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표에서 보여지듯이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와인생산국가 중 하나다. 동시에 1인당 연간 40리터의 와인을 소비하는 거대한 와인소비국가이기도 하다. 놀라운 사실은, 수십 년 전 이곳의 1인당 연간 와인소비량이 무려 100리터에 달했다는 점인데, 아르헨티나 와인 대부분이 자국에서 소비되는 바람에 수출량이 미미해서 세계에 잘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일정 부분 설명해 주기도 한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와인소비량이 이렇게 높은 이유에 대해 한 논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중에서 가장 유럽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1820년대 스페인의 식민통치가 끝난 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포도나무를 가지고 몰려 온 유럽 이주민의 물결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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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별 연간 와인생산량 (2008년부터 2011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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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8일 와인매거진 와인리뷰 주최로 열린 '아르헨티나 와인전시회' 현장. 아르헨티나의 말벡Malbec 품종은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높은 고도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들을 살펴보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 와인 품종은 토착 품종인 토론테스 Torrontes와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다. 아래 표에서 보여지듯이, 토론테스는 재배 면적이 약간 줄어든 반면, 샤르도네는 20년 사이에 다섯 배나 증가했다. 전체 재배 면적은 여전히 작지만 네 배나 면적이 늘어난 소비뇽 블랑도 눈에 띈다.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재배 면적의 가파른 증가는, 와인생산자들이 수출용 와인생산에 점차 주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아르헨티나의 화이트 와인 품종 재배 면적(단위는 헥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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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테스는 유쾌하고 스파이시하며 향기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전 세계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거의 재배되지 않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포도이기도 하다.([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2010) 한편 토론테스는 뮈스카 또는 게뷔르츠트라미너를 연상시키는 향이 나는데,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향을 빨리 잃는 경향이 있다.([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마이클 슈스터,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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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델루나ANDELUNA’의 ‘1300 TORRONTES’의 경우 게뷔르츠트라미너의 꽃향기보다는 오히려 소비뇽 블랑을 연상시키는 풀 냄새가 짙으며, 감귤류, 배, 흰 복숭아의 과즙 등 풍부한 과일 풍미가 이어진다. 와인 레이블에는 ‘1300MTS - VINES TOUCHING THE SKY’라는 문구가 깔끔하고 눈에 잘 띄게 적혀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멘도자 지역의 포도원과 그곳에서 자란 토론테스가 지니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듯 하다. 토론테스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안델루나 와인이 수입사 와이넬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사진은 안델루나의 후안 에스토르넬 부사장과 와이넬의 김세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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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향의 뮈스카 포도를 연상시키는 ‘미셸 토리노Michel Torino’의 ‘CICLOS TORRONTES’는, 잘 익은 감귤류의 풍미와 함께 농밀한 질감을 드러내며 고급스러운 토론테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포도가 자라는 아르헨티나 북서쪽 칼차퀴 계곡(Calchaqui Valleys)은 일조량이 높으나 밤에는 매우 서늘한 지역으로, 이러한 온도차는 와인의 적절한 산도를 보장해준다. 또한 영국의 와인매체 디캔터Decanter로부터 ‘Dry Aromatic Int’l trophy’를 수상한 것답게 매우 향기롭다.(미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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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샤르도네는 수출용 와인에 많이 사용되는데, 단순한 스타일에서부터 오크 풍미 물씬 나는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를 닮은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르헨티나의 정상급 와인생산자들 상당수가 주로 가격 대비 품질 높은 샤르도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와인들은 종종 매우 매력적이다. ‘트라피체TRAPICHE’의 ‘OAK CASK CHARDONNAY’는 정상급 와인생산자가 오크 숙성시켜 만드는 샤르도네 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코끝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오크의 풍미는 잘 익은 과일 풍미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입안을 흐르는 질감과 잘 갖춰진 균형 덕분에 마시기에 무척 편하다. 트라피체의 여러 와인들은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사실 아르헨티나가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국내에서 거의 모든 와인이 소비되었던 까닭에 수출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 다른 와인생산국가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그만큼 품질 향상이나 기술 혁신의 기회를 늦추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국내 소비량이 급감하자 와인생산자들은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아르헨티나 와인은 빠른 속도로 품질 향상을 이루었고, 전 세계에 아르헨티나의 우수한 레드 와인 품종 말벡(Malbec)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아르헨티나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어야 할 차례다. 아르헨티나 와인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지역이나 품종들이 있긴 하지만, 와인애호가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궁금증을 자아내기에는 부족하고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세미나나 전시회 등의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지 와인을 줄줄이 세워놓고 시음하게 하는 ‘방관형’ 시음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와인의 새로운 트렌드를 심도 있게 소개하거나 혹은 흥미로운 테마를 몇 가지 기획하여 참가자들을 가이드하는 ‘안내형’ 시음회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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