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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옹은 동쪽으로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고 나머지 삼면은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원형 극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띠며 연간 일조량이 2500 시간을 넘는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이다. 한편, 화강암(granite), 석회암(limestone), 편암(schist), 편마암(gneiss), 화강암질 모래(granitic sand), 자갈(pebbles), 점토(clay), 점판암(slit) 등 다채로운 토양과 하층토로 이루어진 지질 구조는 와인의 풍미에 다양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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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포트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s, 줄여서 VDN)이 있다. 오늘날 루시옹의 와인생산량은 프랑스 전체 와인생산량의 2%(70만 헥토리터)에 불과하지만, 뱅 두 나튀렐의 경우 프랑스 전체 생산량의 80%(17만 헥토리터)가 이곳에서 생산된다(2012년 기준). 뱅 두 나튀렐은 “천연적으로 달콤”하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와인의 발효를 중단하기 위해 순수 브랜드(포도 증류주)로 주정강화하여 와인에 당분이 남게 하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즉, 인위적으로 당도를 얻으므로) 정확히 맞는 말은 아니다.

뱅 두 나튀렐은 푸드르(foudre), 드미 뮈(demi-muid, 150-300리터), 배럴 등 나무통에서 30개월에서 20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다. 또는 와인을 유리로 만든 드미 존(demijhon, 위 사진)에 넣어 옥외에서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는 온도 변화와 햇빛에 노출시킴으로써 숙성을 촉진하는 (또는 익히는) 방법이다. 이렇게 9-12개월 동안 보관한 뒤 병입하거나 또는 (발효탱크나 나무통에 보관된 와인과) 블렌딩하기도 한다.

뱅 두 나튀렐은, 햇빛에 노출된 정도와 나무통에서 숙성된 기간에 따라 옅은 장밋빛에서부터 오렌지 또는 어두운 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을 띠며, 알코올 농도는 대체로 16~17.5도 사이로 포트만큼 높지는 않다. 과거에는 식전주로 종종 마셨으나,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거나 디저트와 함께 마신다. 프랑스인들은 멜론의 속을 파내서 뱅 두 나튀렐과 섞어 먹는데 익숙하다. 고급 포트나 소테른 와인이 보여주는 대단한 위력을 찾아보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뱅 두 나튀렐은 기념일을 축하하거나 할 때 충분히 제값을 하는 와인이다. 한편, 숙성 초기일 경우에는 8 - 13˚C, 오래 숙성된 와인일 경우 13 - 15˚C의 온도에서 마시면 좋다. 오랜 숙성을 거친 와인일 경우, 병을 개봉한 후라도 몇 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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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루시옹 와인 협회(CIVR)의 에릭 아라실(Eric Aracil)이 루시옹 와인 디너에서 소개한, 오랜 기간숙성된 뱅 두 나튀렐 3종. 왼쪽부터, 1969년 빈티지 리브잘트 앙브레 오트 쿠튐(RIVESALTES AMBRE HAUTE COUTUME), 1974년 빈티지 리브잘트 앙브레 테라수(RIVESALTES AMBRE TERRASSOUS), 1998년 빈티지 모리 비에이유 레제르브(Maury Vieille R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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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옹 와인 협회의 에릭 아라실(좌),루시옹 와인 디너에서 와인과 어울리는 한식 특선 요리를 선보인밀레니엄 힐튼 호텔의 박효남 총주방장(우).


아쉽게도 뱅 두 나튀렐에 대한 수요는 지난 수십 년간 서서히 감소해 왔으며, 20세기 중반만 해도 매년 7천만 병 가까이 팔리던 리브잘트(Rivesaltes, VDN을 생산하는 마을의 이름)의 경우 생산량이 연간 3백만 병 이하로 크게 줄었다(“The archivist of Roussillon”, Jancis Robinson). 이와 함께 루시옹의 와인생산자들은 1970년대부터 드라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와인 산업의 발전과 변화를 도모해 왔다.

