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메 2012에서 빛난 뉴질랜드 와인
 
 
 
 
장롱 속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기 시작한 10월 말, 서울은 미식의 향연으로 흠뻑 달아올랐다. '서울 고메 2012’가 10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펼쳐진 것이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미식 축제는 한결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국내외의 기라성 같은 셰프들이 참여해 한국의 맛과 식문화를 알리는데 일조했다.
 
라스베이거스 5성급 호텔 벨라지오의 일식당 총주방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셰프 아키라 백(Akira Back), 산펠레그리노 세계 레스토랑 랭킹 4위를 차지한 브라질 최고의 셰프 알렉스 아탈라(Alex Atala) 등, 그 이름만으로도 열광케 하는 세계 최정상급 셰프들이 '서울 고메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그들의 요리 비법을 공개하고, '서울 고메 스타 셰프 디너’를 통해 솜씨를 겨루었다.
 
글로벌 스타 셰프와의 만남 외에도, 국내의 우수한 셰프들의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모던 한식 레스토랑을 조명하기 위해 서울 소재 다섯 군데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테이스트 오브 서울 고메’(Taste of Seoul Gourmet), 한국씨티은행이 서래 마을의 대표 프렌치 레스토랑 세 곳과 함께 진행한 '서울 고메 애비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jpg
 
 
서래 마을, 프렌치 레스토랑의 습격
 
‘테이스트 오브 서울 고메’에서는 뉴욕 지점에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을 비롯하여, 시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요리를 내세우는 <시화담> 등 대표 한식당이 소개되었다. 한편'서울 고메 애비뉴’에서는 서래 마을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세 곳을 집중 공략되었다. 셰프의 이름만으로 이미 신뢰를 높여준 이 세 개의 레스토랑은, 국내 프렌치 퀴진의 대들보인 진경수 셰프의 <라 싸브어>, 프렌치의 자존심 오세득 셰프의 <줄라이>, 자연을 그리는 김은희 셰프의 <그린 테이블>이다.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이들 레스토랑에서는, 와인 전문 수입사 티위트레이드가 프리미엄 와인과 함께, 유럽의 고급 식자재 수입 기업인 구르메 F&B에서 제공하는 캐비어, 푸아그라, 트러플을 이용한 디너를 선보였다.
 
3.jpg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세 명의 셰프는, 갈라 디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티위트레이드에서 수입하는 모든 와인을 시음했다고 한다. 티위트레이드 명선영 대표는 “처음 프렌치 음식과 뉴질랜드 와인을 매칭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걱정부터 앞섰어요. 보통 '프렌치 퀴진에는 프랑스 와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과연 이들 셰프가 뉴질랜드 와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됐기 때문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을 문화로 추앙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프랑스는 자국의 음식 문화에 콧대가 높다. 더욱이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로도 꼽히니, 프렌치 퀴진에 프랑스 와인을 곁들이는 것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뉴질랜드라는 신세계의 와인을 서울 고메라는 큰 미식 축제의 갈라 디너에 매칭한 점은 신선함을 넘어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명대표의 앞선 걱정은 괜한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뉴질랜드 와인을 시음한 세 명의 셰프 모두 흡족해했으니 말이다. '서울 고메 애비뉴’를 위해 셰프들이 선택한 뉴질랜드 와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로선.jpg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들이 찜한 뉴질랜드 와인
 
캐비어, 푸아그라, 트러플은 세계 3대 식재료로 꼽히는 동시에 프렌치 요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와인과 음식 매칭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지니 조 리의 말을 인용하자면, “음식과 와인을 매칭할 때는 어떤 고정관념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렌치 요리와 뉴질랜드 와인의 매칭은 신선하다. 캐비어, 푸아그라, 트러플처럼 향과 맛이 섬세한 식재료에 과연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상상하며 와인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일 터. 진경수, 어윤권, 김은희 셰프가 직접 시음해서 선택한 와인을 소개한다.
 
