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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만 해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노 누아가 프랑스 부르고뉴를 떠나 제2, 제3의 고향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카운티와 뉴질랜드가 부르고뉴를 잇는 강력한 후보지로 떠올랐으며, 그 뒤를 오레곤이 바짝 좇고 있다.
 
오레곤 피노 누아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길지 않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으로 무장한 몇몇 선구자들의 성공은 오레곤 테루아의 가능성을 믿게 하는 주문과도 같았다. 와인 메이커들은 우아하고 여성적인 혹은 진하고 남성적인 스타일 등 오레곤에서 차별화된 피노 누아의 스타일을 찾는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1990년에 70개에 불과했던 오레곤의 와이너리 수가 2000년에 135개로 늘면서 피노 누아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피노 누아에 어울리는 테루아
 
최근 오레곤의 콜롬비아 고지(Columbia Gorge)에서 부르고뉴 스타일의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는 펠프스 크릭(Phelps Creek)의 오너 밥 모루스(Bob Morus)가 방한하여 오레곤 피노 누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펠프스 크릭이 자리한 후드 리버(Hood River) 지역은 오레곤의 북쪽, 워싱턴 주에 가까운 콜롬비아 고지(Columbia Gorge)에 속한다. 포트랜드에서 동쪽으로 약 90킬로미터 떨어진 콜롬비아 고지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 미국 포도 재배 지역)는 위싱턴과 오레곤의 경계를 가르는 콜롬비아 강을 따라 펼쳐져 있다. 기후는 매우 서늘하고 비는 겨울과 봄에 집중되어 수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밥 모루스는 콜롬비아 고지에서 최적의 피노 누아 재배지로 후드 리버와 화이트 살몬 밸리 지역을 꼽았다. 이 지역은 월라맷 밸리보다 해발고도가 높아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콜롬비아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더해져 서늘한 기후대를 형성한다. 그 결과 포도의 숙성 기간이 길어져'완벽한 산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콜롬비아 고지의 피노 누아는 순수한 과실 풍미뿐만 아니라 균형이 잘 잡힌 산도를 겸비하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 회토(volcanic soil)의 영향을 받아 펠프스 크릭의 와인에선 달콤한 과실의 맛보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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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공급에서 와인 생산까지
 
현재 델타 항공의 기장으로 일하고 있는 밥 모루스는 1989년 오레곤의 후드 리버로 가족들과 함께 이주, 정착했다. 1990년부터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마르(Pommard)에서 들여온 피노 누아를 심기 시작했고, 2년 후에는 디종 클론의 샤르도네를 재배하며 인근 월라맷 밸리의 와이너리에 수확한 포도를 공급했다. 한편, 2002년 오레곤의 대표 와인 쉐난(Sineann)의 레이블에 ‘펠프스 크릭 빈야드’라고 표기될 정도로, 펠프스 크릭에서 재배하는 포도의 품질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이를 바탕으로 펠프스 크릭은 포도밭을 확장하고 양조시설을 갖추었으며, 2007년부터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에 밥 모루스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온 알렉산드리아 로이(Alexandrine Roy)를 만났는데, 그녀는 즈브레 샹베르탕의 도멘 마르크 로이(Domaine Marc Roy)의 4대 손으로 호주 등지에서 와인 양조 경험을 쌓은 바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로이는 와인 컨설팅 제안을 받아들여 펠프스 크릭의 첫 와인 생산에 참여했으며, 점차 그녀가 컨설팅 한 와인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2012년에는 펠프스 크릭의 양조 감독이 된다. 높아지는 명성과 함께 펠프스 크릭의 포도밭 면적은 3헥타르에 13헥타르로 늘었고, 피노 누아, 샤르도네 외에 피노 그리도 재배하고 있으며 총 와인생산량은 연간 3,500상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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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빈티지펠프스 크릭 샤르도네 에스테이트 리저브
(2011 Phelps Creek Chardonnay Estate Reserve)
한 번 이상 사용한 적 있는 배럴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쳤다. 봄처럼 향긋하다. 사과, 라임 그리고 열대 과일의 향이 매우 풍성하다. 약간 자극적인 허브의 향이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2010년 빈티지 펠프스 크릭 피노 누아
(2010 Phelps Creek Pinot Noir)
체리 주스 같은 느낌이지만 스파이시한 향신료와 과실의 향이 이어서 난다. 숲 속의 이끼, 젖은 돌 같은 자연의 향이 은은하게 나지만 입 안에선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와인 애드버킷 91점으로 2011 빈티지 또한 동일한 점수를 받아 품질의 항상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0년 빈티지펠프스 크릭 뀌베 알렉산드리아
(2010 Phelps Creek Cuvee Alexandrine) 2010
와인 메이커 알렉산드리아 로이가 2007년에 처음 만들었던 와인으로 90상자만 생산하고 있다. 체리와 라스베리의 향이 나면서 버섯, 숲 속의 그늘, 젖은 흙, 돌 같은 향도 강하게 난다. 타닌은 부드럽게 감싸듯이 넘어가서 기분이 좋다. 즈브레 샹베르탕을 연상시키는 와인으로 와인 애드버킷에서 2009, 2010, 2011 빈티지가 3년 연속 92점을 받으며 그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월라맷 밸리에 비해 낮은 인지도임에도 불구하고 펠프스 크릭이 거둔 성과는 콜롬비아 고지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을 거듭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르고뉴 출신 와인메이커의 영입으로 마케팅 효과뿐만 아니라 펠프스 크릭 와인의 차별화에 성공을 거둘지 그 결과를 기대해본다.
 
 
문의 _ 와인투유코리아 (031 705 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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