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2012년 상반기 와인수입금액이 총 6천7백6십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3%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Wine Market Brief 2012’, USATO) 프랑스 와인은 동기간 금액 대비 30.3%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선두의 자리를 유지하였으며, 칠레(22.3%), 이탈리아(16.9%), 미국(11%)이 그 뒤를 이었다. 수입량으로 보면 칠레와 스페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8년에 1억6천7백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한국의 와인수입은 급격히 하락하여 2009년에는 1억1천2백만 달러까지 감소하였다. 2011년이 되어서야 와인수입금액이 1억3천2백만 달러로 소폭 증가하였다. 최근 2012년 상반기 와인수입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와인산업의 경기가 바닥을 친 후 조금씩 나아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해 23%의 전세계 와인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와인 수출 강국의 입지를 유지했지만, 한국에서는 16%의 점유율을 보이며 프랑스와 칠레의 뒤를 잇는데 그쳤다. 2012년 상반기 한국으로 수입된 이탈리아 와인은 총 1천1백4십만 달러, 양으로는 2백2십만 리터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9.4% 가량 증가한 것이다. 특히 몇 년 사이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 부문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안 음식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 향상과 함께 이탈리아 와인은 한국시장에서 꾸준히 강세를 띨 것이라는 예측이다(2012년 현재 한국에는 700여 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한국에서 시장점유율 역전극을 노리기라도 하는 듯,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와인생산자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으며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었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10월 26일에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이탈리아 푸드 & 와인 미디어 컴퍼니 '감베로로쏘Gambero Rosso'가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200여 종을 선보이는 '2012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를 개최하였다. 그 뒤를 이어 이탈리아 해외무역공사가 주관한 '토스카나 와인 시음회 - Toscana, A Land of WIne'에는 토스카나 와이너리 44곳이 참가하였고, 행사 당일 국내 최초로 토스카나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진행되어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도 하였다.

 

△ 토스카나 와인시음회

 

 

여러 브랜드의 이탈리아 와인을 한꺼번에 시음할 수 있었던 위와 같은 대규모 행사 외에,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와인생산자의 개별적인 한국 방문도 연이었다. 11월 초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유명한 와이너리 '가야GAJA’의 가이아 가야 방한을 맞이하여,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의 주최로 시음회 및 갈라 디너가 열렸다. GAJA를 필두로 오는 22일에는 피에몬테의 또다른 와인 명가 '바바BAVA’의 로베르토 바바가 방한하며, 수입사 길진인터내셔날이 주최하는 '피에몬테 지역의 명가 와이너리 BAVA와 미슐랭 스타 셰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갈라 디너가 진행된다.

 

△ 가야GAJA 와인

 

△ 바바BAVA 와인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이탈리아 와인생산자들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판로 모색은 유럽 내 소비 패턴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유명 와이너리 '미켈레 키아를로Michele Chiarlo’(금양 인터내셔날 수입)의 수출 담당자에 따르면, 건강 및 삶의 질에 대한 자각으로 인해 최근 수십 년간 유럽 내 음주 습관이 변하고 있으며, 이는 알코올 소비량의 점진적인 감소로 이어졌다. 유럽의 젊은 세대들은 외식을 자주 하지만 음주량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인해 보다 저렴하면서 맛은 좋은'밸류 와인’ 소비가 늘고 있다(성숙한 시장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 미켈레 키아를로Michele Chiarlo 와인

 

 

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은 EU뿐만 아니라 신세계 와인생산자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특히 주목 받는 국가로는 중국, 한국, 일본, 인도 그리고 싱가포르를 들 수 있는데,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로 수출되는 와인의 90%를 소비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는 매력이 있다. 또한 인도는 와인 판매 수익률이 매우 높은 나라로 꼽히며,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와인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Italian wines and Asian markets, Australian Agricultural and Resource Economics Society 2010 Conference)

 

지난 해 아시아에서의 와인소비량은 55억 리터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0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소비량은 2015년까지 60억 리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서 25년간 와인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스터 오브 와인(MW, Master of Wine) 데브라 메이버그(Debra Meiburg)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탈리아 와인 소비가 향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Italian wine growers aim for Asian markets’ http://www.thephuketnews.com)

 

참고로, 2010년에 발표된 'Italian wines and Asian markets(Australian Agricultural and Resource Economics Society 2010 Conference)에 따르면, 2008년 이후로 한국의 와인소비 시장은 느린 속도로 회복할 것이며, 소비자들이 보다 나은 품질의 와인을 찾는 경향이 자리잡게 될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샴페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며, 375ml 하프 보틀 와인 소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더하여, 한국의 높은 물류비용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와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았다.(하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단, 2012년 전세계 와인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서 와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