 
진경수 & 어윤권 셰프의 셀렉션
 
헌터스 미루미루 스파클링 와인 넌 빈티지 Hunters MiruMiru Sparkling Wine NV
헌터스 미루미루 소비뇽 블랑 Hunters Sauvignon Blanc 2011
헌터스 샤르도네 Hunters Chardonnay 2008
우잉 트리 피노 누아 Wooing Tree Pinot Noir 2008
비놉티마 올몬드 리저브 게브르츠트라미너 Vinoptima Ormond Reserve Gewurztraminer 2004
 
 
김은희 셰프의 셀렉션
 
헌터스 미루미루 스파클링 와인 넌 빈티지 Hunters MiruMiru Sparkilg Wine NV
헌터스 미루미루 소비뇽 블랑 Rapaura Springs Sauvignon Blanc 2011
헌터스 샤르도네 Hunters Chardonnay 2008
라파우라 스프링스 피노 누아 Rapaura Springs Pinot Noir 2008
비놉티마 올몬드 리저브 게브르츠트라미너 Vinoptima Ormond Reserve Gewurztraminer 2004
 
세 명의 셰프가 고른 와인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헌터스 미루미루 스파클링 와인 넌 빈티지로 시작해 비놉티마 올몬드 리저브 게브르츠트라미너 2004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또한 스파클링 와인 이후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를 차례로 냈으며, 주요리에는 피노 누아를 매칭했다. 단, 진경수 셰프와 어윤권 셰프는 우잉 트리 피노 누아를, 김은희 셰프는 라파우라 스피링스 피노 누아를 선택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셰프들이 선택한 와인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1.jpg
 
헌터스 미루미루 스파클링 와인 넌 빈티지
 
헌터스는 1983년에 설립된 이후 말보로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로 성장하였다. 샤르도네 58%, 피노누아 33%, 피노 뮈니에 9%로 만들어진 넌빈티지 스파클링 와인은 깔끔한 향이 인상적이다. 가벼운 효모 향과 흰색 복숭아, 레몬 향이 지배적이고, 어렴풋이 감귤과 같은 잘 익은 과실 향을 풍긴다. 와인 양조는 전설적인 호주의 와인양조가이자 컨설턴트로 꼽히는 게리 듀크(Gary Duke)와 토니 조르단(Tony Jordan)이 맡고 있다.
 
헌터스 소비뇽 블랑 2011
 
선명한 사과와 감귤 향이 상쾌하다. 여름 햇볕에 잘 익은 열대 과일, 달콤한 허브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입안을 둥글게 감싼다. 식전주로 적격이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소비뇽 블랑 2011
 
라파우라 스프링스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말보로의 라파우라 온천 근처에 자리해 깨끗한 수질이 보장된다. 소비뇽 블랑의 역동적인 캐릭터가 잘 보존되어 있는 이 와인은 드라이한 허브 향과 상쾌한 흰색 과일의 풍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전형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헌터스 샤르도네 2008
 
입안을 둥글게 감싸는 풍부한 향, 자연적인 산도, 신선하면서도 여운이 긴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산 오크를 사용해 균형 잡힌 산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잉 트리 피노 누아 2008
 
우잉 트리는 가족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와이너리로, 와이너리 중앙에 위치한 구애(wooing) 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피노 누아는 우잉 트리의 아이콘 와인으로, 검붉은 체리와 스파이시한 향, 미네랄과 잠재력 있는 타닌의 밀도가 인상적이다. 색이 밝고 응축된 붉은 과실 향이 강렬하게 다가와 와인 소스를 곁들인 오리 고기 요리 등과 매칭하기 좋다.
 
라파우라 스프링스 피노 누아 2008
 
복합적인 아로마는 검붉은 과일과 가죽, 담배 향에서 비롯된다. 오크를 사용해 농익은 과일의 타닌,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마무리가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몇 년 정도 숙성시키면 더 좋을 와인이다. 섬세하면서도 응축된 피노 누아의 밀도가, 수비드 요리로 단단하게 육즙을 잡아준 한우 채끝 구이 요리와 잘 어울린다.
 
