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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아카데미 듀 뱅에서 열린 소호SOHO 와인 세미나 현장.


작년 한 해만 5천만 명의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었던 뉴욕, 그곳에서도 전 세계 패셔니스타들의 관심이 집중된 거리가 있으니 바로, 소호(Soho)다. 사우스 오브 휴스턴(South of Houston)의 약자인 소호는 젊은 예술가들이 터전을 닦기 시작하며 형성된 거리로, 지금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의 매장이 밀집된 그야말로 패션의 메카이자 성지로 군림하는 패션의 거리이다. 그런데 이런 패션의 상징 소호의 이름을 딴 와인이 등장했다니 기자마저도 이 와인과 패션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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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패션을 입다

첫 빈티지를 선보인 지 4년 남짓한 뉴질랜드의 와인 브랜드 소호는 남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와인과 패션을 결합한, 일명 '패셔너블 와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호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웨스트우드, 맥퀸, 스텔라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 그리고 가수의 이름을 차용한 와인도 있다.

이렇게 독특한 와인 이름을 고수하는 이유는, 소호가 와인을 양조할 때 영감을 받은 원천이 대부분 패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호 웨스트우드 로제’ 와인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조차 익히 알려진 패션 브랜드이자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시대를 앞서 가는 파격적인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편 '소호 맥퀸 피노 누아’ 와인은, 단조로움을 거부하는 개성의 소유자 '알렉산더 맥퀸’의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강렬함을 와인에 담고자 하였다. 즉 소호가 추구하는 와인 스타일은 시대를 선도하는 디자이너의 혁신성인 셈이다.

패션과 관련된 와인 말고도 재미난 이름이 많다. 와이너리 오너인 레이첼 카터(Rachael Carter, 왼쪽 사진)의 딸의 이름을 딴 'Maren’과 그녀의 반려견 이름을 딴 'Carter’ 등, 예술적인 활동과 더불어 삶 속에 머물고 흘러가는 일부를 모두 병 속에 담고자 하는 오너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개성 짙은 뉴질랜드 와인의 탄생

패션 마케팅으로 뉴욕에서 가장 핫한 와인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소호. 소호가 가장 사랑 받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소호 이름의 원산지, 뉴욕이다. 소호의 수출 규모 중 상당수가 뉴욕에서 소비되고 있음은 물론,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Le Bernardin'에서 유일하게 채택한 뉴질랜드 와인이기도 하다.그러나 단순히 패션 마케팅만이 소호를 말해주는 전부는 아니다. 패션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유발하고 와인과 접목하기에 독특한 테마임은 분명하지만, 마케팅 전략이 뛰어나도 와인의 품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소호의 연간 생산량을 2만2천 병 정도로 조절하고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소호는 뉴질랜드의 테루아를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이곳의 테루아에 정통한 와인 메이커들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소호의 시작은 스크류캡!

그 어디에도 쉬운 시작은 없겠지만, 소호는 제법 안정적인 기반 아래 생산되기 시작했다. 레이첼 카터는 뉴질랜드와 호주를 무대로 와인 스크류캡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회사 경영을 통해 와인의 시대적인 흐름과 안목을 키울 수 있었고, 그와 더불어 직접 와인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키워왔다. 그런 그녀의 꿈에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가족이었다. 40년간 뉴질랜드의 대표 와인 생산지 세 곳에서 포도밭을 운영했던 가족은 포도를 재배해 와인 양조자에게 판매해 왔다. 그 덕에 누구보다 지역의 테루아를 잘 알고 있는 걸출한 와인 메이커를 섭외하는데 별반 어려움이 없었다. 소호는 크게 말보로, 센트럴 오타고, 그리고 앞서 소개한 지역보다는 조금 덜 알려진 와이히키 섬을 기반으로 하는데, 세 지역을 철저히 분리하여 순수한 테루아를 반영하고자 힘써 왔다. 이 때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세 명의 테루아 전문 와인 메이커들이다.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대부라 불리는 센트럴 오타고 지역의 그랜트 테일러(Grant Taylor), 프랑스 스타일의 완성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오클랜드 와이히키 섬의 피트 터너(Pete Turner), 30대에 이미 25개 빈티지 와인 양조 경력을 지닌 말보로 지역의 데이브 클러스턴(Dave Clouston). 이 세 명이 소호를 대표하는 와인메이커로, 단조로운 패턴의 향과 맛을 뛰어넘자는 취지 아래 마치 각 지역의 영주처럼 와이너리를 지키며, 온전하게 테루아를 반영하기 위해 철저히 생산량을 제한하고 포도 품질 개선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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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듀 뱅 세미나에 선보인소호의 대표 와인들

