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소믈리에 sommelier



국내에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소개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믈리에란 레스토랑에서 고객에게 와인과 관련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련된 와인 전문가를 말하는데, 단지 와인을 내오고 따라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제안하고 고객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살피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와인 리스트 관리, 와인 저장 및 판매, 스태프 교육 등 레스토랑의 운영적인 면에도 관여한다. 한편, 오늘날 소믈리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맥주, 증류주, 소프트 드링크, 칵테일, 워터, 시가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다양한 기호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 와인 산업 내에서 소믈리에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위상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와인 세미나,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니며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는가 하면,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소믈리에로서의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또한 실력을 검증 받은 소믈리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데, 이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레스토랑 내에 국한되어 있던 소믈리에의 전통적인 역할이 대외적으로 확대되었고, 이와 함께 와인산업과 소비자를 잇는 교량으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장인(匠人) 소믈리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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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소믈리에로서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정훈 소믈리에(워커힐 호텔)는 이렇게 대답한다. “마스터master”라는 말이 난무하는 요즘 “장인”이라니, 은근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는 현재 영국의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가 주관하는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 과정(Court of Master Sommeliers)”을 밟고 있는데, 이 역시 장인 소믈리에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학 재학 중 실습을 나온 것이 계기가 되어 2001년부터 지금까지 워커힐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줄곧 와인 관련 업무를 맡아 왔으나 2007년에 이르러서야 소믈리에라는 공식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7년 소펙사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처음으로 2차 예선까지 진출했던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를 포함하여 그가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한 횟수는 8년 동안 16회에 달한다. 그 사이에 네 차례 예선 탈락, 여섯 차례의 준결승전과 세 차례의 결승전을 겪었고, 파이널리스트 상을 세 번, 4위, 준우승, 우승(대전시와 한국 국제 소믈리에 협회가 공동 주관한 <제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을 각각 한 번씩 차지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본 최우수 소믈리에 콘테스트>, <아시아-오세아니아 소믈리에 대회> 등 세계 대회를 수시로 참관했다. 한번은, 일본에서 열린 소믈리에 대회에서 챔피언으로 뽑힌 수상자가 기립 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을 보고 ‘내가 지금 저 자리에 서있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며 커다란 자극을 받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대회에 참가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후배들과 좀더 경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차례의 우승에 안주하여 공부를 멈춘다면 ‘고인 물’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요리사가 계속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편, 숱한 대회 참가 경험은 그에게 귀중한 교훈 하나를 안겨 주었다. 바로 성적에 집착할수록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사실이다. 그는, 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때로는 자만심의 싹이 되고 때로는 열정을 식혀버리기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1위 입상이 반드시 우수한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다. 즉 대회에서의 높은 성적이 소믈리에로서의 자질까지 보장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소믈리에란 기본적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와인을 비롯한 음료를 관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며, 고객이 미식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레스토랑이 원활하게 운영되게 함으로써 경영과 재무에 기여할 책임도 뒤따른다. 때로는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소비자를 위한 와인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아가 한국 식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소믈리에의 몫이 될 수 있다. 이정훈 소믈리에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 서구 문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소믈리에들이 우리 음식과 와인의 제대로 된 매칭을 제안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하는 만큼, 소믈리에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쌓아야 할 지식도 다방면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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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훈 소믈리에의 서재. 이 중 와인 전문 서적은 300권 정도다.


이정훈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 도서

Asian Palate
지니 조 리의 첫 번째 책으로, 아시아 각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면서 대표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제안하였다. 동양인의 시각에서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소개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국내 미판매).

Mastering wine for the Asian palate
지니 조 리의 두 번째 책으로, 아시아 음식과 와인 매칭의 원리를 다룬 Asian Palate의 해설본이라할 수 있다. 었다(국내 미판매).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
전문적인 테이스팅 기법을 다룬 책으로 담백한 표현이 일품이다. 소믈리에 테이스팅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보면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다(바롬웍스 발행).

Wines of the world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지만 내용이 매우 탁월하며, 사진 수록, 양조가 소개 등 작은 사이즈에 비해 광범위한 자료를 싣고 있다.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보면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다(DK 시리즈).

French Wines
프랑스 와인에 대해 전문적인 자료를 제공한다(DK 시리즈).

Dummies 시리즈
Dummies 시리즈의 장점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재A반을 위한 와인”은 2002년에 구입한 책인데 초보자에게도 유용한 팁이 많다. "Pairing Food & Wine for DUMMIES"는 마스터 소믈리에 John Szabo가 와인과 음식 매칭에 대해 쉽게 풀어놓은 글이다(B&B 발행).

더 와인 바이블
“와인 바이블”이란 이름의 수많은 책들 중 단연 최고다. 이 책은 마치 백과 사전을 방불케 하는데,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필요한 자료가 있을 때 제일 먼저 집어들 정도로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보면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다(바롬웍스 발행).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국내에서 이탈리아 와인 전문서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 매니아에게는 필독서다.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보면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다(바롬웍스 발행).

와인 아틀라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잰시스 로빈슨과 휴 존슨의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번역본과 원본을 같이 보면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다(세종서적 번역, 발행). 한편 휴 존슨의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은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꼭 한번 마셔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마로니에 북스 발행).

와인 미학
화려하지 않지만 체계적이며, 와인과 음료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잘 정리하여 보여준다(와인비전 발행}.

와인 구매 가이드
베스트 셀러로 잘 알려진 책이다. 와인에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저자(손진호)의 테이스팅 노트가 곁들여져 있어 구매가이드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바롬웍스 발행).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와인이라는 주제로 풀어쓴 책이다. 읽기에 딱딱한 편이지만 긴 와인의 역사를 한권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한번에 읽기보다는 끊어서 읽기를 추천한다(시공사 발행).

파리의 심판
미국 와인 산업의 성장, 침체, 부흥, 그리고 현재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단순한 자연 환경보다는 사람의 노력(양조가)에 초점을 맞추며, 같은 책을 영화화한 “와인 미라클”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하서 발행).

와인력
와인 스펙테이터의 칼럼니스트 매트 크레이머가 쓴 책으로,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쌓은 다양한 정보와 유용한 지식을 흥미롭고 알기 쉽게 기술하였다(바롬웍스 발행).

샤또 오 떼루아르
보기에는 빈약해 보이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각국 와인 라벨에 담긴 이름과 유래 등을 잘 설명하고 있어 스토리 텔링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BG북갤러리 발행).

Terroir
Terroir: The Role of Geology, Climate, and Culture in the Making of French Wines는 프랑스의 테루아를 다룬 책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다(국내 미판매)

치즈 수첩
국내에 알려진 치즈 관련 서적 중에 가장 가볍고,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우듬지 발행).

Culinaria European Specialties
유럽 전통 요리와 식재료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으로, 식재료를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다(국내 미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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