루시옹에는 코트 뒤 루시옹, 코트 뒤 루시옹 레자스프르, 코트 뒤 루시옹 빌라주, 모리 섹 등 네 개의 드라이 와인 AOC/AOP가 존재하며, 코트 카탈란과 코트 베르메이유에서는 VDP/IGP급 와인을 생산한다. 각 원산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루시옹 와인 한국 공식 웹사이트]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루시옹 와인 디너에는 뱅 두 나튀렐 뿐만 아니라 루시옹의 드라이 와인도 함께 소개되었는데, 눈여겨 볼만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이 중일부는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수입사 목록은 추후 업데이트 예정).


Cotes du Roussillon Blanc CENTENAIRE 코트 뒤 루시옹 블랑 상트네르

생산자 _ LAFAGE
상트네르는 ‘1세기’를 의미하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령이 100년 된 포도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그르나슈 블랑에 루산느 품종을 소량 섞어서 양조하며 효모찌꺼기와 함께 일정 시간 숙성시킨다. 상쾌하고 섬세하며 허브, 미네랄 등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Cotes du Roussillon Blanc ALTAIR 코트 뒤 루시옹 블랑 알타이르

생산자 _ MAS AMIEL
첫 모금에 잘 만든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르나슈 블랑, 그르나슈 그리, 마카베오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이 와인은 가볍고 신선하며 여러 가지 풍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전복 요리에 곁들였을 때 좋은 매칭을 보여주었는데, 이렇게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은 와인의 높은 품질을 증명한다. 원래 생산자인 마스 아미엘은 유명한 뱅 두 나튀렐 생산자로, 1999년에 소유주가 바뀌면서 급진적인 변화를 겪었고 드라이한 코트 뒤 루시옹 와인 생산에 주력해 왔다.

Collioure Rose Clos de Paulilles 콜리우르 로제 클로 드 폴리유

생산자 _ CAZES
시라, 무베드르, 그르나슈 누아를 골고루 섞어 만든 와인이다. 루시옹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CAZES는 (또다른 유명 와이너리인 Domaine Gauby의 Gerard Gauby와 함께) 루시옹 지역에 시라 품종의 가능성을 열어보인 곳이다. 2001년부터 CAZES는 모든 포도밭을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Cotes du Roussillon Rouge Chantail 코트 뒤 루시옹 루즈 샹타이유

생산자 _ Ch. Planeres
수입사 _ KJ 무역
시라, 카리냥, 그르나슈 누아를 골고루 섞어 만든 와인이다. 약간 가벼운 보디에 상쾌하고 발랄한 풍미를 지녔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익은 과일의 풍미를 드러낸다. 그르나슈, 카리냥, 무베드르에 비해 재배 역사가 짧은 시라는 루시옹의 레드 와인 생산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는 중요한 품종이다.

Collioure Rouge EMPREINTES 콜리우르 루즈 앙프렝트

생산자 _ DOMAINE ST SEBASTIEN
Empreintes('흔적')는 그르나슈 누아에 소량의 카리냥을 섞어 만든 와인으로, 중간 정도의 무겁지 않은 보디에 우아한 꽃 향과 과일 향을 드러내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Cotes du Roussillon Villages Cuvee Constance 코트 뒤 루시옹 빌라주 퀴베 콩스탕스

생산자 _ DOMAINE THUNEVIN-CALVET
수입사 _추후 업데이트
그르나슈 누아와 카리냥을 절반씩 섞어 양조한 후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한 와인으로, 붉은 과일의 풍미가 도드라진다. DOMAINE THUNEVIN-CALVET는, "이렇게 훌륭한 오래된 포도나무와 저렴한 땅, 그리고 멋진 풍경을 지닌 루시옹을 놔두고 왜 다른 곳에 투자하겠느냐"고 말한 장 뤽 튀느뱅이 루시옹의 와인생산자 장 로저 칼베와 함께 설립한 와이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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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기를 넘긴 오래된 수령의 포도나무를 발견할 수 있는 이곳, 루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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