비놉티마 올몬드 리저브 게브르츠트라미너 2004
 
‘게브르츠트라미너의 왕’으로 불리는 닉 노빌리오가 운영하고 있는 비놉티마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북동쪽 해안의 기스본(Gisborne)에 위치해 있다. 이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닐 말틴(Neal Martin)이 최근 심사한 뉴질랜드 와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감초, 말린 과일 향, 아시아의 향신료와 더불어 매혹적이면서도 조밀한 과일 향이 난다. 김은희 셰프는 이 와인을 페이스트리 위에 양송이와 달팽이를 올리고, 트러플을 곁들인 요리로 매칭했다.
 
 
문의 _티위트레이드(02-796-7131)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notice

    [ 와인행사 ] California Wines Alive Tasting 2024

    California Wines Alive Tasting 2024 냉탕 온탕과 꽃샘 추위가 오가는 변덕스런 기상에 식물들도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2월 말~! 강남 갔던 제비보다 더 먼저 새 봄의 초입에 항상 찾아 오는 첫 와인 손님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
    Date2024.03.10 글쓴이손진호
    read more
  2. 2013 VINITALY 와인축제 현장스케치 [1]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베로나,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펼쳐진 배경이 된 곳이다. 두 주인공이 속한 가문 간의 증오로 인해 핏빛으로 물들었던 베로나 고시가지의 좁고 습한 미로는, 비...
    Date2013.04.16 글쓴이WineOK
    Read More
  3. 2013년 국제 베스트 소믈리에 경기대회

    일본 동경에서 열린     2013년국제 베스트 소믈리에 경기대회         글 _ 고재윤       벚꽃이 만개한 봄날, 전 세계 47개국에서 300여 명의 소믈리에들이 일본 동경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2013년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 4일에 걸쳐 ASI(국제소믈리에협...
    Date2013.04.10 글쓴이고재윤
    Read More
  4. [이태원맛집][엘본 더 테이블]감각적인 다이닝 라운지

    감각적인 다이닝 라운지     엘본 더 테이블ELBON the table,이태원         지난해 엘본 더 테이블은 가로수길 1호점, 일산 2호점에 이어 이태원에 엘본 더 테이블 3호점을 오픈했다.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엘본 더 테이블 이태원점만의 독특...
    Date2013.01.28 글쓴이WineOK
    Read More
  5. '서울 고메 2012'에서 빛난 뉴질랜드 와인

    서울 고메 2012에서 빛난 뉴질랜드 와인         장롱 속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기 시작한 10월 말, 서울은 미식의 향연으로 흠뻑 달아올랐다. '서울 고메 2012’가 10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펼쳐진 것이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미식 축제는 한결 안정된...
    Date2012.11.30 글쓴이WineOK
    Read More
  6. 아시아 시장 적극 공략하는 이탈리아

    아시아 시장 적극 공략하는 이탈리아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2012년 상반기 와인수입금액이 총 6천7백6십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3%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Wine Market Brief 2012’, USATO) 프랑스 와...
    Date2012.11.21 글쓴이WineOK
    Read More
  7. 프랑스 식문화의 상징, 치즈 - 2012 프랑스 치즈 세미나

    지난 11월 13일에 프랑스국립낙농협의회(CNIEL)와 프랑스농수축산사무국(FranceAgrimer)이 주최하고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 소펙사)가 주관하는 2012 프랑스 치즈 세미나가 국내 유제품 업계 관계자 120명을 대상으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
    Date2012.11.21 글쓴이WineOK
    Read More
  8. [강남맛집][산당]산당 임지호 선생의 요리연구소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도(道)를 지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은 예(禮)로써 음식을 대할 때 비로소 요리는 완성된다.’ -산당 임지호 고집이 있는 셰프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철학이 있는 셰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Date2012.11.1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