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피네토Carpineto의 노신사



다사다난했던 2012년 한 해가 곧 막을 내린다.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2012년을 맞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서서히 달력의 나머지 빈 칸들이 송년회 약속들로 채워져 간다. 내년에 못 볼 것도 아닌데, 한 해가 가기 전에 꼭 만나야 직성이 풀릴 것마냥 중요한 얼굴들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A와는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까?’'B는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했지.’'여러 명이 모일 때에는 스파클링 와인이 무난해.’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도는 와중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공들여 선택한 와인을 상대방이 제발 알아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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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과 함께, 한달 전 기분 좋은 만남을 가졌던 이탈리아의 한 와인생산자가 떠오른다. 와인을 통해 한국과 맺은 인연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다고 말하던 그 노신사는, 한국 와인 시장이 지금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고까지 했다. 그(위 사진 오른쪽)는 1967년 토스카나 지방에 파트너와 함께 설립한 와이너리 카르피네토(CARPINETO)를 운영하고 있다. 카르피네토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산업에서는 최초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 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로버트 몬다비 트로피를 세 차례나 수상하였다.

당시 기자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던 카르피네토의 노신사는 요즘의 세태에 불만스러운 듯했다. 그리고 규칙이나 규범을 덜 존중하는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을, 예전과는 달리 기본적인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그들의 가벼움을 아쉬워했다. '슬로우 푸드 운동’(Slow Food Movement, 198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반색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여느 다른 나라보다도 한 끼 식사를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따라서 이런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은 다행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유럽연합(EU)의 통제 범위가 점점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세분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일례로 농작물에 대한 EU의 획일적인 규제는 각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특성을 표준화하고, 결국 유럽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식탁에 똑 같은 재료로 만든 똑 같은 음식들이 올라오게 될 거라는 것이다. 잃으면 안될 것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전통과 철학을 지켜가고자 애쓰는 노신사의 고민이 역력했다.

그의 철학은 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랜 기간 와인을 마셔온 사람은 대개 신중하고 까다로워지기 마련이라(그는 selective라는 단어를 썼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사람을 사귈지 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한다. 즉 와인을 오래 접할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지해지고 신중해지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와인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카르피네토의 노신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는 동안, 2012년을 보내기 전에 누구와 어떤 와인을 마실까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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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도가졸로, 키안티 클라시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몰린 베키오, 파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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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_ 국순당 (02 513 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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