었다 해도 위에서 언급한 컬트 와인의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와인은 컬트 와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최근 컬트 와인생산자가 만든 '보급형’(따라서 세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와인에 대해서도 컬트 와인이라는 용어를 손쉽게 갖다 붙이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서 옳지 않다. 말하자면,
 
"컬트 와인생산자가 만든 보급형 와인은 Cult wine in Economy class이며
그들의 대표 와인은 Cult wine in First class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원조 컬트 와인생산자들은 컬트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뉘앙스 탓에 컬트 와인이라는 용어 사용을 되도록 자제하면서도, 그들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용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긍한다는 것이다. 아직 컬트 와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용어는 없으나, 캘리포니아 1등급(California First Growth), 블루칩 와인(Blue chip wine)과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컬트 와인을 둘러싼 잡음
 
컬트 와인을 둘러싼 잡음은 많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시기하고 폄하하는 시선, 장기 숙성력에 대한 의문, 컬트적 요건에 부합하지 못하면서도 '나도 컬트 와인이다’라며 고개를 드는 와인들까지. 이러한 잡음의 대부분은 컬트 와인이 은연 중에 표방해 온 신비주의 마케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생산자들은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비싼 탓에 소비자들이 와인을 경험하기도 쉽지 않으며, 돈이 있다 해도 희소해서 구하기가 어려운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인 컬트 와인을 둘러싸고 잡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할란 이스테이트의 디렉터 Don Weaver에게 컬트 와인의 신비주의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그것은 신비주의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의 부재不在”라며 “컬트 와인생산자들은 규모가 너무 작아 조직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치 않다”고 대답했는데, 이를 통해 컬트 와인의 가려진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측하건데 이들은 앞으로도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이미 형성된 신비주의는 비즈니스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태생적 속성상 '팔지 않음으로써 판매를 일으키(selling without selling)’는 원리가 잘 통용되는 것이 바로 컬트 와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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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생산자들과 주류主流를 형성하는 와인명가들 사이에서 정서적인 갈등이 목격되곤 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희소성에 기초하여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둔 컬트 와인과 달리,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명가들은 미국 와인 산업의 기저를 형성하며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많은 양의 와인을 대중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종종 이들의 최상급 와인은 컬트 와인과 견주어 손색없는 품질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와인 미디어와 수집가들의 관심이 컬트 와인에 지나치게 모아지는 것에 대해서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잡음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바로 컬트 와인의 가격과 숙성 잠재력이다. 컬트 와인 가격의 광풍은 수집가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유례없이 경기가 좋던 미국의 90년대 중반과 후반 지갑이 두툼했던 이들 수집가는 컬트 와인과 경매시장에 열광했으며, 마셔보지도 않았고 마실 것도 아닌 컬트 와인에 열광적으로 집착했다. 컬트 와인과 유사한 컬트급 와인들도 등장했지만, 원조 컬트 와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층이 워낙 두텁고 생산량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와인의 가격은 솟구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거품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컬트 와인의 가격 하한선은 여전히 높다.
 
컬트 와인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고 유통이나 수출은 거의 하지 않는데, 이 점은 우리 나라처럼 컬트 와인을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골칫거리다. 일반 와인의 수입가격은 소비자가격보다 낮은 것이 보통인데, 컬트 와인의 수입가격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소비자가격과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입물량마저 적기 때문에 컬트 와인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생길 리는 만무하다.
 
컬트 와인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는 구매 결정을 앞둔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입할 만한 충분한 가치나 이유가 있는지는 물론 100% 주관적인 문제다. 마찬가지로,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과 2등급 와인 사이에 확연한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 역시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며, 손 떨리는 값을 치르고 1등급을 마실지 아니면 부담이 덜한 2등급을 마실 지는 온전히 주관적인 문제다.
 
한편, 컬트 와인의 숙성 잠재력에 대한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는 절반의 답변만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컬트 와인들의 첫 빈티지를 살펴보면 할란(Harlan)은 1990년,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은 1992년, 아로호(Araujo)는 1990년, 콜긴(Colgin)과 달라 발레(Dalla Valle)는 1992년인데, 이 와인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 올해로 20년이 조금 넘었다. 따라서 (한 세대로 간주되는) 30년을 뛰어 넘는 숙성력을 보여주는 위대한 와인들의 궤적을 컬트 와인이 따라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숙성 잠재력이 탁월한 와인의 유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를 자주 관찰해 본 노련한 시음가라면 컬트 와인의 미래에 대해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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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은 대체로 과일의 완숙도와 잡티 없는 정확한 순도를 중시하는 까닭에, 무르익은 느낌과 다소 낮은 산미가 느껴지며 풍부한 알코올을 지닌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은 대체로 빈티지(수확연도)로부터 7~10년이 지나면 음용 적기에 진입하며 이후 오래도록 음용 적기의 플라토(Plateau, 안정기)에 머무른다. 비슷한 스타일을 지닌 나파 밸리의 주류主流 와인생산자가 생산하는 최상급 와인도 20~25년 정도의 숙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아로호 와이너리의 첫 빈티지 아로호 와인은 1990년에 만들어졌는데 1970년대에 같은 밭에서 만들어진 다른 생산자의 와인은 여전히 그 풍미가 잘 살아 있다. 또한 스크리밍 이글 와이너리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농부들은 그 지역에서 나온 포도가 매우 비범하고 숙성이 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컬트 와인의 숙성력에 대한 잡음은 시간이 답해줄 문제이며, 높은 가격에 걸맞는 탁월한 숙성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부담은 컬트 와인이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일 것이다.
 
 
컬트 와인 개념의 확장
 
컬트 와인이 효과적인 마케팅 용어가 됨에 따라 미디어와 산업 관계자들은 캘리포니아 이외의 와인 산지,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예를 들어 워싱턴주의 퀄시다 크릭(Quilceda Creek), 스페인의 알바로 팔라시오스 레르미타(Alvaro Palacios L’Ermita), 호주의 짐 배리 아르마 쉬라즈(Jim Barry Armagh Shiraz) 같은- 와인도 컬트 와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와인들이 의도적으로 컬트 와인을 지향하고 만든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속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파 밸리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의 다른 산지에서 컬트 와인식 접근법으로 만들어진 와인들이 원조 컬트 와인의 뒤를 이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센트럴 코스트의 시네 쿠아 논(Sine Qua Non)이 대표적인데, 1994년 빈티지로 세상에 등장한 이후 나파 밸리의 컬트 와인과 자웅을 겨루며 론 품종 와인(시라, 그르나슈 같은 품종을 주로 사용)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같은 지역의 색섬(Saxum) 또한 최고의 론 품종 와인으로 부상하였다. 소노마 카운티의 해안가(Sonoma Coast)에서도 컬트적 성향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와인들이 컬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애호가라면 이 와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컬트 와인을 바라볼 때 간과하기 쉽지만 새겨두어야 할 점이 있다. 컬트 와인은 거의 대부분 단일 포도밭(Single vineyard)에서 만들어지는 테루아(Terroir, 포도를 재배하는 환경) 지향적인 와인이라는 사실이다. 한줌의 작은 땅을 소유하기에 그 땅에 대한 더욱 철저한 이해와 남다른 헌신에서 탄생하는 컬트 와인은, 테루아주의의 부상과 함께 현재 미국 와인 산업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에 서있다. 그런만큼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컬트 와인이 고유의 테루아를 담기 위해 들인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컬트 와인에 너무도 손쉽게 '마케팅이 낳은 괴물’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일부 사람들이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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