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시장 조사 기관 MarketLine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주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금액으로 1조 달러, 물량으로 2천억 리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Global Alcoholic Drinks Industry). 동시에 주류 산업 내에서 와인, 증류주, 맥주 등 하위 부문 내 또는 부문 간 경쟁이 점점 극대화되면서, 각 산업의 마케팅 목표 설정 및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내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국내 시장을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미미하게나마 기여하고자 2014년 세계 주류 산업 동향에 대한 여러 매체의 예측을 종합, 정리해보았다(이 글에서 인용한 매체와 인물의 이름은 영어로 표기하였다).


변종 와인의 등장

알코올을 낮추거나 없앤, 또는 특정 향을 가미한 주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와인도 마찬가지로, 가볍고(light) 향이 풍부한(aromatic)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ustralian Vintage의 Julian Dyer는 이러한 와인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할 것이며(샹그리아, 스프릿츠, 칵테일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PLB Group의 James Burston도 이러한 흐름에 동의하며, 이와 더불어 주류를 구분하던 기존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전혀 새로운 하위 부문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와인 산업 내의 대대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와인 산업 종사자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새로운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Tesco 그룹의 와인 개발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Laura Jewell MW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특히 저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우월감에 젖은)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저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와인을 일반 와인과 똑같이 다룰 것이 아니라, 향을 가미한 사이다나 와인과 함께 과일 풍미 지향 제품(fruit driven products)으로 분류하여 그에 맞는 소비자 집단에 어필해야 한다. 매장에서 이런 와인을 일반 와인과 나란히 진열하는 것은 판매에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오는 여름 테스코는 이들 와인을 얼음과 함께 즐기도록 유도하는 소비자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The Drinks Business는 “TOP 10 WINE TRENDS 2014”에서, 이러한 변종 와인이 와인 산업의 구조를 바꿔놓을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일반 와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편의상 변종 와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왜냐하면 알코올 도수와 향미 외에도 와인 산업의 다변화를 초래하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일부 전문가들은 토착 품종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와인 산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스파클링 와인의 지속적인 성장,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 밀레니엄 세대의 등장 등을 언급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밀레니엄 세대의 등장은 주류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촉각을 곤두세운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
밀레니엄 세대(또는 Y세대,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대체로 “진정성(authenticity)”을 중요하게 여기고 “가치가 담긴 이야기”에 매료되며 “모험”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앞선 그 어떤 세대보다도 “더 즐겁고 더 좋고 더 멋진 것”을 추구하는 경향 또한 강하다. 구매하는 상품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며, 경험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을 “외부로 드러내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는다. 와인 산업은 이러한 밀레니엄 세대를 “세련되고 개방적”이라고 추켜세우며 “와인이야말로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고급스런 음료”라며 구애한다.

하지만 Wine Intelligence의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와인에 대한 관여도는 맥주, 사이다, 스피리츠 부문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WINE TRADE&aposLOSING TOUCH’ WITH MILLENNIALS). 따라서 이들과의 연대를 지속시키고 강화해 나가는 것은 오늘날 전세계 와인 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으며, 와인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상품화와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 밀레니엄 세대를 공략하려는 시도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한편, 밀레니엄 세대의 와인에 대한 관여도가 다른 주류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인데, 이들이 경제 활동을 시작하고 경력을 쌓음으로써 경제적 취약성을 극복하기까지 짧게는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 앞으로 수 년간 와인 소비를 주도할 집단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밀레니엄 세대 VS 베이비붐 세대

위 문단에서 지적한 내용은 Silicon Valley Bank(이하 SVB)가 발행한 <2014 BUSINESS PREDICTION>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치품에 대한 소비 패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들로 요약된다.
“오늘날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이 세대를 대체할 밀레니엄 세대가 학자금 대출과 실업으로 시달리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5-7년간 주요 와인 소비 집단이 베이비붐 세대에서 밀레니엄 세대로 서서히 이동하겠지만, 와인 산업의 성장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예를 들면 2014년에 일인당 와인소비가 늘고 고급 와인 매출이 6-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젊은 와인소비자들이 더 비싼 와인으로 입맛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비싼 와인을 구입할만한 경제력을 갖춘 (그렇지만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는 예전만큼 와인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 교체가 진행되는 5-7년 동안 고급 와인의 주요 소비자는 누가 될 것이며, 시장의 성장은 누가 주도하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어지는 내용을 살펴보자.

“고급 와인을 비롯한 사치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은 다름아닌 “부유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우, 자산가 집단은 크게 네 부류-고령자,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엄 세대-로 나뉘며, 이들을 순자산(net worth)과 소득(income)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 고령자와 베이비붐 세대가 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둘째, 소득 수준은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높고 고령자 집단이 가장 낮다.

와인 구매는 소득의 영향을 받는 반면 순자산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 미국 내 총소비지출의 40%가 임금 노동자의 20%에 의해 발생하며, 이들이 고급 와인을 사는 비율이 이보다도 높다는 사실은 소득 수준과 와인 구매 사이의 높은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사례로, 와이너리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절반 정도가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베이비붐 세대에 의해 발생하며, 온라인 와인 구매자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30세 이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인터넷 사용에 가장 익숙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로써 고급 와인 생산자나 마케터가 집중해야 할 대상은 베이비붐 세대이지, (순자산은 많으나 소득은 낮은) 고령자 집단이나 (둘 다 낮은) 밀레니엄 세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향후 5-7년 간 와인 산업의 성장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SVB의 보고서는, ”이들 세대는 구매력을 갖고 있으며 여느 다른 집단보다도 많은 금액을 와인에 쓰고 있다”며, 중단기 와인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35-55세 사이의 X세대를 주목하라고 주장한다.


밸류, 밸류, 밸류

John E. Fells의 Steve Moody는 실질적인 가구 소득 및 가처분 소득이 여전히 빠듯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밸류 와인 또는 마트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외식을 하는 횟수나 장소를 선택하는데 있어 까다로워지면서,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의 와인(특히 중간 정도 품질의 와인) 매출은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믈리에인 Jonathan Feiler 역시, 평소 와인을 즐기던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으며 “평소에 좋아하던 와인의 가격이 오르면 그 와인에서 등을 돌리고 더 좋은 밸류를 제공하는 와인을 찾는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가격에 민감해진 덕분에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다름아닌 대형마트다. 협상력이 센 슈퍼마켓은 저렴하고 맛 좋은 와인을 대량 공급하면서 와인이 일상적인 상품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마트에 입점하기 위한 생산자들(또는 수입사들) 사이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와인 포장, 진열, 판매까지 아울러 신경을 써야하는 등, 생산자(또는 수입사)들이 점점 더 많은 짐을 떠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한편, 마트나 와인숍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은 가격 프로모션은, 투명하지 못한 와인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큰 호응은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Oddbins의 Ana Sapungiu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자나 마케터들이 가격 외적인 부분으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행히도, 디지털 마케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이고 손쉬워지고 있다. 단,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소비자는 누구인가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면 이 글의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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