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100년 남짓한 인간의 생에서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양이 도서관과 비견되는데, 하물며 곱절의 시간 동안 한 길만 고수한 자의 그것은 얼마나 깊고 방대할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노력한 자에게 시간은 주워담을 수 있는 보상이 되기도 한다.

샴페인 하우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츠(Deutz). 전통적인 샴페인 양조 방식을 고수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도츠는 오랜 시간 지속적인 관리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 샹파뉴 지역에는 현재 100개 이상의 샴페인 하우스와 15,000명이 넘는 포도재배자(vignerons)가, 프랑스에서 가장 고귀하고 매력적인 와인인 샴페인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1838년 설립되어 5대째 가족사업의 명맥을 유지해 온 도츠는 이러한 헌신적인 샴페인 하우스 중 대표적인 곳이다.

1838년 윌리엄 도츠(William Deutz)와 피에르 위베르 젤더만(Pierre-Hubert Geldermann)가 도츠를 설립했던 당시만해도 그들이 직접 소유한 포도밭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샹파뉴 지방의 좋은 포도밭 매입하고 샴페인을 직접 양조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제 2제정 당시 최고의 샴페인 생산자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1882년에는 샴페인생산자협회의 창립 멤버가 됨은 물론, 19세기 말 무렵부터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그 명성을 쌓기 시작해 영국, 독일 그리고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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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찾은 도츠의 필립 리베(Philippe Rivet) 이사는, 도츠의 키워드를'풍부함, 화려함, 그리고 우아함’으로 요약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1938년에 도츠는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확장하면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품질관리와 양조기술 향상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렇듯 진취적인 도츠지만, 샴페인에는 오히려 10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테루아가 담겨 있다.”
샴페인 애호가들의 도츠에 대한 높은 신뢰는 도츠의 탄탄한 기본기에서 유래한다. 지극히 전통적인 샴페인 양조 방법을 따르기 때문에 별다른 특별함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체 샴페인 생산량의 85% 이상을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다는 사실은 여느 샴페인 하우스와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한편, 건강한 것만 골라내기 위해 손으로 수확한 포도는 이후 압착을 거치는데, 이 때 가장 처음 압착한 포도즙만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지하 20m에 위치한 저장고에서 최소 3년 이상의 숙성을 거치는데, 프리미엄 샴페인의 경우 숙성 기간이 10년을 넘기도 한다. 또한 품질의 일관성을 위해 20~40% 가량 리저브 와인(다른 해에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하며, 크뤼 별로 별도로 양조함으로써 각 포도밭의 개성과 테루아를 살린다.

도츠가 자리한 아이(Ay) 지역은, 샹파뉴 내에서도 역사가 깊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로, 에페르네(Epernay) 산맥에서 3km 가량 떨어져 있는 마른(Marne) 강과 렝스의 산악 지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미 16세기부터 수준 높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교황 레옹 10세, 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샤를 5세,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 아이 지역 군주 앙리 9세가 대대로 포도밭과 압착기, 양조장을 소유하고 관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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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츠의 필립 리베 이사와 함께한 자리에는, 도츠가 소유하고 있는 남부 론 지방의 와이너리 들라스(Delas)에서 생산한 레드 와인 2종이 함께 소개되었다.

들라스는, 1835년 샤를 오디베르(Charles Audibert)와 필립 들라스(Philippe Delas)가 코트 뒤 론 지역 중심에 자리한 40년 된 양조장을 구입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미 19세기부터 다수의 박람회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이곳을 도츠가 인수한 것은 1974년으로, 이후 도츠는 들라스의 와인양조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다.

샹파뉴와 론, 도츠와 들라스는 지역도, 와인 스타일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정직한 와인 양조에 있다. 도츠의 투자와 관리의 노하우가 들라스에도 적용되었으며, 이는 들라스의 품질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선사했다.

들라스가 론 지역에 소유한 포도밭의 면적은 약 14 헥타르로,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부 론 지역의 경우, 계약을 맺은 포도재배자들로부터 포도를 공급받는데, 이 때 수확, 발효, 양조 등 모든 과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와인의 품질을 유지한다. 한편 남부 론 지역은, 엘르뵈르(Negociant-Eleveur)라는 네고시앙(포도재배자들로부터 포도나 와인을 구입해서 와인을 양조, 병입, 판매)과 들라스가 함께 포도재배에서부터 양조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사항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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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필립 리베 이사와 함께 시음한 샴페인 도츠 그리고 들라스 와인에 대한 설명이다.

■ NV 도츠 브륏 로제 (Deutz Brut Rose)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의 경사진 포도밭에서 가장 먼저 수확한 피노 누아에 소량의 샤르도네와 리저브 와인을 블렌딩한 샴페인으로, 3년의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다. 진한 핑크색과 섬세한 기포, 숙성된 샴페인의 부케와 장미 향, 베리 향, 가볍게 스치는 은은한 생강 향 등으로 묘사할 수 있겠다. 안정된 구조감과 조화로운 산도를 갖추고 있으며, 연어, 소고기 카르파초, 크리미 치즈 같은 애피타이저에서부터 메인 요리에까지 매칭의 폭이 넓은 샴페인이다.


■NV 도츠 브륏 클라식 (Deutz Brut Classic)
도츠의 대표적인 샴페인으로, 짙은 황금색이 우아한 도츠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샤르도네의 신선함과 피노 누아의 우아함이 어우러진 풀보디한 샴페인. 흰 꽃,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 배 향이 나며 부드럽고 풍부한 여운은 입안에 오래 남는다. 식전주로 가장 이상적이며, 연어 등의 생선 요리나 가금류 요리와도 두루 잘 어울린다.

■ 2004 도츠 블랑 드 블랑 (Deutz Blanc de Blancs)
브륏 클라식보다 산도가 조금 덜해서 강렬한 이미지는 부족하나, 전체적인 균형은 더 뛰어나다. 사용한 포도의 대부분이 아이 지역 포도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다. 입안을 감싸는 부드럽지만 밀도 있는 기포와 우아한 샤르도네의 캐릭터가 일품이다. 황금색과 더불어 살짝 연두빛이 감돌며, 자몽, 말린 꽃, 백도 등의 아로마와 뒤이어 다가오는 레몬 향의 터치가 상쾌한 첫 맛을 이끈다. 점점 견과류, 오렌지 류의 과일 향이 피어나 무게감을 더하며 입안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운다. 해산물 요리와 가장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는 샴페인이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둥글고 부드러운 샴페인.

■ 2011 들라스 코트 뒤 론 레드 생 테스프리(Delas Cotes du Rhone Saint Esprit)
진한 자두빛을 띠며 론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과 미디움 바디의 튀지 않는 타닌을 선사한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레드 와인으로, 그르나쉬 90%에 시라 10%가 섞여 강렬한 부케를 떠올렸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타닌을 지닌 여성스러운 와인이다. 집중적으로 피어나는 그르나쉬의 부케가 인상 깊다.

■ 2010 들라스 샤토네프 뒤 파프 루즈(Delas Chateauneuf du Pape Rouge)
샤토네프 뒤 파프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며, 남부 론 와인의 힘과 튼튼한 구조감을 드러내는 남성적인 와인이다. 강렬한 과일 향이 매력적이며, 우아하며 강건한 타닌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오크 터치와 후추 향, 진한 블랙 베리와 블랙 커런트 향으로 복잡한 향을 선사하며, 농밀하며 섬세한 부케 덕분에 오리 고기, 소스가 강한 육류 요리와 매칭해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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