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토스카나의 심장, 키안티 와인을 최초로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키안티 와인의 우수성을 알렸던 루피노(Ruffino). 지난 11월 12일에 방한한 루피노의 산드로 사르토 총괄이사(아래 사진)를 만나 루피노 와인과 이태리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루피노의 의미 있는 행보
1877년 일라리오(Ilario)와 레오폴도(Leopoldo) 루피노 형제는 키안티 와인에 매료되어 피렌체에서 가까운 폰타시에베(Pontassieve)라는 작은 마을에 루피노 와이너리를 설립한다. 와인 양조와 숙성에 대한 연구와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던 중, 1881년 밀라노에서 열린 와인 품평 대회에서 키안티 와인으로 첫 번째 금메달을 수상하며 그들의 성과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후 1895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마고’ 같은 1등급 와인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탄탄대로를 달리다시피 하던 루피노를 1913년에 폴로나리 가문(Folonari Family)이 인수하고 키안티 클라시코,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같은 토스카나의 핵심 와인 생산지에 포도원을 조정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1984년 키안티 지역이 DOCG로 지정되었을 때 최초의 보증 레이블 “AAA 00000001”을 받으며 토스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키안티 와인생산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테루아에 대한 존중과 높은 품질에 대한 열정
루피노는 토스카나 지역에 포지오 카시아노(Poggio Casiano), 몬테마쏘(Montemasso), 산테다메(Santedame), 라 솔라티아(La Solatia), 그레톨레(Gretole), 로돌라 누오바(Lodola Nuova), 그레포네 마찌(Greppone Mazzi) 등 총 7개의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르트 총괄이사는 와인 양조 철학에 대해 테루아와 높은 품질을 강조하며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자연과 테루아를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활용을 권장하는 등 테루아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루피노에서 가장 중요한 산지오베제 품종 포도 나무의 평균 수령은 15~20년이고 총 55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매해 여름, 구간마다 나무들을 교체하고 있다.
산지오베제, 토스카나의 독보적인 토착품종
기자는 사르트 총괄이사에게, 산지오베제의 주요 생산지로 알려진 세 지역 키안티, 몬탈치노(Montalchino),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중 어느 곳이 이 품종을 재배하기에 가장 잘 맞는지 물었다. 산지오베제는 이태리 내에서도 토스카나 이외의 지역에서는 재배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품종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토스카나를 벗어나면 좋은 품질의 산지오베제 와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세 지역은 얼핏 비슷해 보여도 차이가 크다. 산지오베제는 척박한 환경(건조하고 뜨거운 날씨에 밤과 낮의 일교차 큰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잘 자라는데, 그런 조건과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몬탈치노다. 그 다음이 키안티와 몬테풀치아노로 거의 비슷한 편이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몬탈치노에서는 100% 산지오베제를 사용하지만 몬테풀치아노에서는 산지오베제를 80% 이상, 시라를 10% 정도 함께 사용한다.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시라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서 와인에 부드럽고 벨벳 같은 질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키안티의 경우 80% 산지오베제, 20%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추가해서 색상과 파워를 보강한다.”
전통 고수 VS 변화에 대한 유연성
루피노는 130년의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로 이태리 와인산업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스카나 외의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르트 총괄이사는 한마디로 “없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루피노는 토스카나에 핵심을 둔 와이너리로 전통을 중시하는 한편, 새롭고 현대적인 스타일의 와인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루피노 프로세코’와 ‘루미나 피노 그리지오’ 같은 와인은 베네토 지역의 유명한 프로세코와 피노 그리지오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루피노의 이러한 행보는, 프로세코와 피노 그리지오 와인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춘 것이다. 이렇듯 루피노는 전통에 무게를 둠과 동시에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루피노는 거의 잊혀진 듯 했던 토착품종, 콜로리노(Colorino)를 재발견하여 ‘로미토리오 디 산테다메(Romitorio di Santedame)’ 와인을 만들기도 했다. 사르트 총괄이사는 이 와인을 “기존에 산지오베제의 부족한 색상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했던 콜로리노를 주요 품종으로 사용해서 만든 와인이며, 동시에 토스카나의 전통을 환기시키는 와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일 두칼레(Il Ducale)’ 와인은 산지오베제의 비율을 60% 정도로 낮추고 다른 품종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현대적이고 친숙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키안티 클라시코 DOCG,
최고 등급 '그랑 셀렉시오네'획득할 가능성 높아
루피노의 키안티 와인 중 프리미엄 와인이라 할 수 있는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키안티 클라시코 DOCG’가, 새로운 최고 등급 ‘키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렉시오네 DOCG(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로운 등급인 ‘그랑 셀렉시오네’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그랑 크뤼’와 유사한 개념이며, 와이너리가 소유한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만 해당된다. 또한 출시 전에 30개월 숙성과 6개월 병 숙성을 거쳐야만 한다."
와인이 그랑 셀렉시오네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매년 지역의 와인 양조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해서 그랑 셀렉시오네 등급의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테스트용 와인은 숙성 중이던 나무통에서 추출되어 심사를 거친다. 한편, 같은 와인이 담긴 여러 개의 나무통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그 와인은 그랑 셀렉시오네 등급을 획득할 수 없다. 즉 어떤 나무통에 담겨 숙성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등급을 획득하게 될 와인은 대체로 리제르바급 와인일 가능성이 높은데, 루피노의 경우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키안티 클라시코’가 여기에 포함된다. 사르트 총괄이사에 따르면, 키안티 클라시코의 전체 생산량 중 7% 정도가 이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품질 유지를 위해 해당 와인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며'두칼레 오로’의 생산량 또한 적어질지도 모른다. 그랑 셀렉시오네 등급을 받은 와인은 2014년 3월에 공식 발표되며, 2014년에 출시될 2010 빈티지 와인부터 등급이 적용된다. 등급이 높아지면 가격이 상승할 여지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루피노는 워낙 많이 알려지고 전세계로 수출되는 와인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키안티 와인의 등급을 표시한 피라미드로, 꼭지점에 새롭게 만들어진 그랑 셀렉시오네 등급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키안티 브랜드, 루피노
루피노는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생산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는데, 전체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와인 판매에서 루피노 와인이 25%나 차지한다. 또한 루피노는 전세계 85개국으로 수출되는데(내수 비율은 불과 10%), 세계 5대 와인소비국인 미국시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태리 와인브랜드이기도 하다. 미국의 와인전문지'와인 앤 스피릿’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레스토랑에서 가장 선호하는 이태리 와인 톱3에 든다. 한편 미국을 제외했을 때 한국은 루피노의 슈퍼 투스칸 와인인 ‘모두스(Modus)’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공작을 위해 예약된 와인’이란 문구가 그대로 이름이 된 ‘리제르바 두칼레’(두칼레는 ‘공작’을 의미)는, 1890년 아오스타 지역의 공작이 와인을 시음한 후 반해버렸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와인이다. 와인에 있어서 스토리가 가지는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루피노는 그 어떤 이태리 와인 브랜드보다도 적극적으로 셀레브레티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 스폰서로 등장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사르트 총괄이사가 말하듯, 루피노 와인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만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성 덕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루피노 와인에 매료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자 했던 설립 당시의 목표는 거의 달성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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