소호 화이트 컬렉션 소비뇽 블랑 2012
Soho White Collection Sauvignon Blanc 2012

이 와인의 주된 특징은, 일반적으로 뉴질랜드 와인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과즙 향과 톡 쏘는 산도와는 거리가 멀다. 말보로의 Awatere와 Wairau Valley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이 와인은 화이트 와인만이 선보일 수 있는 섬세하고 깨끗한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 청아할 정도로 맑다는 느낌을 받는다. 와인메이커 데이브 클러스턴은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당당하면서도 세련된 걸음걸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적당한 산도가 공격적이지 않고, 맑게 정제된 과일 향이 코나 혀의 스트레스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아로마로 피어난다. 식전주로 마시기에 좋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섬세한 생선요리와의 궁합 역시 좋겠다.

소호 스텔라 소비뇽 블랑 2012
Soho Stella Sauvignon Blanc 2012

화이트 컬렉션이 순수에 가깝다면, 스텔라는 그보다 한 단계 풍성한 패션 프루트의 풍미를 자랑하며 프리미엄 와인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말보로의 Awatere, Wairau Valley, 그리고 Southern Valleys에서 고품질의 최상급 포도만 손수확해 양조한 와인으로, 컬렉션과 양조 방법은 같으나 보다 많은 양의 포도를 사용해 좀더 집중력 있는 소비뇽 블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스텔라라는 이름은 에코 디자인으로 명성을 날린 디자이너'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eCartney)’의 이름은 차용한 것으로, 자연 친화적이면서 인간미 넘치는 그의 디자인이 이 와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토스트 향과 열대과일의 짙은 아로마가 어울려, 화이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입안에 머금으면 온화한 온기가 느껴진다. 화이트 컬렉션보다 농밀한 텍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

소호 웨스트우드 로제 2012
Westwood Rose 2012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상징인'비비안 웨스트 우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와인은 생산지역부터 남다르다. 오클랜드 와이히키 섬(Waiheke Island)은 1980년 초반부터 부티크 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곳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의 포도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오클랜드에서 가족경영 와이너리를 운영했을 정도로 오클랜드와 깊은 인연을 지닌 와인메이커 제임스 로완(James Rowan)은 메를로(86.5%)와 말벡(13.5%)을 블렌딩한 독특한 조합의 로제 와인을 탄생시켰다. 전체적으로 보디감이 살짝 느껴지는 가운데 스트로베리, 시나몬, 구운 사과 향이 곁들여져 있다. 복합적인 과일의 향은 와인 전체의 균형을 깨트리지 않을 정도로만 풍성하게 채워져 있다.

소호 맥퀸 피노 누아 2011
Soho McQueen Pinot Noir 2011

명실공히 뉴질랜드 피노 누아 양조의 대부인 그랜트 테일러(Grant Taylor)가 양조한 와인으로, 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발리 포도원(Valli vineyards)과의 협력 하에 탄생했다. 기온 차가 극심한데다가 바위가 많고 산세가 험한 센트럴 오타고의 테루아에서 태어난 이 피노 누아는, 11개월 동안 프랑스산 오크(40%는 새 오크통) 숙성을 거쳐 한결 부드러운 질감을 선보인다. 이 와인에 영감을 준 디자이너'알렉산더 맥퀸’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로, 설치/행위 예술 등 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을 선보인 천재 예술가이다. 유명인사들이 종종 걸치는 기하학적인 해골 모양의 스카프와 의상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의 대표 디자인이다. 그의 직설적이고 정형성을 탈피한 디자인을 피노 누아로 표현하고자 한 와인이 바로 맥퀸 피노 누아다. 탄탄한 보디 위에 입안을 매끄럽게 타고 넘어가는 딸기 향. 그 뒤로 이어지는 민트 계열의 허브향, 무겁지 않으나 촘촘한 타닌이 풍성한 질감을 잘 받쳐주며, 잘 익은 자두향과 농밀한 블랙 베리 향이 잔잔히 깔린다. 안타깝게도 와인의 첫 빈티지였던 2008년, 알렉산더 맥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고 자신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와인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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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_ VINCSR (02 535 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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